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수상 귀하

우선 IMF가 최근 말레이시아 경제에 관한 보고서에서 수상의 자본통제 정책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데 대해 축하드립니다. 아시아 금융 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수상께서는 IMF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하여 IMF와 서방 선진국을 분노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었으며 올해 4%대의 비교적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치 못한 경제적 성과는 IMF의 콧대를 꺾었음은 물론이고 IMF가 총리에 대하여 보내 온 그 동안의 냉랭한 비난의 시선을 거두도록 하였습니다.한국은 말레이시아의 경우와는 달리 IMF 권고안을 충실히 따라 왔습니다. 그 결과 올해 6%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성장 예측치 만을 두고 보면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비교하여 약간 빠른 경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국민이 느낀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위안을 삼기에는 왠지 개운치 않는 구석이 남는 것을 숨길 수 없습니다.지난 6월21일 새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 정부 청사에 첫 출근하는 수상의 모습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수상께서 꿈꿔 온 「멀티미디어 슈퍼 회랑」 건설이 드디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말레이시아판 실리콘 밸리의 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슈퍼 회랑이 완성되면 21세기 정보화 강국으로 말레이시아가 거듭날 것으로 세계는 평가하고 있습니다.수상께서 정보기술에 말레이시아의 미래를 걸고 진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 한국은 부끄럽게도 IMF 외환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을 지목하기 위한 낭비적인 정치적 공방과 정부의 재벌 정책이 개혁과 해체 어느 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그야말로 쓸데없는 말장난에 서로 핏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장기적 전망과 그것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뒷전에 밀려 버린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면 말레이시아는 21세기의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대장정에 미리 앞서 나가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총리께서는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하여 아시아에 서방 패권주의에 대항할 새로운 힘의 중심을 건설하여야 한다고 주룽지 중국 총리와 함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폐막된 뉴질랜드에서 열린 APEC 회의에는 『왜 아시아 경제를 미국이 주도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하며 불참했습니다. 총리께서는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이 주창하는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에 맞장구를 치며 아시아의 독자적인 기금 창설에 적극 호응하고 있습니다.총리께서 힘쓰고 있는 아시아 연대의 시각에서 판단하면 한국은 아시아 속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 위기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아시아 주변국들과의 연대의 필요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으며 동아시아 경제의 공통성을 찾기 위한 진지한 검토 작업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저로서는 총리를 통해 중앙집권적 독재 권력의 모습을 발견하는 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가 없음에 대하여 양해하십시오. 바라건대, 총리가 IMF에 대해 보인 용기 있는 태도, 정보기술에 대한 남다른 식견, 그리고 아시아 연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아시아 전체의 열린 민주적 시민사회의 건설과 연계되어 아시아 독창적인 장기지속형 자본주의 발전의 전망으로 연결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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