원자재 가격상승, 경제 주름살

지난 6월말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원유가격은 7월13일 현재 WTI 기준으로 배럴당 20.3달러를 기록하면서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시작된 20개월 전인 1997년11월의 가격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또한 같은 날 두바이와 브렌트 가격도 각각 배럴당 17.9달러, 19.1달러 등을 나타냈는데, 작년말과 비교하여 각각 67.2%, 72.0%의 매우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무엇보다도 공급측면의 요인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우선 OPEC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이 5월과 6월 동안 90%에 근접하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주요 원유 소비국가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선진국들의 원유 재고 수준도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공급측면에서의 요인들이 가격상승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또한 수요측면에서의 요인들도 유가상승세를 촉발시키고 있다. 7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여 휘발유의 수요가 급증한데다 작년 수요가 급감하였던 아시아지역의 원유수요도 경기회복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요인들도 현유가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편 그동안 좀처럼 가격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던 비철금속 가격도 6월말 이후에는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과 알루미늄 가격은 7월13일 현재 t당 각각 1천6백56.5달러, 1천4백20달러 등의 시세를 보였다.이는 작년말과 비교하여 각각 13.8%, 14.7%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는 주요 비철금속 채굴 관련 기업들의 생산량 감축에 따른 LME내 재고량 감소와 시장내 투기적 매수세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동의 경우 수익성없는 광산의 폐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공급물량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전망국제유가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원유시장내 조정국면을 거치겠으나 현 강세기조가 올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는 현재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공급측면의 요인이 매우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적으로 원유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약 80만배럴 정도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재고물량이 줄어들면서 4/4분기에는 약 3백20만배럴의 원유공급 부족이 야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또한 주요 소비국가들의 원유재고의 감소세와 4/4분기 이후 계절적인 원유 수요증가도 유가상승을 지속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월말 API(미국석유협회)와 DOE(미국에너지부) 등은 미국내 원유재고가 예상과는 달리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원유소비국인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추세는 올해말까지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의지가 여전히 높다는 것과 아시아 지역의 원유수요 증가도 유가상승세를 지속시킬 수 있는 매우 유의한 변수라고 볼 수 있다.앞으로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하여 9월 개최되는 OPEC 정기총회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총회결과에 따라 감산규모나 기간 등이 다시 결정되어 향후 유가시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철금속 전망비철금속 가격도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비철금속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그동안 누적되었던 재고물량도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철금속도 원유와 마찬가지로 공급측면에서의 가격상승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가격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상승이 미치는 영향최근과 같은 원유와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는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IET 거시모형에 의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원자재 수입의 평균 20% 정도를 차지하는 국제유가의 상승은 무역수지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출측면에서는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인한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올해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인한 수출감소 효과는 1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수입측면에서는 올해 원유수입 물량을 작년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원유 수입단가 10% 상승은 원유의 수입액을 11억2천만달러 증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유 수입물량 감소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유수입은 8억달러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한편 국제유가의 상승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생산비를 증가시킴으로써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이 국내 각 산업의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 국제유가 및 비철금속 가격이 50% 상승할 경우 전산업으로는 1.4%의 생산원가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산업별로는 제1차 금속이 8.3%로 비용상승 효과가 가장 크고, 금속제품 4.5%, 화학제품 1.8%, 수송기계 2.1%, 일반기계 2.0% 등으로 중화학 산업의 비용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음식료품(0.45%)과 섬유 및 가죽제품(0.49%) 등 경공업 부문은 비교적 비용상승 효과가 적게 나타났다.이외에도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들이 유가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분을 비용절감을 통해 흡수하지 않고 판매가격에 전부 전가한다고 가정하면, 국제유가의 50% 상승은 국내 생산자물가에 0.87%의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저하시키게 되고, 이는 소비수요의 감소효과를 유발하게 되어 내수침체를 야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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