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전자업체 진입 박차"

▶ 창립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30년전 고이병철회장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당시 한국전자통신과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이 현재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내가 삼성에 입사한 것이 66년인데 전자사업은 창립과정부터 관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사가 내 개인의 성장사이기도 해 감회가 새롭습니다.▶ 올해 매출과 이익 전망은 어떻습니까.매출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수출이 지난달에 이미 1백1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내수도 늘어 연말까지 매출 25조원, 당기순이익 세후 3조원에 달할 것 같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반도체의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상 최고의 순익을 기록했던 95년 50% 규모이던 것이 올해 25%선이니까요. LCD는 10%,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이 25%, 컴퓨터 등 정보가전 부문이 40% 정도입니다. 앞으로 반도체와 LCD 35%, 정보통신 30~35%, 정보가전 30~35%의 매출구조를 갖도록 각 사업부문을 육성해나갈 방침입니다.▶ 중국의 WTO 가입, 일본 경기와 엔화, 환율 등 기업 환경의 변수가 많습니다. 내년도 실적을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중국의 WTO 가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단은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생각입니다. 일본 경기나 환율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회사의 호황은 부실, 즉 적자 원인이 제거된 상황에서 반도체는 물론 LCD와 통신이 주도하고 정보가전과 해외사업의 흑자전환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수는 많지만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도 경영실적 호조는 지속될 것 같습니다.▶ 반도체사업이 아직까지는 메모리분야에 치중해 있는데요. 사업기반의 취약성으로 중장기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라면.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는 비메모리 사업의 비중을 높여 왔습니다. 올해부터 3년 계획으로 비메모리 분야에만 10억달러를 집중투자하고 있으니까요. 반도체시장이 저점으로 내려갈 것에 대비해서입니다. 비메모리 분야의 주력사업인 알파칩 복합칩 주문형 반도체사업이 내년부터 안정기조에 들어가면 반도체중 매출 비중이 25%에 달할 것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분야 역시 시장상황이 아무리 나빠져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제품은 원가와 제품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까지 저점을 보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부분의 일본 메모리 업체가 대규모 적자를 보인 반면 우리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걸 증명합니다.▶ 일본의 전자업체는 완성품이나 세트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대표되는 부품분야에 강점이 있습니다.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한다는 면이나 부가가치라는 측면에서 한국전자업체도 세트부문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반도체와 LCD에 가려서 그렇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세트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말 기준으로 전자레인지와 모니터 CDMA 휴대폰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이지요. TV와 VCR, 캠코더는 5위입니다. 일본업체나 서구업체에 비해 브랜드 파워에서 뒤지는 점은 인정합니다. 사업진출 자체가 20∼30년 뒤졌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전세계 전자업체는 디지털로의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같은 후발업체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이지요.▶ 외국 증권분석가들이 삼성전자 주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적정 주가가 얼마라고 보십니까.사실 외국에서는 증시에서의 시가총액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또 주가는 종업원의 사기와 관련되기도 해 우리는 주가에 신경을 쓰는 편이지요. 증권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내재가치에 경영실적이 반영되면 40만원 이상까지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뉴욕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지요.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자본조달을 국제화하기 위해서도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2002년쯤 상장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분기별 연결재무재표 공시 등 선결과제가 많습니다. 현재 제반 시스템을 이에 맞춰 정비중인데 여건이 되는대로 상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외국인 지분이 45%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 경영권 분쟁 등의 소지가 될 수도 있는데요.계열사 지분이 28%라지만 우리사주가 많습니다. 또 의결권이 없는 그룹계열 금융기관이 가진 지분도 10% 정도입니다. 실질적인 우호 지분은 13∼14%수준이지요. 솔직히 말해서 외국인이 적대적 M&A라도 하려들면 막을 재간이 없습니다. 결국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최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로드쇼를 갖고 있는데요.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디지털 선도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삼성전자의 디지털 붐을 조성하기 위해 로드쇼를 하고 있지요. 이달 초 미국 뉴욕에서 벌인 로드쇼에서는 현지 관계자들이 우리의 디지털 컨버전스제품을 보고 놀라더군요. 현지 언론과 분석가들을 초청했는데 유력 언론인 비즈니스위크,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포천 등과 동시에 인터뷰를 가질 정도였습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디지털비전을 선포했는데요. 디지털사업에 대한 전략은.최근 디지털화에 따른 정보화, 글로벌화, 소프트웨어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은 디지털TV 등 홈 멀티미디어와 무선단말기 등 모바일 멀티미디어, 스마트카드 등 퍼스널 멀티미디어 3개 멀티미디어세트분야와 반도체 LCD 등 핵심부품을 포함, 4개 영역의 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사업전략이 결국 뉴밀레니엄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그렇습니다. 21세기에 세계 3대 종합전자업체로서 디지털화를 선도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마케팅전략이 뉴밀레니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핵심 원천기술과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2005년 기준으로 국내외 매출 70조원, 선진업체 수준의 고수익률 창출, 부채비율 50% 미만, 기업가치 1백20조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세계 3대 전자업체가 됩니다. 양적으로만 3위가 아니라 질적으로도 세계 3대전자업체로 올라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Profile이력서로 본 윤사장은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털털하고 소탈한 웃음의 소유자로 친근감이 가는 스타일이다. 형식주의 권위주의 고정관념을 무척 싫어해 출장시 공항에 아랫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윤사장은 40대 초반에 대표이사를 맡는 등 전자업계의 차세대 주자로 엘리트코스를 걸어왔다. 그룹내에서는 회장단을 제외한 사장단에서는 가장 선임이다. 윤사장은 메모광으로도 불린다.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이었던 80년대 발언 기록을 복원하는데 윤사장의 색바랜 메모노트를 활용했다는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최고경영자로서 그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현장경영을 중시해 국내외 사업장을 1년에 한 두번씩은 다 돌아본다. 품질은 회사의 양심이며 회사존립의 근원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또 「최고경영자는 3, 4년안에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묘목사업과 5∼10년 후 주력사업이 될 씨앗품목을 찾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최고경영자론이다. 급변하는 정보혁명 한가운데 놓인 전자산업계에서 그의 이같은 철학이 바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윤종용 사장은 4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66년 서울대 공대(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공채 7기로 입사했다. 69년 창립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몸을 담아 도쿄지점장 TV사업부장 종합연구소소장 등을 거쳐 92년 가전부문 대표이사가 됐다. 삼성전기와 삼성전관의 대표이사 사장도 역임했으며 96년 12월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와 대표이사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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