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질주! 헤드헌터

국내 헤드헌팅 업계는 전체적으로 변화가 심하다.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데다 신규업체들이 속속 명함을 내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업체수가 크게 증가, 어디가어디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업계 전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창기부터업계를 묵묵히 지키며 한우물을 파 성공을거둔 사람이 있어 소개한다.주인공은 탑·경영컨설팅의 고강식 사장(46)이다. 헤드헌팅 비즈니스 초창기인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지금껏 국내 고급인력 알선업무에 전념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헤드헌터의연합체인 KESCA 발족의 산파역을 맡는 등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사장이 지금의 회사(탑·경영컨설팅)를 세운 것은 지난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인 회사 한국 지사장을 지냈던 고사장은독립을 결심하면서 외국인 상대 비즈니스로방향을 잡았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서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회사의 경우 국내 사정을 전혀 모르다보니 인력채용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일찌감치 세계적인 헤드헌터인 미국의 Signium(구 워드하우엘)과 업무제휴를 맺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하지만 처음에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특히헤드헌터에 대한 주변의 인식이 좋지 않아많은 애로를 겪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외국기업의 앞잡이가 아니냐며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힘들게영업을 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입장이었지만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불가능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요즘 헤드헌터를 차린 사람들은 잘 모를겁니다. 요즘이야 일할 맛 나지요. 각 업체들의 수입도 괜찮구요. 그러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외국기업의 앞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90년대 초까지 ‘외국앞잡이’ 오명그러다가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장벽이 하나둘씩 걷히면서 국내에도 외국기업이 대거 진출, 헤드헌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헤드헌터에 대한 시각 역시 긍정적인 쪽으로 변해갔다. 96년을 전후해 외국의 유명 헤드헌터가 국내시장에 대거 진출하는 등 국내의 헤드헌팅시장이 양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것도 맥을 같이 한다.97년말 느닷없이 찾아온 외환위기 사태는 고사장에게 한단계 도약할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 다른 분야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이 속출했으나 헤드헌팅 업계는 예외였고, 고사장 역시 많은 걱정을 했으나 위기는 잠깐이고 이내 호기가 찾아들었다. 외자유치 기업이 늘고 기업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헤드헌터를 통해 고급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난 결과였다.『국내 헤드헌터들에게 외환위기는 큰 분수령이었습니다. 기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기업들 역시 인사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하고 투명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여기에다 정부 차원에서도 경쟁력을한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보고 공기업을 중심으로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하도록 장려했습니다.』고사장은 올해 들어 헤드헌팅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외국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았던 국내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채용 의뢰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크게 늘었다. 심지어 성업공사와 한국담배인삼공사 같은 공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채용을 의뢰,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해줬다.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체들 가운데 헤드헌터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뽑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고사장은 일종의특수를 누리기도 했다.『외형적인 수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과 해당 정부부처(노동부) 담당자들의 인식변화지요. 특히 정부쪽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 법규를 정비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어 업체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헤드헌팅 업계의 앞날이밝다고 봐야 하겠지요.』고사장은 평소 고객들과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도일단 계약을 맺은 고객들한테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 결과다.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단골이 어느 업체보다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사람을 추천하는 업종인만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의뢰받은 일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을 발굴해 정해진 기간 안에추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아울러 채용이 확정될 때까지회사와 개인의 의중을 최대한 파악해 양측의 의사를 조율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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