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천원' 시대 다시 온다

서울 외환시장이 때아닌 「달러화 홍수」로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움직였으나 지난주엔 1천1백20∼1천1백30원대까지 급상승했다. 일부에선 1천원대 진입을 점치기도 한다. 무역업계는 이대로 가다간 수출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장사가 된다며 아우성이다.정부는 원화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1조3천억원 어치의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 외환수급 대책을 펴고 있다.그러나 원화가치 상승추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게 외환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최근의 원화절상은 상당히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있다.일단 현상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오고 있는게 원화절상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요인은 다양하다.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은 6월부터 넉달동안 순유출됐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한국을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10월 5억7천만달러를 시작으로 11월엔 25억8천만달러나 순유입됐다.한국경제를 짓누르던 대우문제가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자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3/4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12.3%에 달할 정도로 한국경제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게다가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는 11월중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 동시에 추가 상향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무디스도 조만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호조에 외국자금도 대거 유입이같은 상황에서 원화절상 기대심리가 형성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도 1천2백원을 막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화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원화절상이 일어나면 외국인 주식자금은 환차익마저도 건질 수 있다. 연말이면 Y2K(컴퓨터의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 때문에 국제자본의 한국유입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외국인 주식자금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12월 들어서도 외국인 주식자금은 왕성하게 한국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여기에 힘을 얻어 단기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금도 한국 외환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은 연말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끌어내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줄줄이 외자유치를 성사시키고 있다. 이달에만 15억달러 이상의 외국자본이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이같은 자본 유입에 더해 경상수지도 대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다. 경상흑자는 1999년에 2백30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1백억∼1백50억달러 안팎의 경상흑자가 가능하리란 관측이다.그래서 원화절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폭으로 이뤄질 것이냐다. 상당수 외환전문가들은 「1달러당 1천원」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한국금융연구원 임준환 연구위원은 『자본 경상 등 민간부문의 국제수지가 불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외환개입을 하든지 절상을 허용하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분위기로 봐서 정부는 외환개입에 한계를 느끼는 듯하다.홍기석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원화절상은 수출 물가 자산가격 등을 다소 진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며 『내년중 원화가치가 1천∼1천50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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