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구매자(Strategic Buyers)

전략 구매자는 거래 자체보다는 거래를 통한 판매자와의 관계강화에 가장 관심이 있는 구매자 집단이다. 이것은 한국 기업들에 「꺾기」의 한 형태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즈니스 흐름측면에서 보면 전략적 제휴의 중요한 부분이다.전략 구매자들에게 거래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사항은 경제적, 전략적 관계 측면에서 현재 비즈니스의 총체적 가치를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의 경우 철강 제품 주요 구매자인 국내 자동차 회사나 중공업체 등은 주로 국내 철강업체의 제품을 구매한다. 외국 경쟁업체가 더 싼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내업체들이 국내 철강업체를 공급사로 선택한 이유는 관계 구축을 통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물론 국내의 기업 관련 정책이 해외 업체보다는 국내 업체들로부터의 구매를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커모디티 산업의 경우 새로운 공급사를 모색하는 것보다는 지금 공급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따라서 신규업체가 기존의 산업 부문에 진출하기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무척 어렵다. 가격이나 개인적 관계만으로는 구매자와 공급자간에 형성된 구도가 바뀌지 않는다.최근의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이와 같은 구도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커모디티 산업에서 국가간에 자유로운 거래 관계가 형성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전략적 구매자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진입 장벽이 높더라도 일단 구매자와 장기적 관계가 수립되면 퇴출 장벽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IBM은 메인프레임 시장에 경쟁업체들이 진출하기 전까지 전략적 관계를 활용한 제품판매에 주력해 왔다. IBM의 내세운 모토는 하나부터 열까지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비즈니스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 결과 IBM이 컴퓨터 하드웨어 제품이 다른 경쟁업체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IBM 제품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또 보다 싼 다른 경쟁업체의 시스템으로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교체비용이 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매년 업그레이드를 하는 편이 시스템 전체를 뜯어내고 새 것으로 바꾸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신규 진입한 업체는 엔드 투 엔드 솔루션으로 IBM과 경쟁할 수 없다. 고객들은 IBM을 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이같은 상황이 한국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한국의 경제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즉 한국이 거시경제학적 측면에서 11대 무역 강국이긴 하지만 산업 단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많은 산업이나 기업들의 규모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 규모가 작고 기술과 브랜드 파워가 없다는 것은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구매 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부가 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 시장에서의 구매력을 통합하는데 힘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구매력 통합을 추진하는데는 산업 전체에 걸친 부품 공동화 또는 물류 시스템 통합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개방 시대에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전체를 「(주)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주체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전략적 구매 관계 구축을 위한 적정 규모 달성에는 한가지 방법, 즉 전 산업의 구매력과 협상력을 통합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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