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제3차 WTO(세계무역기구)각료회의가 비상사태선포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지난달 30일부터 12월3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다.NGO(비정부기구)들의 반대시위로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농업부문 시장개방의 가속화등을 핵심으로 하는 뉴라운드( 99년11월1일자 경제노트 참조)를 출범시켰다. 구체적인 협상은 앞으로 3년여에 걸쳐 진행되지만 각국의 이견이 심해 진통이 예상된다.흔히 「OO라운드」로 불리는 다자간 협상은 주로 국제무역질서의 규범을 새로 정하고 교역증대를 위해 각국이 취해야 할 조치들을 논의해왔다. 지난 60년대의 케네디, 70년대의 도쿄라운드, 지난 85년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 그리고 이번의 뉴라운드가 같은 맥락에서 이어지는 국제간 협상이다. 그러나 60∼70년대에 이어졌던 협상과 85년부터 시작된 우루과이 협상은 그 내용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즉 그 이전의 협상은 지난 1948년 발효된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내에서 주로 상품교역 확대를 위한 관세인하와 수입규제 등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부터는 상품뿐만 아니라 농산물 및 서비스교역 그리고 지적재산권 등 무형재산까지를 포괄하는 시장개방 문제가 주류를 이뤘다. 이번 뉴라운드 역시 21세기의 새로운 교역질서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농산물시장의 조기개방등이 주내용이다.특히 우루과이라운드의 특징은 WTO(World Trade Organization)체제의 탄생을 들 수 있다. 지난 95년1월1일 발효된 WTO협정에 의해 새로 탄생된 WTO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기구다. 종래의 GATT 체제하에서는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가지고 있었을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구는 아니었다. 예컨대 특정국가간 분쟁이 생기면 당사자간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WTO에 제소하고 여기에서의 판결이 나면, 그 결과는 당사국은 물론 다른 회원국들에까지 구속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국제교역질서가 GATT 체제에서 WTO 체제로 바뀐 것이다. WTO협정에는 현재 1백35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31개국이 가입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최고 의결기구는 회원국 각료회의로 이번 시애틀회의가 3번째다.이같은 변화의 당위성은 국제간 교역의 내용과 행태가 변화하면서 수입규제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 이를 시정하는 동시에 국제무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표면상의 이유 못지않게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강대국의 논리다. 주로 논의되고 있는 서비스 및 농산물 시장 개방은 선진국에 유리한 분야다. 이 분야의 시장개방을 확대하자는 것은 선진국들의 개도국시장 석권과 다를바 없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농산물만 해도 우리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따라서 시장이 개방되면 수입농산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떤 위험이 있는가. 농가 수입 감소는 물론이고 비상시 수입이 제대로 안되면 굶을 수밖에 없는 사태에 직면할 여지도 없지 않다. 소위 식량안보의 확보 차원에서 큰 구명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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