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미리 경고, 사태 악화 막아야"

『최고경영진에 회사의 각종 리스크를 조기에 알려주는 것이 리스크관리의 핵심이다.』국제금융연수원(원장 김상경)에서 금융감독원의 파생상품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강의하고 있는 뉴욕대 나빌 W. 자키 교수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원 초청으로 방한한 나빌 교수는 한국의 최고경영자들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전담하는 인력과 조직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충고한다. 메릴린치증권과 체이스 맨해턴은행의 부회장 출신인 나빌교수는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의 관료 기업인에게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대해 강의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 수강생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은 무엇인가.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자에게는 제조업체나 금융기관의 숨겨진 리스크(implicit risk)를 조기에 발견해서 해당 기관의 최고경영진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진이 자신도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기업을 경영할 때 그 피해는 개별 기업차원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법규나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나아가 해당 기관에 거래내역을 요구하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한국제조업체나 금융기관에 노출된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는가.개별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는 다양하다. 신용리스크 유동성리스크 디폴트리스크 마켓리크스 가격리스크 등 수없이 많다. 이들 리스크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한두개의 리스크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전체를 이해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특히 장부상에 나타난 리스크 보다는 회계처리기준 등에 의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장외 파생상품에 대한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한국기업의 리스크관리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이번이 처음 방한이라 한국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 직접적 원인중 하나가 외화자산의 미스매칭에 있었기 때문에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부서를 만들고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바람직한 태도다. 리스크 관리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최고 경영자들이 리스크 관리경영을 직접 실천에 옮겨야 한다.▶ 최근의 대우그룹 사태를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평가한다면.대우그룹은 몇년전부터 심각한 유동성리스크에 노출돼 왔다. 이를 외국금융기관은 간파한데 비해 한국금융기관은 설마하면서 무시했다. 이후 유동성리스크가 점차 신용리스크로 악화됐고 현재는 사실상 부도에 직면한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대우그룹 사태의 진척 상황을 해당 그룹과 국내외 금융기관에 수시로 경고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악화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한국에도 선물거래소가 개설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은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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