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정면 돌파 '1등 공기업' 견인

'선수경영론' 으로 경영혁신 진두지휘...제 2창업 성공,흥자행진

리더는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빛을 발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리더가 중심을 못잡고 헤맬 경우 그 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져 재기불능상태에 빠져 버린다.그렇지만 리더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한 목표를 향해 매진할 경우 그 조직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아이아 코카라는 걸출한 경영인을 영입, 위기를 돌파한 것이 좋은 사례다.한국가스공사 한갑수 사장(65)은 「위기」와 「리더」의 이런 함수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그는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로 한국가스공사가 창립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을때인 94년 연말 첫 공채 사장으로 부임, 위기를 무난히 수습하고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위기를 수습하는데서 더 나아가 재임기간중 경영혁신을 과감히 펼쳐 한국가스공사를 「1등 공기업」으로 키워냈다. 생산혁신 전국대회 및 경영혁신대회에서 대상과 최고경영자상을 97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하고 올해 실시된 공기업 경영혁신평가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이를 잘 입증한다.『지금이야 지나간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사실 임명될 당시에는 앞이 캄캄했습니다. 당장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피하는 것보다는 정면돌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임명장을 받자마자 이재민들이 수용돼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 몸으로 부딪쳤습니다.』업무보고도 받지 못한채 사고현장에서 머물며 수습책을 진두지휘했다. 3개월째 접어들자 대부분의 이재민이 전셋집을 얻어 나가는등 사고는 어느정도 수습됐다.그런 뒤 한사장은 가스공사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가 94년3월초. 내부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와 정부의 민영화추진방침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뒤숭숭하기 그지 없었다.어떻게 추스를까 고민하던 한사장은 「특단의 자극」으로 침체분위기를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특단의 자극」이란 다름아닌 한국가스공사의 제2의 창업선언. 당시 제2 창업선언은 어느 기업할 것없이 경영혁신 방법으로 채택했던 단골메뉴였다. 그러나 그의 제2 창업선언은 이들 기업과 차원을 달리했다. 구호가 아닌 말그대로 회사를 새로 만든다는 각오로 제2 창업선언을 한 것이다.한사장은 이런 방침을 공사 창립일(8월18일)을 기해 전직원에게 설명한 뒤 서울대 조동성교수와 신유근교수에게 제2창업 프로젝트용역을 맡겼다. 이 프로젝트용역에는 공사의 장기경영전략은 물론 추구해야할 기업이념 및 문화,새 CI제정등 모든 것이 포함됐다. 그런 뒤 96년3월 제 2 창업선언을 하고 경영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급여 절반 반납, 직원 동참 유도이런 과정을 통해 마련된 한국가스공사의 장기비전은 세계일류 종합에너지기업. 이 비전달성을 위한 중기 목표로 「KOGAS(한국가스공사 영문약칭) 6·5·4」를 설정했다. 2001년에 매출액은 6조원을 달성,세계 5위 가스회사와 국내 4위 에너지회사로 도약하자는 것이 「KOGAS 6·5·4」의 골자.한사장은 경영혁신초점을 여기에 맞추고 시스템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10본부 34처로 방만했던 조직을 4본부24처실로 대폭 축소하고 명예퇴직제를 실시하는 한편 단순기능직은 외부용역으로 돌리는 방법을 통해 인원 또한 4백50여명을 감축했다.경영혁신노력 결과 경영수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97년 적자였던 경영이 98년 흑자(당기순이익 1천8백82억원)로 돌아선 것이다.한사장이 경영인으로서 후한 점수를 받는 것은 가시적 경영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경영성과를 「그만의 경영철학」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재계안팎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그는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하면서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했다. 사장 취임과 동시 연봉 1억8백만원 가운데 절반을 반납했다. 이런 결단이 있자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급여 10%와 월차수당 전액을 반납했다. 아이아 코카가 연봉 1달러만을 받고 크라이슬러 재건에 나섰 듯 한사장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을 택한 셈이다.선수경영론도 경영혁신에 대한 직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무기로 사용했다. 한사장은 『당시 공기업에 대해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는 물론 국민들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었다』며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남보다 먼저 가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는데 구조조정과정에서 이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한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들어 경영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3월부터 민영화직전인 2002년3월까지 경영효율성 향상에 중점을 둔 제2기 경영혁신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제1기 경영혁신운동이 경영의 비효율성 제거 등 양적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제 2기 경영혁신은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 및 관리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실천기법도 세련되게 바꾸었다. 한사장은 제1기 경영혁신운동을 자신이 중심이 된 「톱다운(Top Down)」방식으로 전개했으나 제2기 경영혁신은 「미들 업(Middle Up)」방식으로 전환했다. 위기때는 리더가 나서야 하지만 이것이 어느정도 해소된 뒤에는 부장, 과장급 등 중간간부들이 나서는게 더 효과가 커서다.한사장은 이런 판단 아래 각 팀에서 신망을 받고 있는 혁신리더 1백92명을 선정, 한달에 한번 워크아웃 타운미팅을 갖고 있다. 2박3일 동안 진행되는 혁신리더들과의 대화에서 한사장은 경영목표를 소상히 설명하는 한편 혁신 리더들이 제안하는 건의사항을 경청한다. 제안된 내용중 그 자리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재한다. 쌍방향식으로 제2기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한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후하다. 구조조정을 하는 사장치고 직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한 상사평가제에서 직원들로부터 1백점만점에 93.3점을 받았다. 지난해 모멸차게 구조조정작업을 했던 국내 기업 사장중에서 한사장처럼 직원들로부터 A+를 받을 사장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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