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무기로 종합통신사업자 ‘입성’

3년만에 국제·시외전화, 인터넷 서비스 … 경쟁보다 협력 강조

제3 시외 및 국제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의 장상현 사장(64)은 「조용한 실천가」다. 그는 상공부 및 동력자원부 차관,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을 포함, 30여년을 공직에만 있어 첨단 정보통신분야엔 다소 낯설다.하지만 그가 생소한 통신분야 온세통신의 사장으로 앉은지 3년여만에 이 회사의 기반을 다진 모습을 보고 주위에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튀지 않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그만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 이같은 성과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지난 97년 국제전화, 올 10월 인터넷 서비스 신비로에 이어 지난 1일 시외전화 서비스를 개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종합정보통신 사업체로서 온세의 자리를 굳혔다.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등 기존 경쟁사업자들이 십수년에서 수십년을 거치며 만들어온 일을 단 3년여만에 일단락짓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모습을 내세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업종 경영인 조언 귀담아『지난 1일 시외전화 개통식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한국통신과 데이콤에 고맙다는 인사말이었습니다.』장사장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한통과 데이콤에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다. 온세통신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국제·시외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까지 포괄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사업자들의 노력과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튀기보다는 인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그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존과 협력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북통신 사업의 단독업체로 선정돼 1단계 금강산 관광통신 사업을 추진한 것이 온세통신이다. 그러나 장사장은 대북통신 사업의 중심 축은 한국통신이라고 단호히 말한다.『대북 통신사업과 같은 국가적 사업은 그간 국내 통신사업을 이끌어 온 한국통신이 맡는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여기에 온세통신이 협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겠죠.』기업의 사장으로서 말하기 쉽지 않은 진실된 부분이 엿보인다. 경쟁사업자인 한통에 대한 그의 인식은 「큰 흐름」을 볼 줄 아는 그의 안목을 보여주고 있다.그는 또 관료출신답지않게 인화를 최고의 경영 덕목으로 삼고 있다. 『상공부 근무 시절 말을 삼가지 못했었지요. 하고 싶은 「곧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기업으로 옮긴 후 그는 주로 말을 하기보다 듣는 쪽으로, 조언을 하기보다 조언을 구하는 쪽으로 변했다. 그의 조언자들은 그와 비슷한 이력을 지닌 관련업계 사장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이 SK텔레콤 사장 재직시 장사장은 수시로 그에게 전화를 해 조언을 구했다. 그의 1순위 카운슬러였던 셈이다. 장사장이 상공부 차관시절, 과기처 차관이었던 서장관과는 차관회의시 옆자리에서 일하던 인연이 통신업계까지 이어진 것이다.언론인 출신인 신세기통신 정태기 사장도 그의 조언 파트너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엔 체신부 차관 출신인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과도 통신업체 경영과 관련한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한다. IMT-2000 컨소시엄 구성 후엔 더욱 자문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모르는 것을 묻어두기보다는 가까이 있는 「스승」을 찾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같은 그의 성격은 온세통신이 짧은 기간 동안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지난 97년 국제전화 서비스 출범과 함께 불어닥친 인터넷폰 열풍과 별정 사업자들의 출현으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럴 때일수록 사업의 큰 흐름을 읽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변화에 순응해나갔다. 이같은 노력으로 올해 들어 국제전화 부문에서 14%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그는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그러나 회사 설립 당시 각각의 색깔을 지닌 직원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모은 힘은 장사장의 몫이었다. 온세는 출범 당시 9개 주요주주들이 동일한 지분으로 설립한 국제전화 사업자였다. 색깔이 많은 만큼 그 융합에도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다.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직원들을 융화시키는데 장사장은 성공했다. 지난해 그의 3년 임기가 끝난 후 주주들은 그를 새 천년의 첫 대표이사로 3년간의 시간을 더 보태줬다.◆ 신비로 인수, 인터넷 사업 박차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2001년까지의 시간을 온세통신을 완전한 인터넷 기반의 종합정보통신 사업자로 탈바꿈시키는데 보낼 계획이다.그 첫 작업은 이미 지난 10월 현대정보기술로부터 인터넷 부문인 신비로를 인수함으로써 시작됐다. 또한 10월말 코스닥 등록 신청을 냈고, 이달말쯤 허가가 나면 내년 2월엔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와 시외전화를 아우르되 인터넷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그의 경영전략이다.『가장 어려웠던 점이요? 너무나 급변하는 인터넷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사업허가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사실상 의미를 잃었습니다. 당시 예상했던 세상은 이미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으니까요.』그는 요즘도 하루에 10여건의 약속을 만들어 놓고 수시로 사람들을 만난다.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접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가능케 하는 것은 젊을 때부터 다져온 체력 때문이라고 말한다.그가 못하는 운동은 「배구」다. 배구를 제외하곤 못하는 운동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산을 좋아해 70년대엔 「물돌뫼(물과 돌과 산을 즐긴다는 뜻)」라는 산악회를 조직, 수시로 산을 찾았다. 또 정구는 무릎을 다치기 전까진 수시로 즐기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였다. 요즘은 골프(핸디 12)와 바둑(3급)으로 체력과 정신을 단련한다고 한다.『2000년대 온세통신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가 던지는 2000년대의 의미심장한 포부다.★ 온세통신은?제3 시외 및 국제전화(080) 사업자로 최근엔 현대정보기술의 인터넷 서비스 부문인 신비로를 인수.·주요주주(12월9일 현재) : 현대그룹 (29.7%), 롯데그룹(9.0%), 일진(12.1%), 고합(6.0%), 동아(5.7%), 한라(7.8%), 해태(6.0%), 한전(4.1%, 지분매각 미정리분 포함) 등·주요 사업 부문: 국제·시외전화, 인터넷 서비스·총 직원수: 5백98명·자본금: 2천1백억원·올해 영업실적(추정치): 매출 1천5백억원·2000년 점유율 목표: 국제 18%, 시외전화 5.7%·주요 수상 경력: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건 주립대 주관 99년도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업체로 선정·미래준비 사업: IMT-2000(차세대이동통신), UPT(Universal Personal Telecommunications, 종합개인통신) 서비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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