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둔화-물가상승 '조짐'

평균 5~6% 성장률에 그칠듯 ... 자본시장 개방 등 위험성도 내포

2000년 세계경제는 국지적인 금융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국제수지 불균형에 따른 선진국간, 선진국과 개도국간 무역마찰이 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면서 99년에 비해 소폭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금리·고유가·엔고로 요약되는2000년의 대외 경제환경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수출증대효과에도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높다. 이는 위기이후 나타났던 세계적 저금리 저물가 기조하에서빠른 회복세를 보인 우리 경제의 대외 취약성(vulnerability)이 부실부문의 정리지연으로 외부여건의 악화를 극복할 만큼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다소 불리하게 전개되는 대외환경의 변화속에 우리경제는 2000년에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99년중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우리경제는 2000년에 성장이 연평균 5∼6%대로 둔화되고 물가불안이 커지는 반면 위기극복과정에서 누적된 부실부문과 정책처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경기진폭이나 금융변수의 변동폭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요인의 혜택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환경하에서 경상수지는 1백1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며 성장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가 높아지는가운데 주식시장이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질 것으로판단된다.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현 금융변수의 추이만으로도 성장률이 2000년 상반기중 5%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연 평균 4.5%까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자는GDP대비 5%까지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재정이나 금융부문 모두 건전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안정 기조유지에 대한 필요성은더욱 커질 것이다.99년중의 빠른 경기회복은 첫째, 위기이후 나타난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자산시장의 활황세로 수축적 금융가속도 효과(financial accelerator)가 반전되었기 때문이며 둘째, 세계경제가 아시아의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공조적 정책노력의 결과 전반적으로 빠른 수요증가를 인플레이션 부담없이 흡수할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99년의경기회복세가 2000년에도 이어지려면 하루빨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적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있다. 부실처리가 미흡하거나 지연될 경우 예상되는 금융권의 불안은 한편으로 주식시장의 부진 원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능의 정상화 지연을 통해 실물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못하게 된다. 이 경우 내년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하게될 소비나 투자 모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순수출의 기여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0년도 한국경제가 자칫 5%대의 성장마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결국 2000년의 회복세가 99년에 비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99년의 회복을 주도했던 대내외 여건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정책대응수단이 제한된 가운데 자칫 경제안정기조를 흩뜨릴 수있는 각종 불안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어난 부실부문과 취약해진 금융권에다 재정부문도 상당한적자요인을 안고 있어 미국 증시폭락과 같은 대외충격을 이겨내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 동안 금융불안심리의 진정을 위해 취해졌던 각종 정책들의 부작용이 인플레나 조세부담의 증가를 통해 점차 실현될 것으로 보여 2000년 들어 정책당국의안정기조유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확실성은최근 현실화된 대우 및 투신권 위기가 투명한 손실부담 원칙에 의거한 문제해결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확대되고 경제불안이 심화될 수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조적인 불안요인에 더하여, 최근의 급속한 경기상승과 유가 및 국제금리 상승과 같은 대내외여건 변화와 총선을 앞두고 있는 2000년의 정치관련 불확실성이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다.◆ 경기진폭·금융변수 변동폭 높아질듯2000년도 우리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불안이 커지는 반면 자본계정의 불안정으로 인해 경기진폭이나 금융변수의 변동폭은 높아질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플레 압력을 높이지 않으면서 총수요가 빠른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가능했던 공급측면에서의 여유가 이미 상당폭소진된데다 비용상승요인 등이 점차 현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수출(통관기준)은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우리상품에 대한 수출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다소 위축될 것이나 밀레니엄 효과와 연관된 수요증가요인을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99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통관기준)은 소비 및 투자 등 내수 경기의 회복으로 증가세가 높아지면서 연간 규모로는 1천3백98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7.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99년에 비해 다소 하락하는 반면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며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전년보다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0년에는 2단계 자본자유화계획이 예정되어 있는만큼 경상계정보다는 자본계정의 불확실성이 경제안정기조 유지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개방의 진전과 더불어 자본흐름의 규모나 구성면에서 우리경제의 위험관리능력을 상회하는 각종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추세이다. 더욱이2000년에는 상당한 인플레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정책당국이 안정기조유지를 위한 정책면에서의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본계정의 불안정성은 우리경제주체들의 위험관리능력을 확충시키는 대신 곧 자본유출(capital flight)을 의미하게 된다.◆ 금리 상승세 예상2000년도의 금리는 97년의 금융위기이후 다소 빠르게 나타났던 저금리기조가 일시적으로 조정되면서 상당폭 높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위기수습과정에서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실효를 거두면서 자금수요를 자극하는 반면 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통화당국이늦어도 2000년 하반기에 들어서는 공급측면에서 신중한 기조로 전환(tightening bias)할 것이 예상되므로 자금사정은 하반기로 갈수록어려워질 전망이다. 더욱이 선거이후 당국은 본격적인 경제도약을꾀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인 자금수요증가에 따른 금리상승측면과 공급측면에서 인플레관리를 위한 신중한 태도가 맞물려 금리상승세가예상된다. 물론 각종 위험프리미엄이 진정세를 보일 경우 우리나라의 금리는 신용도 향상의 효과로 인상폭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낙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 상반기 9∼10%대, 하반기 10∼11%대의 금리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고성장시대의 팽창일변도 외부차입이 유지되기 어려운 여건에 접어들었으므로 금리상승폭은 거시경제의 안정을 통해 전면적 은행위기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한 3%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용에 따른 차별화현상은 더욱 심해져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분포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금리가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용위험(credit risk)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여 금리예측에 있어 대표금리수준과 더불어 금리분포 및 변동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병행될 시기가 이미 도래하였음을 시사한다.◆ 환율 1천1백원 예상대미 달러 환율은 외환보유고 확충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연관된대내부채(internal debt)부담의 증가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나 전반적으로 1천1백원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금리수준의 변화, 외환보유고 및 명목환율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한외환시장압력(exchange market pressure) 추이로 볼 때 현재 환율수준은 비교적 적정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되며 외환보유고 확충과금리인하세로 기초요인이 견고해짐에 따라 전염효과(contagion effect)에 의한 외환시장 불안정 소지도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는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의한 외환보유고 확충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의 안정은 대외여건이 다소불안정해지더라도 전년의 예와 같이 급격하게 불안해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된다. 대략 국내 무수익여신(NPL)과 국내유동성 규모에 상응할만한 외화자산을 보유할 경우 투기적 공격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외환시장 안정의 중요한 변수는 국내금융부문의 건전성 유지여부이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연관하여 그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부채부담의 증가와 금리상승 및 금융부문의 취약성 증가로 금융가속도효과에 의한 실물부진 및 외환시장 불안가능성을 아직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2000년 우리 경제는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불안 및 금리상승 등 99년에 비해 기업들의 비용측면의 부담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반영되고 있는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세와 99년말과 2000년초 Y2K문제와 관련 주요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 문제가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99년말부터 기업들은 원유를 비롯한원자재 수급불균형 가능성에 대비, 이들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기업들의금리의 상승위험(upside risk)에 대한 노출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은행부문의 수지악화로 기업간의 신용차별화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재무전략 수립차원에서 전반적인 금리상승 가능성과 동시에 신용이 좋을수록 가산금리가 낮아지는 프리미엄효과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수출 채산성 악화한편 2000년에는 엔고와 반도체 수요, 밀레니엄 효과와 연관된 수요증가요인을 감안할 때 전체 수출증가율이 99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반도체와 석유화학업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채산성 악화는 이미 99년 하반기부터 수입단가의 급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으므로 수출물량증가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수출기업들의 적정한 수출단가 확보노력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2000년에는 밀레니엄 국면전환기로서 예측관련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결국 구조조정의 성공여부가거시변수의 전개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시나리오하에서성장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큰 2000년도의 최대정책현안은 인플레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실처리를 효율적으로 이루어내는 것과 재정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대응에 있어다소 긴축적인 재정운용과 강력한 구조조정의 추진을 견지해나갈 경우 통화증발부담이 완화되고 금융부문의 취약성은 낮아져 금융시장의 신뢰도 회복과 2000년 이후의 안정적 성장기반 구축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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