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 '한판승부'

서울 상권 중심 영역 다툼 치열 ... 백화점 롯데, 할인점 신세계 1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가 빅3 사이의 상권다툼이 날이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유통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는 이들 3사는 「지금 시점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끝을 알수 없는 팽창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빅3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이런 팽창전략과무관치 않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들어 무한경쟁을 실감케할 정도로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때로는 기존 점포를 인수해 이름을 바꿔 다는가 하면 필요하다 싶으면 아예 매머드급 매장을 지어 입주한다. 특히 부도가 났거나 모기업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살 사람을 찾는 백화점은 예외없이 이들빅3의 손에 들어가는 형국이다.빅3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는 서울지역을 놓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지난 8월말 기준으로 서울에는 총 29개의 백화점(3천㎡ 이상 기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가운데 14개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소유다. 전체의절반 가량을 거대 유통재벌이 갖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어찌보면 매장수는 별것아니다. 영향력을 판단하는데 절대적인 자료가 되는 매출액을 놓고 보면 빅3의 힘은더욱 세진다.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지역 백화점 매출액 가운데 빅3가 차지하는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롯데 본점등 일부 백화점은 매출액 면에서 웬만한 중견백화점 4~5개매장 몫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빅3의 치열한 영역다툼은 전국의 각 상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최근의 일로 눈에 띄는 것은 롯데의 강남 한복판 진출선언이다. 롯데는 지난 8월 중순 강남구 도곡동에위치한 그랜드백화점을 최종 인수, 롯데 강남점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한때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었던 양측은 롯데가 상당 부분 양보하는 선에서 최종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롯데가 강남 한복판 진출에 어느 정도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롯데는 일단 강남점을 지역상권 특성에 맞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나 갤러리아백화점을 능가하는 국내 최고급 백화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들은 매장을 바꾸는데만 2백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사기간은 약 3개월로 잡고 있고 오픈은 11월말이나 12월초로 예상하고 있다.◆ 빅3, 매장수보다 매출액에서 더 막강강남권에 매장이 없었던 신세계도 이미 오래 전부터 강남상륙작전을 준비해오고 있다. 신세계는 내년초 서초구 반포동 옛 호남고속터미널 부지에 매장면적 1만평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을 오픈한다는 계획 아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신세계 역시 매장 분위기는 최고급으로 꾸민다는 전략이다.강남지역에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현대는 롯데와 신세계의 협공에 기존의 고급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는 이미 이번 가을 상품 개편에서 매장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백화점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1층 매장에서 구두를들어내고 에르메스, 세린느, 쇼메 등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킬 예정이다.강남지역만이 빅3의 경쟁무대는 아니다. 이들 3사는 이미지난 3~4년 전부터 전국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가 선점한 부산의 경우 후발주자로 현대백화점이가세, 서울에 이은 제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또 전라도의중심 광주에서는 롯데, 신세계, 현대가 나란히 입점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회전을 벌이고 있다. 현지 지방백화점 관계자들은 『빅3의 엄청난 물량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고사직전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또 인천지역에서도 최근 롯데가 부평점을 오픈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미 진출해 있던 롯데와 신세계는 롯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롯데 부평점과 지근거리에 위치한 현대 부평점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분위기다.현재 백화점의 경우 점포수로는 현대가 가장 많다. 현대는서울 강남지역에 4개(압구정점, 무역센터점, 반포점, 천호점), 울산에 3개(동구점, 성남점, 울산점)를 보유하고 있는것을 비롯해 서울 신촌점, 부평점, 부산점, 광주점 등을 운영중이다.롯데는 전국적으로 모두 9개의 점포를 경영하고 있다. 현대가 일부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골고루 포진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서울만 보더라도 소공동, 신림동, 영등포, 잠실, 청량리 등 동서남북에 골고루 분산시켜놓고 있다. 또 수도권의 분당과 부평에 진출해 있으며 지방점도 부산, 광주로 나눠 진출시킨 상태다.6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신세계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점포가 집중돼 있다. 본점이 서울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고, 이외에 미아, 천호, 영등포, 인천에서 백화점을 운영하고있다. 지방에서는 광주점이 고군분투중이다.그러나 매출액 면에서는 롯데가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2조6천억원대의 백화점 부문 매출액을 기록해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하지만 현대의 추격이 만만치않아 롯데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몇년간 빅3 가운데 백화점 매출액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대는 총 2조2천억원의 매출액으로 선두를 맹추격중이다. 신세계는 1조2천6백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하지만 여기에 할인점을 대입시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특히 할인점의 왕국으로 불리는 신세계의 위상은 수직 상승한다. 지난 93년 서울 창동에 E마트 1호점을 낸 신세계는그동안 총 18개의 할인점을 오픈시키면서 비약적인 발전을이루었다. 매출액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1조1천3백5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할인점 총매출액(6조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로 신세계가 할인점에서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현대, 백화점 사업에만 전념지난해 4월 마그넷 강변점을 열면서 할인점 사업에 뛰어든롯데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선두주자 신세계에 비해 5년 늦게 시작한 롯데는 그러나 신세계 못지않은 공격적 영업전략으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1년 남짓 사이 7개의할인점을 열었고, 앞으로도 다점포 전략을 강도높게 추진해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2004년까지무려 80개의 할인점을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반면 할인점이 없는 현대는 앞으로도 백화점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할인점 사업을 병행할 경우 고급백화점으로서의 이미지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을 감안해 당분간은 지금대로 밀고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신 백화점을 더욱 고급화시키는데 힘을 쏟는다는 것이 현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빅3의 전체적인 판세는 백화점에서는 롯데, 할인점에서는신세계가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의 상황일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다. 예를 들어 백화점쪽에서는 현대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특히 앞에서도 잠깐설명했지만 현대는 할인점은 포기하고 백화점 사업에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할인점 쪽에서는 롯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롯데는 시간적 공백을 물량공세로 만회한다는 방침 아래 무차별적인 확장전략을 꾀하고 있다. 2004년까지 앞으로 5년간 70여개를추가로 개점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게 현실화될 경우 롯데는 해마다 14개, 한달에 1개 이상의 점포를 여는 셈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빅3의 영토확장에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특히 이들의 부상이 상대적으로 다른 중견백화점이나 지방백화점들을 위축시키고 있어우려의 소리가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빅3의 물량공세를 견뎌낼 곳은 별로 없다』며 『외형적인 경쟁보다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빅3 경영진해부 / 유통 삼국시대 이끄는 명장들빅3를 진두지휘하는 경영자는 누구일까. 유통시장에 삼국시대를 열어가는 경영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다.우선 롯데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이인원 대표(52)는 지난 97년 9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롯데의 조직혁신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고령 경영자가 많기로 유명한 롯데내에서 50세의 나이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사장은 그동안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롯데의 위상을 잘 지켜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지만 이대표는 원래 백화점 출신은 아니다. 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87년 백화점 쪽으로 자리를 옮겨영업관리 등 유통관련 분야를 두루 거쳤다. 업무에 밝은데다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있으며 유통업은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후발 대기업은 절대 겁안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경북사대부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했다.김진현 신세계백화점 대표(52)는 업계에서 신데렐라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1월 신세계 인천점장(상무급)으로 일하다가 사장과 부사장이 경질되면서 갑작스레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김대표는 신세계 내부에서는 영업마인드를 잘 갖춘 점포운영의 최고수로 통한다. 초대 신세계 광주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김대표는 이후 또 다시 인천점장을 맡아조기에 경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무에서 일약최고 경영자로 발탁된 것도 백화점 매출을 올리려는 이명희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양대 요업공학과 출신이다.후발주자 현대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이병규 대표(46)는 정주영 회장의 직계로 분류되는 전형적인 현대맨이다. 현대건설 이사 출신으로 문화일보 부사장과 현대중앙병원 부원장을 거쳐 지난해 현대백화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유통전문인력 출신은 아니지만 이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초기부터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통업계를 긴장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고급화 이미지를 심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평소 일을 열정적으로 추진하되 절대 무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빗대 합리적인 공격수란 평을 듣는 이대표는 개인적으로 현대를 국내 최고의 백화점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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