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경영 접목한 '컴퓨터 CEO'

사내정보시스템 오나벽 구축, 컴퓨터로 입체 경영 ...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 활용

금호엔지니어링 신훈사장(54)은 조찬모임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직원들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30분쯤 출근한다. 임원 및 직원들이 출근하기에 앞서 그만이 할 일이 있어서다.「나홀로」 출근해 그가 맨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켜기. 국내 대부분의 사장들이 출근과 동시 임원회의를 갖는 것이 관례화돼 있지만그는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일단 인터넷을 이용, 엔지니어링 및 정보기술분야 사이트에 들어가업계 동향과 기술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본다. 그런 뒤 신사장은 곧바로 사내정보망인 「종합영업정보시스템」으로들어간다. 이 시스템에는 입찰정보, 공사진행 사항, 사내결재 등 회사의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다.사실 그의 일과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각 부서 팀장과 56개 현장에서 소장들이 올린 전날 업무결과와 그날의 업무보고 내용을 점검한 뒤 컴퓨터상에서 바로 결재를 한다. 필요한 지시사항은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E-메일을 통해 보낸다.결재가 끝난 뒤에는 종합영업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각 정보를토대로 임원회의에서 토론할 내용을 대충 정리한다. 또 정부기관 및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공사입찰에 어느 직원을 보내는 것이 좋을지도 이때 결정한다. 종합영업정보시스템에는 직원들의 기관별 출입경력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있어 이것만 클릭해보면 누구를 보내는것이 좋을지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그런 뒤 오전 8시30분 신사장은 본부장회의를 주재한다. 본부장회의또한 여느 회사처럼 문서를 놓고 하지 않고 회의실내에 비치된 노트북을 이용해 한다. 이미 그의 노트북에는 그날 해야 될 업무가 잘정리돼 있어 회의시간은 길어야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컴퓨터를축으로한 정보기술을 경영에 효율적으로 접목,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경영인이 바로 신사장이다.신사장이 금호엔지니어링 사장으로 부임한 것은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정보통신부사장(그룹 CIO겸임)으로 금호그룹의 「정보화경영」을 주도하다 승진과 동시 이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각 본부장들이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와 업무보고를 하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내에 이미 전자결재시스템이 구축돼 있었으나 업무에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었어요.』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그는 전직원에게 특단의 지시를 내렸다. 모든 결재와 보고는 문서가 아닌 전자결재시스템을 이용토록 한 것이다. 자신 또한 지시할 사항이 있으면 사내 전산망을 통해서 할 것임을 전직원에게 주지시켰다.그가 이렇게 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경영정보시스템을 갖춰놓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면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엄청난 경비를 들여 구축한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계층보다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고경영자가 앞장서 이용해야 하는데 그는 CIO(정보기술담당 임원)로 활동하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봐와서다. 그래서 그부터 솔선수범하고 나섰다.준비된 시스템을 활용, 일단 사내 결재를 전자결재로 전환한 신사장은 토목, 플랜트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엔지니어링회사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한 최고의전문가인탓에 프로그램디자인은 그가 직접했다. 전산실무 부서에서는 그가 지시한대로 프로그램만 짰을 뿐이다. CIO로 활동한 경험을CEO(최고경영자)가 돼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금호엔지니어링의 「종합영업정보시스템」은 탄생했다.『종합영업정보시스템의 본격 가동에 따른 경영효율화는 수치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엔지니어링사업은 정보싸움이 승패를 결정합니다. 종합영업정보시스템은 다른 회사들과의 정보싸움에서 저희 회사가 한발 앞서가는데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신사장은 CIO로서 활동한 경험을 기술개발 및 경영혁신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부임이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정보기술을 이용한토목, 플랜트분야 신기술개발이 좋은 사례다. 그는 정보화가 가속화될수록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활용한 신기술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수천개에 달하는 설계도의 CAD화 작업도 이런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딸 경우 설계도를 만드는데만도 상당한 시일이걸리는데 과거의 설계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놓을 경우 시간과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그가 부임하기전 수천개의 설계도는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CAD화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CIO에서 CEO로 변신 성공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 경영혁신을 해나가고 있는 신사장이 올해목표로 하고 있는 매출액은 7백억원.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금호엔지니어링의 업계 위상은 지난해 10위에서 3위로 부상하게 된다. 최근 모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올 매출목표달성은 이상무이다.한마디로 신사장은 정보기술이 경영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효과를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영인이다.『다른 어느 나라 경영자들보다 우리나라 경영인들은 선진경영혁신이론에 해박합니다. 그러나 실천은 크게 뒤떨어집니다. 경영이론을통달하기 보다는 현재 회사내에 구축된 정보통신인프라만 잘 활용해도 경영혁신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먼저 변해 솔선해서 이를 활용해야 합니다.』CIO에서 CEO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그가 던진 이 말을 모든 경영인들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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