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대여 대중화 '선구자'

약혼복부터 당의까지 종류 다양... 국제행사 도우미 통해 홍보

한복만큼 아름다운 옷이 있을까.해외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는 느낌이다. 밀라노나 파리의 패션쇼 등에 등장하는 별의별 희한한 디자인의 옷도 고운 색상과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한복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 주재하다가 귀국하는 외교관이나 상사원 부인들이 한복을 한벌씩 장만해 가방속에 챙기는 것은 단지 한국에서 살았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다.게다가 고운 꽃신을 신고 손가방을 갖춘뒤 나들이하는 모습은 선녀같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일상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으나 결혼식 폐백이나 회갑에서는 여전히 한복을 입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손으로 곱게 수를 넣은 전통 한복은 생각만큼 쉽게 장만할 수 없다. 국산 비단에 손으로 수를 놓은 옷을 맞춰 입으려면 한벌에 50만원에서 2백만원에 이른다. 값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자주 입을 일도 없다보니 선뜻 장만하게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한복대여 사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사하고 기품있는 한복을 빌려주는 사업이 뉴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서울 청담동의 성실교역(대표 이준우·50)의 3층 전시실에는 하루에도 10여쌍의 예비부부가 찾아와 한복을 빌린다. 비단에 수를 곱게 놓은 한복을 「한복미인」이라는 브랜드로 빌려주는 이 회사의 손님은 주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 결혼식 폐백때 입을 옷을 빌리려는 사람들이다. 부모 환갑이나 칠순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가 친척이 한꺼번에 방문해 단체로 예약하기도 한다. 이곳에 전시된 옷은 전통한복연구가 이지영 선생이 디자인한 50여종의 한복 2백여벌.◆ 비단에 곱게 수놓아 인기국내 최대 비단 산지인 진주의 자가공장에서 제직한 원단에 손으로 수를 놓는다. 화려하고 밝은 색감의 꽃무늬가 장식된 옷에서부터 홍색치마와 쪽빛 반두루마기, 단순한 디자인의 평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분홍색 옷에 빨간 숄의 약혼복과 홍색치마의 폐백복 그리고 회갑용 옷 등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디자인돼 있다. 궁중의 상궁들이 입었던 화사한 색깔의 당의도 있다. 손을 다소곳이 안으로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옷이다.이곳이 인기를 끄는 것은 값이 저렴하기 때문. 2박3일 동안 빌려 입는데 6만원에서 12만원선이다. 단품은 6만원이고 꽃신 손가방 등 전체를 빌려 입으면 12만원이다.이준우 사장이 성실교역을 창업한 것은 90년. 경남 합천 태생인 이사장은 어려서부터 인근 진주의 비단산업을 몸으로 체득하며 컸다. 교육도시인 진주는 유명한게 많다. 공기와 물이 좋고 경치도 빼어나다. 맑고 깨끗한 남강과 논개 진주성.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게 비단이다. 국내 비단의 80%가 생산되는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곳의 비단전시관은 외국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30년 동안 비단관련 유통과 한복제조 사업을 해온 이사장이 대여사업을 시작한 것은 올 8월부터. 한복판매를 하다보니 잔칫날만 빌려 입을 수 없을까 하는 고객의 소리를 여러번 듣게 된 것. 무릎을 친 그는 청담동에 매장을 열고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하루 한두쌍이 찾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점차 소문이 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리점 개설 … 전국적 대여 서비스 실시아예 대리점을 하고 싶다는 문의도 이어졌다.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을 상대로 대리점을 개설해주기 시작했다. 서울 삼선교와 분당에 체인점을 열었다. 요즘에는 요청이 전국에서 빗발칠 정도다. 사업성이 뛰어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내년까지는 20개로 늘릴 계획이다. 더 열 수도 있으나 이 정도 이상은 늘리지 않을 작정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2~3개 정도, 나머지 지방도시는 1개씩만 개설해 대리점 상권을 보장하고 동시에 서비스도 제고한다는 생각에서다.이준우 사장은 『웨딩드레스는 빌려 입는게 일반화돼 있으나 한복은 이제 시작』이라며 『한복대여도 2~3년안에 웨딩드레스만큼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혼부부 수요만해도 1년에 40만쌍에 이른다. 신세대는 결혼식 비용을 단 한푼이라도 아껴 멋진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든지 차를 장만하든지 하는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볼때 한복도 순식간에 대여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한복이 국내 전통의류에서 한걸음 나아가 세계적인 패션으로 자리잡게 만들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국제행사 도우미에 대한 대여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생각이다. 우선 내년 10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중소기업자대회(ISBC)에 한복을 협찬키로 했다. 이 대회는 3천명의 외국인과 교포기업인을 포함해 5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중소기업과 관련된 경영자 관료 학자 연구원들이 총집합하는 행사다. 이곳에서 늘씬한 도우미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참가자들을 맞으면 한복의 아름다움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2002년 월드컵 때도 비슷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수십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복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한복사랑에 평생을 바쳐온 그의 꿈이 멋지게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02)344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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