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M&B/1999년/272쪽/7천5백원
이 책의 저자는 아주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로 꼽힌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배웠다. 또 미국에 유학해서는 법학을 공부해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그동안 거쳐온 직업도 무척 다양하다. 지금은 국제변호사로 일하지만 한때는 웨이터 생활을 했는가 하면 회사원으로 사무실을 지키기도 했다. 또 공무원과 언론인으로 이력을 쌓았고 요즘에는 방송인으로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국제변호사이지만 경제 관련 책을 낸 것도 이런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다.한국경제를 보는 저자의 눈이 아주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경제를 단순히 경제의 틀 안에서만 보지는 않는다. 시야를 넓혀 제도의 관점에서도 경제문제에 접근한다. 제도를 모르고서는 경제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는 점도 강조한다.이 책은 전체적으로 시장과 글로벌스탠더드가 키워드다. 저자는 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을 다양한 각도에서 진단하고 우리나라 경제의 개혁방향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전편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국경제를 확실히 잡아주는 속시원한 해법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자는 시장을 강조한다. 선진국을 보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시장을 통한 제도가 훨씬 더 쥐를 잘 잡는다는 말로 시장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몽둥이를 가지고 설치는 사람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쥐를 더 잘 잡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시장을 강조하다보니 자칫 맹목적인 미국 예찬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제도를 많이 거론하지만 무조건 예찬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에서는 「한국엔 빌 게이츠가 없는 이유」를 주제로 미국경제가 잘 나가고, 반대로 일본경제가 추락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헛똑똑이 정책 문제를 되짚어본다. 이와 함께 관료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세계금융시장의 바람잡이인 헤지펀드의 속내를 들여다본다.이어 2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주제로 내용을 풀어간다. 시장이란 「달고도 오묘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주장 아래 M&A의 장점을 설명하고 시장도 팔고 사는 경영자 시장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알짜 기업을 외국에 팔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를 짚어보고 파업이 필요없는 묘책, 대체 고용권에 대해서도 살펴본다.3장에서는 시장 제도가 쥐를 더 잘 잡는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적대적 M&A를 미꾸라지 세계의 메기로 표현하고, 악덕기업주 혼내는 주주대표소송도 거론한다. 기업 안의 야당으로 불리는 사외이사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개미군단의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 집단소송제도 소개한다. 21세기의 금광 벤처산업의 발전방향을 살펴보고, 신용평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한 방안도 거론한다.이밖에 4장과 5장에서는 실패한 경영진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아름다움이 경쟁력이라는 말로 경제분야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재벌을 한국이 낳은 기형아로 표현하고 실패한 경영진은 반드시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