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단속

강원도 길을 달리다보면 곳곳에 「낙석주의」란 표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인은 미리 나오는 것이 아니고 위험한 장소 바로 그곳에 놓여 있다. 참 황당한 일이다. 돌이 떨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조심을 하라는 말인가. 돌에 맞아 죽으면서 알고나 죽으라는 얘기와 무엇이 다른가. 이 표지를 보면 예전에 들었던 충청도 부자(父子)의 얘기가 생각난다. 낙석을 발견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부지, 돌 떨어지유』하고 말했지만 워낙 느리게 말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그런 얘기말이다.국도를 달리다 보면 「사고 많이 나는곳」 이란 표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요즘은 그것으로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사고로 사망한 지점」이란 살벌한 사인마저 볼 수가 있다. 섬뜩하지만 그렇다고 「아, 여기서는 특별히 운전을 조심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은 안든다. 그런 사인이 있는 곳을 보면 대부분 구조적으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게끔 되어 있다. 갑자기 차선 하나 없앤 곳, 가로수에 표지판 숨겨 놓은 곳, 언덕 넘자마자 횡단보도 만든 곳,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을 바짝 붙여 놓은 곳, 헷갈리게 표지판 만들어 놓은 곳, 갑자기 갈라지는 양갈래길 등. 우리나라 교통표지판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은 알아보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보는」 철저한 생산자 위주 사고방식으로 만든 것이다.낮이나 밤이나 주말이나 주중이나 할 것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바뀌는 신호등은 시간에 대한 코스트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새벽 2시에도 횡단보도 신호등은 버젓이 파란불로 바뀌고 그 앞을 지나는 운전자는 고민을 한다. 심지어 그 시간대에 규칙을 잘 지킨다고 방송국에서는 상까지 준다. 짧은 좌회전 신호로 좌회전 차선은 길게 늘어서 있고 참지 못한 운전자가 옆 직진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곳에서 단속을 한다. 직진차선은 뻥뻥 뚫리는데 좌회전 차선에 길게 차가 늘어서 있다면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다. 지키는 사람을 고용할 돈으로 시간대별, 교통량별로 유연한 신호등 시스템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제일 원시적이고 하기는 쉽지만 효과는 없는 것이 바로 감시와 단속이다. 걸핏하면 「음주운전 집중 단속」, 「청소년 유해업소 출입 단속기간」, 「물가 단속」 등 헤아리기 어렵다. 음주 운전자를 일정기간 동안 집중 단속한다고 알리는 것은 다른 때는 얼마든지 술먹고 운전해도 좋지만 제발 이번 단속 기간에는 피해 달라는 얘기로 들린다.청소년이 유해업소를 출입하는 것을 단속하는 기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기간을 제외하면 언제든지 이런 업소에 출입해도 좋으니 이번 단속기간만 피해달라는 것 아닌가. 개선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나빠지는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원시적인 것이 많다. 왜 그것을 하는지, 그것을 할 때 효과가 무엇인지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점을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으로 인한 현상을 해결하려고 애쓴다.사고가 자주 나면 왜 사고가 나는지를 생각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놔두고 「사고다발지역」이라고 표지만 붙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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