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레이션 단기화로 금리 상승 대응... 우량채권 집중 투자
『채권시가평가의 운용성과는 펀드매니저의 정확한 금리예측 능력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상윤 동원BNP투신 채권운용부장의 주장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연초에 비해 금리가 2배이상 상승한 국내 증시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실제로 이부장이 운용하는「밸류장기공사채 2호」도 정확한 금리예측에 근거해서 삼성채권지수(SBI)를 4배이상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SBI는 1.67% 상승한 반면 이 펀드는 6.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SBI는 주식시장의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와 유사하다. 채권투자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시장가치로 가중평균해서 구한다. 즉 표면이자 수익과 이자의 재투자 수익 그리고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을 모두 반영한다. 1998년 12월 31일 기준시점(지수=100)으로 삼고 있다.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SBI가 상승했다는 것은 재투자 수익률과 표면이자 수익이 금리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동원BNP투신의 채권운용 철학은 「밸류장기공사채 2호」의 운용전략에 압축적으로 녹아 있다. 동원BNP투신의 채권운용부는 채권편입비율조정과 우량채편입 그리고 듀레이션의 단기화 등으로 금리상승에 대응했다. 이부장은 대우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부가 채권안정기금을 통해 시중금리를 억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내외 요인에 의해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 회복 속도도 가팔라 적극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했다.』◆ A등급 회사채, 84% 차지이같은 판단아래 가장 먼저 채권편입 비율을 낮췄다. 이부장은 8월 평균 46.83%에 달했던 채권편입 비율을 의무편입 비율 수준으로 낮췄다. 11월 평균 채권편입 비율은 41.05%였다. 대신 정기예금 CD 기업어음의 비율을 높였다.(표3 참조) 유동성 자산을 6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 자산은 금리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다. 또한 안정적인 현금수입을 제공한다. 금리변동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장치인 셈이다.채권편입비율을 최소수준으로 낮췄지만 대신 초우량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편입채권의 신용등급을 보면 국채 지방채 통화채 공사채 등이 전체 채권의 53%를 차지한다. 나머지 회사채도 모두 투자적격 등급이다.특히 회사채중 A등급 이상이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기존 투신사(증권사)들의 채권편입 전략과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투신사(증권사)들은 고객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고수익률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대우채권 등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회사채를 대량 편입했다. 연 2% 정도 더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다가 원금까지 날리게 됐다. 상대적으로 동원BNP투신의 채권선정기준의 엄격성은 돗보였다. 금감위 발표에 따르면 대우채권 편입비율이 0.68%로 제일 낮았다.이들 우량채권은 유동성이 풍부하여 스프레드(매수금리-매도금리)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11월말까지 적극적인 채권매매로 얻은 자본이득이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을 상쇄하고 있다.동원BNP투신은 금리상승을 예상하고 채권의 듀레이션(Duration)을 짧게 유지했다. 이 펀드는 국채선물 CD금리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듀레이션을 통해 금리변화에 대응한다. 편입채권의 듀레이션은 5월의 3.151년을 정점으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11월에는 1.458년으로 줄어들었다. 금리상승에 따른 평가손을 줄이겠다는 취지다.듀레이션은 금리가 1% 움직일 경우 채권가격의 변화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만기가 길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진다. 또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상승(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상승)폭이 커진다.이같은 원리에 따라 「밸류장기공사채 2호」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편입채권의 듀레이션을 줄였다. 즉 장기채권보다는 통화채나 잔존만기가 짧은 국고채 등의 비중을 높였다. 편입채권의 듀레이션이 줄어들면서 펀드의 전체 듀레이션도 짧아졌다. 펀드듀레이션을 1년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금리상승에 따른 펀드의 기준가격 하락폭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이같은 전략으로 「밸류장기2호 공사채」는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크를 4배 이상 상회하는 실력을 올릴 수 있었다. 이부장은 내년 7월부터 채권시가평가의 전면 실시로 『채권형 펀드도 원금을 손실볼 수 있다』며 『금리예측능력과 우량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투신사를 선택하는 것이 투자실패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동원BNP투신의 채권운용부는 모두 4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밸류장기공사채 2호」를 포함해서 2조6천5백억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중에서 4천5백억원이 시가평가를 적용받고 있다. 시가평가채권이 전체 운용채권의 17%로 국내 투신사중에서 가장 높다. 시가평가펀드의 운용성적도 최상위권이다. 전체 시가평가펀드의 운용성적은 SBI를 2배 이상 상회한다. 11월말 현재 7.64%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이부장은 『정확한 금리예측을 위해 제휴사인 BNP사로부터 각종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우량채권 위주로 운용하더라도 시장초과수익률을 올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또한 이부장은 『채권도 주식처럼 금리변동이나 기업부도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위험자산』이라며 『내년 7월부터 시가평가가 도입되기 때문에 운용능력이 뛰어난 투신사를 선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