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E마트, 매출 증대 견인차...인터넷쇼핑몰 사업등 이익경영 주력
「유통업계 랭킹 3위인 신세계백화점이 2000년대 유통업계를 리드한다?」 롯데, 현대백화점 등 굴지의 유통업체가 신세계 앞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가설은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른다.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의 재무구조 개선 행보나 최근의 경영 움직임을 보면 이 「가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사관학교」로 불리는 인재훈련시스템, 저돌적인 다점포 전략, 철저한 이익 위주 경영 등이 2000년대 신세계백화점을 밝게 보게 하는 요인이다.신세계백화점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재무구조다. 최근 삼성생명의 상장이 거론되면서 신세계가 보유한 2백70만주(14.5%)의 지분가치가 부각되었다. 현재 장부가격이 52억원(주당 1천9백25원)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 상장시에는 막대한 특별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신세계백화점측에서는 주당 70만원선에 상장 또는 매각할 경우 1조9천억원 상당의 차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업태 개발·다점포 전략 ‘적중’삼성생명 주식과 관련짓지 않더라도 신세계의 자금력은 탄탄하다. 11월1일 1천5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97년1월 이전 취득한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세계백화점의 부채비율은 2백29%에서 1백90% 수준으로 낮아지고 자금 조달도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근래들어 순이익이 급증했다는 점 또한 신세계를 「뉴 밀레니엄 리딩 백화점」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다. 올 반기 순이익만 1백46억원, 연말까지 3백억원 이상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이는 지난해 순이익 60억원에 비해 5백% 늘어난 규모로, 지난 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후 최대 이익폭이다. IMF 그늘 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매출 증대의 견인차는 할인점 부문이다. 신세계는 지난 93년 국내 최초의 한국형 할인점 「E마트」를 선보인 후 6년만에 전국에 20개 점포를 개점,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등 2003년까지 전국에 62개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 총 매출 목표액은 6조원.E마트의 성장세는 늘어나는 점포 수에 비례하더니 급기야 지난해부터 백화점 부문 총매출을 뛰어넘은 상태다. 올해부터는 그 차이가 더욱 벌어져 2003년경에는 E마트의 매출이 백화점 부문의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E마트의 선전은 신세계의 이익 증대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월마트, 까르푸, 코스트코홀세일 등 세계 유수 할인점들이 국내에서 기를 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최근 한국신용정보와 미국계 증권회사 CSFB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E마트 등 한국산 할인점의 영업 전략이 자본을 앞세운 외국업체의 공세를 무난히 방어할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낸바 있다.◆ PB상품 판매 1백% 이상 신장실제로 E마트의 지난해 매출액(8천9백91억원)은 까르푸와 월마트의 매출액을 합친 액수(6천2백21억원)를 크게 능가한다. 적극적인 신업태 개발과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다점포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이와 함께 신세계는 새 천년 성공을 위해 이익 위주 경영전략을 마련,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넓은 진열공간과 배달 등의 부담이 따르는 가전제품 매장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적자 운영해온 천호점은 내년 1월부터 E마트로 변경할 방침이다.또 배송 등에 비용이 많이 드는 통신판매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자회사인 신세계I&C를 통해 인터넷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즉 경쟁력 있는 사업에만 주력한다는 전략이다.「고품질·중저가」를 내세우는 PB(Private Brand)상품에 대한 기획과 판매에 정성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백화점들이 PB상품 생산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인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총 14개 PB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게다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1백% 이상 신장했고 지방 백화점, 쇼핑몰에 개별 입점하는 개가까지 올리는 중이다. 「백화점 고유 브랜드」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독립 사업영역을 확보한 것이다.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2월1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백화점 부문과 할인점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던 대표이사 체제에 공통부문 대표이사를 신설했다.구학서 부사장을 공통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주주총회, 이사회 등을 관장토록 했으며 김진현 백화점 부문 대표, 황경규 할인점 부문 대표는 현업에만 전념케 했다. 책임경영과 독립경영이 한층 강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또 21세기 경영체제를 갖추는데도 의의가 있다.◆ 2000년대 업계 1위 자리매김 ‘자신’신세계백화점이 세운 21세기 중장기 경영전략은 크게 세가지다. △ 유통부문 1위를 고수하기 위한 핵심경영 △ 수익성 극대화,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견실경영 △ 기업 자생력 확보를 위한 책임경영. 이는 지난 97년부터 수립하기 시작한 중장기 경영전략의 「결정판」 성격을 지닌다. 올해들어 E마트와 함께 경영하던 「프라이스클럽」을 코스트코홀세일에 양도하고 한미은행과 카드사업 제휴를 맺는 등 경영 수익성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이 새 전략에 기반한 것이다.신세계는 수익성 추구를 통해 재무구조와 경영체질이 개선되면 국내 유통 3사의 매출 비중 추이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2000년대에는 신세계가 업계 1위 자리에 올라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신세계백화점 전체가 이러한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연말에는 신세계백화점 CI가 교체될 예정이다. 보다 구체화된 2000년대 비전도 함께 발표된다. 그러나 당분간 변하지 않을 목표는 창립 40주년이 되는 2003년, 「국내 초우량 유통기업」으로 등극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