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NO, 창업 OK"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마이크로소프트웨어(MS)를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는 대학(하버드대)을 다니면서 창업을 꿈꿨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대학생 신분이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고 실제로 졸업도 하기 전에 창업에 뛰어들었다.주변의 유혹도 과감하게 뿌리쳤다. 대학 재학 시절 이미 능력을 인정받아 여기저기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해왔으나 홀로서기를 감행했다. 주변 여건은 무척 어려웠으나 언젠가 자신의 꿈을 이루리라는 믿음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미국 등지에선 빌 게이츠처럼 대학을 다니다가 창업을 하는 사례가적지 않다. 대학생 사장님들이 캠퍼스를 누비는 사례가 적지 않고실험실 창업도 보편화되어 있다. 학생들 스스로 제2의 빌 게이츠를꿈꾸며 실리콘밸리 등에 모여들고 있고, 실제로 빌 게이츠처럼 큰성공을 거두는 대학생 사장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이런 성공신화는 이제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대학가에 창업 바람이 거세게 불며 기업을 만들어 경영을 하는 대학생사장님이 등장하는가 하면 실험실 창업을 꿈꾸며 대학으로 출근하는학생들이 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친구들 앞에 나타나고, 창업을 하겠다며 휴학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약 1백여명의 학생이 기업가로 변신, 1인2역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대학생들 사이에 창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97년부터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가 83년 대학 3학년 때 창업을 하며 대학생 벤처사업가 1호를 기록하는 등 그 사이 몇몇 대학생이 창업에 나섰으나별다른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97년을 기점으로 대학가에창업동아리가 하나둘씩 결성되고, 이들 동아리가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대학생 창업을 부추겼다. 특히 공대생들 뿐만 아니라 인문계 출신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 대학생 창업열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전국 대학에 결성돼 있는 창업동아리만도 1백50여개에 이르고, 이들의 연합체인 전국대학생 창업동아리연합도 3개나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학생에서 기업가 변신, 1인2역 소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대학생 창업열기를 결정적으로 북돋운 것은 정부의 정책이다. 지난해 말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개정하면서 실험실 창업요건을 크게 완화, 각 대학에 창업 붐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다 실험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예산을 1천억원에서 6천5백억원 늘린 7천5백억원으로 대폭 확대해캠퍼스내 창업 기반을 다졌다.법인설립 자본금 규모를 크게 낮춘 것도 자금여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호재다.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일률적으로 5천만원을 적용했으나 이를 벤처기업 창업에 대해서는 2천만원으로 대폭 낮춰줬다.쉽게 말해 2천만원만 준비하면 벤처기업을 하나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대학 당국 역시 전에 없이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특히 정부 정책이 발표된 이후 창업지원센터를 앞다투어 개설하며 대학생 창업을적극 밀고 있다. 사무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빌려주고,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기관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또 대학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외부 전문기관과 힘을 모아 창업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는 대학도 등장했다.전체적으로 대학생 창업에 대한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학생들의열기가 높은데다 정부와 대학의 지원도 예전에 비하면 가히 파격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때일수록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창업하는 사람 모두가 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까닭이다.흔히 미국 벤처기업의 성공률은 대략 10%쯤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반면 국내의 경우 중소기업청 통계를 보면 약 40%가 성공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이는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 그런 것이지국내 벤처기업가들이 특별히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여전히 대학생 창업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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