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침체ㆍ위안화 절하 변수, 내년 4% 성장 그쳐 ... 통합통화 금융 정책 필요
『한국은 현재 추진중인 거시경제조정을 의도한 속도대로 진행하면 경제회복세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요인 때문에 재벌개혁을 늦추거나 금융개혁을 지체하면 기대만큼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최근 내한한 노버트 월터 도이치뱅크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은 6%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겠지만 개혁속도와 일본 경기침체, 중국의 화폐가치절하 여부라는 변수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는 4%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현재까지는 신정부의 경제개혁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 올해와 내년중 경제회복이 예상된다. 그렇다 해도 위기 이전만큼의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일본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투자국이자 소비국으로 이 지역 경제회복에 대단히 중요한 변수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도 위험요소가 있다. 중국이 가까운 시일내에 위안화를 절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의 경쟁력이 최근 크게 약화된데다 경제개혁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절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은데.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80%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중국정부는 위안화절하로 대미수출이 더 늘면 미국의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다른 아시아국가도 연쇄적 화폐가치 절하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위안화절하의 이점을 별로 누리지못한채 아시아 통화위기를 자극하게 된다. 다만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홍콩달러에 대해 국제자본이 공격을 계속하면 위안화절하라는 고육지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 및 재정전문가로서 한국의 금융정책을 어떻게 보는가.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규모가 작고 개방형 경제이다. 반면 미국은 규모도 크고 자급적이라는 의미에서 폐쇄적 경제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내 인플레 조정수단으로 금리정책을 쓴다. 그러나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은만큼 인플레뿐 아니라 환율까지 고려한 통합통화정책(Comprehensive monetary policy)이 필요하다. 통합통화정책에 관해서는 캐나다와 호주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한국의 금융개혁에 대해서는.여러 가지 장애로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다. 특히 정부가 은행을 비싸게 팔려고 하는데다 마침 증시 호황으로 주가도 올라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 버티다보면 사려던 사람조차 이윤이 없다고 포기하는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 최근의 대우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대우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다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가용외환보유고가 많아 돌발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좋아 한국기업에 시장규모 확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다만 선거 등 정치적 요인에 의해 구조개혁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불안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