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2월 대란도 '복병'

99년11월10일. 이날은 공사채형 수익증권에편입돼 있는 무보증 대우채권의 개인 및 일반법인에 대한 지급률이 50%에서 80%로 높아진 날이었다. 바로 「11월 금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목된 그날이었다. 공사채형환매가 급증하고 투신(운용)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에 빠질것이라는 시나리오였다.이날 인출된 공사채형은 4조3천4백14억원에그쳤다. 이중에서 1조9천3백40억원은 하이일드펀드(그레이펀드·투기채펀드)나 주식형수익증권으로 재유입됐다. 순수하게 이탈한자금은 2조4천7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와 증권·투자신탁(운용)업계가 예상했던 5조∼7조원에 크게 미달된 규모였다. 「예고된 대란은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보여준 셈이다.정부와 투신(운용)업계는 「11월 금융대란설」이 「설」로 끝나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을 비롯한 증권·투신(운용)회사의 대규모증자와 한국은행에서투신(운용)사의 보유채권을 직접 매입해준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11·4 금융안정대책」이 그것이었다. 투신(운용)사들도 회사당 적게는 5천억원, 많게는 2조∼3조원을마련했다.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대량환매에대응하기 위해서였다.공사채형 환매규모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나타남에 따라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되고있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968.57포인트까지 올랐다가 8.66포인트 오른 947.42를 기록했다. 이날 장이 마감된 후 S&P는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다.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이 대우그룹의 짙은 먹구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음을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돈을 엄청 푸는 것으로 「땜질 처방」을 했기때문에 추가로 보완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11월 금융대란설은 그대로 「2월 금융대란설」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2월8일부터 무보증 대우채권의 지급률이95%로 높아지는데 그때 환매가 몰리면 진짜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억지책’ 금융시장정책도 정상화를2월 금융대란설이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선그동안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취했던 각종「억지책」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금지가 조속히 해제돼야 할 것이다. 30조원 규모로 확대돼 있는 채권시장안정기금에 대한 의존도 대폭 낮추고 채권시장이 자율적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투입키로 한 공적자금도하루빨리 시행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를높이고, 하루빨리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투자신탁(운용)업계는 내년 2월 전까지 무보증 대우채권이 편입돼 있는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하이일드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전환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래야 자신들이 부담하는 손실부담을 80%선에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하이일드펀드와 주식형의 수익률이 공사채형에머물 때보다 높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현재 투자자들은 투자신탁(운용)에 대해 극심한 불신을 갖고 있다. 무보증 대우채권의지급률이 80%로 높아졌으나 원금을 까먹는펀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투신(운용)사들이 그동안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매매손실이 일어난 탓이다. 이런 일은 투신(운용)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이 된다. 투신(운용)에서 등을 돌리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들일 수있는 대안을 마련하느냐 못하느냐가 2월금융대란설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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