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화 가속 '브랜드 전쟁' 한창

부동산 랜드ㆍ부동산뱅크 등이 주도 ... 외국계업체도 가세

부동산 중개업체의 프랜차이즈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부동산경기 회복과 공인중개사의 대량배출에 힘입어 올들어 프랜차이즈업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체인들은 대형화하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랜드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 등 토착 프랜차이즈 중개업소 외에 센츄리21, ERA코리아 등 외국계 중개체인의 공세도 거세다. 부동산 중개업 시장에서도 브랜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프랜차이즈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우선 최근 2, 3년간 침체를 면치못했던 부동산경기가 기지개를 켜는데 큰 힘을 얻고 있다. 폐업했다가 다시 문을 여는 중개업소나 새로 들어서는 업소들이 프랜차이즈를 선택한다.부동산 중개사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프랜차이즈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막바로 취득하고 점포를 내는 중개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프랜차이즈 상호를 내건다. 프랜차이즈운영업체로부터 영업활동 매뉴얼과 매물정보 등을 지원받음으로써 경험부족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서이다.가장 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거느린 부동산랜드의 경우 11월 현재 가맹점만 전국적으로 6백6개소에 달한다. 94년부터 팩스뱅크라는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 팩스로 회원들간에 정보를 교류하는 사업을 해왔다.◆ 태인, 경매관련 주로 알선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부동산뱅크도 올해 초 가맹점이 크게 늘어 현재 2백76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부동산뱅크는 특히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안에서는 부동산뱅크라는 상호의 체인점이 하나 이상 들어서지 않도록 관리해주고 자체 발행 잡지를 통한 매물광고와 홍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1백30여개의 가맹업소를 가진 부동산써브도 올들어 하반기에 가맹점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회사는 부동산경제연구소를 통해 부동산거래업무와 개발컨설팅을 함께 하고 있다.89년부터 태인컨설팅을 운영하면서 경매를 주로 해온 태인은 경매의 취득 알선이 가능한 7개 지사와 30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는 가맹점수는 적지만 모니터 역할을 하는 준가맹점이 1천개 업소를 웃돈다. 『지사의 경우 법인이라 경매를 알선할 수 있고 지사별로 3인 이상의 공인중개사가 있어 전문화된 부동산컨설팅을 할 수 있다』(전용기 태인 기획팀장)는 것이 이 회사 프랜차이즈가 내세우는 강점이다.이밖에 부동산플러스 M21도 프랜차이즈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개체인들이다.96년 1월부터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외국계체인 ERA코리아와 센츄리21의 경우 가맹점수는 1백40개에서 1백50개 업소 정도. 대형아파트와 대형빌라가 있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지역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외국계체인과 업무제휴형식으로 돼 있어 국내법인이기는 하지만 선진 영업기법과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점에서 국내프랜차이즈체인에 앞서고 있다. 『해외거주 경험이 있는 고객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고 법인고객 사이에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센츄리21 관계자의 설명이다.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프랜차이즈체인에 가입하는 가맹점은 대개 2백만원에서 3백만원 정도의 가입비와 월회비를 낸다. 센츄리21이나 ERA코리아같은 외국계체인은 가입비가 1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부동산 중개업소의 프랜차이즈화 경향이 가속화되는 것은 부동산시장에서도 브랜드가 중요시되는 추세와 관계가 있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중개업소는 고객의 재산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시하고 이 때문에 알려진 상호의 중개업소를 찾는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고객유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뱅크의 한경희팀장도 『중개업시장에서도 브랜드파워가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보다 많은 매물정보를 프랜차이즈업소간에 서로 교환함으로써 중개업무의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도 중개인들이 프랜차이즈체인을 선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체인업체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물정보와 시세관련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맹점간에 매물정보를 수시로 올리고 서로 교환 협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비자들로서는 여러 중개업소를 다니지 않고 한곳에서 보다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또 프랜차이즈 운영업체는 가맹점에 업무 및 매물관리프로그램이나 계약양식 등 매뉴얼을 지원하기 때문에 중개업무가 체계화하고 균일화하는 경향이 있다. 업소마다 계약서 형태도 다르고 거래관행도 달라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일이 적어지는 것이다.◆ 가맹점간 영업지역 중첩 큰 애로그러나 프랜차이즈체인이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 수준은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프랜차이즈체인 가맹점 사이에 영업지역이 중첩돼 브랜드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 프랜차이즈체인에 가맹한 중개사의 경우 『가입비에 비해 제공받는 서비스가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가맹점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간의 경쟁심화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를 보고 프랜차이즈업소를 선택하지만 정작 거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해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또 법정수수료와 무관하게 지불해야 하는 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김태호 사장은 『대고객 서비스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수수료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써브의 이승용 홍보팀장은 『프랜차이즈업체간 다른 체인을 물리치기 위한 전략보다는 제도변화 등에 대응해 공동으로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 전용락 부동산박사 사장"중개인간 정보 교류 활발해야 생존"『부동산 중개업무에서는 중개인간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서로 정보를 주고 받아야 고객에게 보다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중개인의 활동범위도 넓힐 수 있거든요.』최근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든 부동산박사의 전용락사장은 사업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부동산중개에서도 이제는 보다 많은 물건과 정보제공이 관건이 되고 있어 중개업소간 배타적 영업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중개인에 대한 신뢰제고도 그가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다.전사장은 외국 중개법인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되면 대형화로는 이들과 승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여건 등 세세한 정보와 틈새시장의 영업력에서는 국내 업체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후발프랜차이즈업체인 부동산박사로서는 대형화보다는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특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또 중개업소 사이에 매물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 상가분양 등은 업소간 공동으로 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맹점도 믿을 수 있는 중개인 위주로 조심스럽게 늘려가겠다는 것이다.10여년간 중개업무를 해온 전사장은 부동산중개인을 부당하게 수수료 이익만 챙기는 인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빨리 수수료가 현실화돼 정정당당하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야 부동산중개시장이 건전해진다고 본다. 전사장은 이를 위해 중개인의 의식전환도 중요하지만 고객 역시 부동산을 투기대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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