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투자하나

회사원 최모(34)씨. 요즘 최씨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4월부터 지난해 삭감된 급여를 보전하기 위해 주식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 여유돈에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모두 1천5백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삼보컴퓨터와 제일모직 등에서 3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7월말 이를 전부 주식에 재투자했다. 그런데 대우그룹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다. 8월20일 현재 평가금액이 투자원금인 1천5백만원을 약간 상회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 최씨는 원금을 손해보기 전에 주식을 처분해서 은행정기예금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주식을 보유할 것인지 고민중이다.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기 힘들어졌다. 올해초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에 「주식투자로 승부를 걸라」고 외치던 전문가들도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전문가들이 상황을 분석하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본능적으로 주식 일변도에서 현금(은행정기예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즉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투자패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이같은 변화는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7월말 10조5천억원의 고객예탁금은 8월19일 현재 10조3백억원으로 5천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는 18일 현재 43조9천5백억원이지만 7월말 이후 유입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신 은행권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주식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특히 채권형 수익증권의 환매제한 조치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금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8월들어 보름동안 6조7천억원 가량이 들어왔다. 여기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0.5% 씩 인상함으로써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재건축 수요와 증시의 불안이 겹치면서 부동산시장의 큰 손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조만간 토지시장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게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결국 대우그룹 사태로 야기된 주식 채권시장의 불안정으로 증시에서 은행권, 부동산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다.그러면 개인들도 이같은 추세에 편승해서 재테크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여전히 주식이 가장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하반기에도 주식투자비중을 높이라고 말한다. 최근 증권시장 동향에서 이같은 확신을 유지하기 힘들면 일시적으로 은행권으로 옮기는 것도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은행권은 소나기 피하는 임시장소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무위험자산인 현금(은행정기예금)의 비중을 높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주식시장의 대세상승국면은 살아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올해초처럼 주식이 가장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은행권은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하는 임시장소라고 지적한다.이상화 동원증권 프라이빗 뱅킹팀장은 『은행권으로 자금을 옮겨도 3개월 미만의 단기상품(MMDA) 등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앞으로 3개월 정도면 주식과 채권시장의 불안정성이 제거되면서 「금리안정→주가상승」을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증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우그룹쇼크가 성공적으로 진정된다면 주가의 상승기간과 속도는 상반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팀장은 또한 주식투자의 위험을 감내하기 힘든 투자자라면 은행권과 채권형 수익증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도 현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채권형 수익증권도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편입채권과 투신사의 운용능력을 분석해서 투자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부동산의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경식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있어야 토지가격은 상승할텐데 앞으로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아파트 가격은 이미 고평가될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에 추가상승 여력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결국 주식투자비중을 높게 유지하면서 금융시장이 진정될 때까지 채권형 수익증권과 은행정기예금을 일시적으로 높이라고 충고한다. 다만 부동산은 경기회복속도나 수급측면에서 다소 이르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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