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도료분야 독자기술로 '우뚝'

화장품만큼 케이스가 중요한 것도 드물다. 케이스의 매혹적인 디자인과 색상이 소비자를 유혹한다. 화장품회사들이 케이스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세계적인 화장품회사인 랑콤과 크리스티앙디오르. 이들이 사용하는 케이스의 상당수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케이스의 생명은 외부도장. 얼마나 아름다운 색깔과 광택을 내고 잘 벗겨지지 않느냐가 핵심이다. 화장품케이스에 칠하는 도료는 자외선(UV)경화형 도료다. 빨리 굳는다. 광택이 나고 도막이 단단하다. 그러면서 잘 긁히지 않는 등 물리적 화학적 특성도 우수하다.플라스틱용 자외선 경화형 도료를 국내에 선보인 업체는 한진화학(대표 안성철). 「지구표 페인트」라는 브랜드로 경기도 의왕시에서 도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90년부터 이 제품을 생산해 7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한진화학이 생산하는 제품중에는 악기용 도료도 있다. 넓게 목공용 도료라고 하지만 일반 가구에 칠하는 도료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품질이 요구되는 제품이다. 광택과 경도가 뛰어나고 추위와 더위에도 잘 견딘다. 피아노용 도료 시장에서도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일본 동남아 미국 등지로 수출도 한다.이들 두가지 품목은 한진화학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 이 회사는 남들이 잘 안하는 고부가가치 특수도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종업원 1백30명인 중소기업이지만 해마다 꾸준히 성장하고 이익을 내는 것은 틈새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지난해 불황에도 2백50억원 매출에 12억원의 이익을 냈다. 올해 매출목표는 3백억원. 연구개발 중심의 경영과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점도 알찬 성과를 일궈내는 주요인으로 꼽힌다.안성철(45) 사장은 부친이자 창업자인 안도현 회장이 작고한 뒤 88년부터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한양대 무역학과를 나와 80년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생산 영업 무역분야를 거쳐 사장을 맡았다.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기술. 다양한 첨단제품을 내놓으려면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인력이 충분치 못했다. 처음에는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에 주력했다. 5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탈리아 밀레지사로부터는 목공용도료 및 합성수지, 독일의 트레퍼트사로부터는 코팅기술을 각각 도입했다.중방식(重防蝕)페인트 분야의 세계적인 업체인 미국의 아메론과 손을 잡은 것은 도약의 전기가 됐다. 이 페인트는 다리나 플랜트 화학탱크의 부식방지에 사용되는 제품. 내구연수가 5년인 일반 페인트와는 달리 보증기간이 20년이고 실제 내구연한은 30년에 이른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따라서 화학탱크 내부를 일반제품으로 칠하면 5년마다 내용물을 다 빼낸뒤 다시 칠해야 하지만 이 제품으로는 30년 동안 걱정이 없다. 1∼2회 도막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3∼4회 칠해야 하는 타제품에 비해 도막횟수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값은 비싸지만 내구연수와 도막횟수를 감안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연구개발 인력 확충에도 주력했다. 석사출신 5명을 포함, 25명이나 연구실에 포진시킨 것도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경영관 때문이다. 전체 인력의 약 20%에 이른다.안사장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을 하고 이익을 낸 것은 수출 덕분이다. 지난해 수출신장률은 71.6%에 달했다. 단순히 제품수출에만 나선게 아니라 기술수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도료업체의 기술수출은 매우 드문 일. 하지만 한진화학은 강화플라스틱수지와 목공용도료기술을 대만에 수출하고 인도네시아에 목공용도료 기술을 수출했다.이 회사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10년이상된 사람은 수두룩하고 20년이 넘은 사람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유병원 상무는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페인트제조는 종업원 개개인의 손끝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제품의 물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연구개발과 장기근속자만이 경쟁력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거래처와의 돈독한 신뢰관계가 더욱 중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외환위기가 닥치고 원료수입가격이 2배로 폭등하자 페인트업체중 상당수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비싼 원료를 들여다 팔아봤자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게 이유.안사장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공장을 돌리라고 지시했다. 고객들의 애타는 요청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게 이유였다. 두달 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납기에 차질을 빚지 않고 도료를 납품했다. 화장품케이스나 악기를 만드는 수요업체들이 무척 고마워한 것은 물론이다.『신뢰관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입니다. 거래업체가 어려울 때 도와주고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안사장은 퇴직하는 임직원에게 먹고 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리점을 개설토록 도와준다든지 하는 방법으로.한진화학은 자외선 경화형 도료, 악기용 도료 이외에도 산업 건축용 도료와 선박·중방식용 도료도 생산하고 있다. 안사장은 거래처와 신뢰관계가 돈독한만큼 5년뒤 1천억원 매출 달성은 어렵게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0343)452-5311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