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캐릭터다.』요즘 업계에서는 캐릭터 전쟁이 한창이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어떤캐릭터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매출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제품보다는 캐릭터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과자안에 들어있는 캐릭터 상품을 갖기 위해 먹지도 않을 과자를 구입한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두가지쯤 캐릭터상품을 지니지 않은 10, 20대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만큼힘들다.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제과나 외식·의류업체들이 캐릭터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제는「캐릭터 마케팅」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에따라캐릭터가 산업에 활용되는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끈 후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여러제품의 포장 등에 등장했다. 그러나 요즘 인기를 끄는 캐릭터들은철저히 마케팅을 고려해 창조된다. 캐릭터 탄생과 동시에 인기를 배가시킬 수 있는 각종 콘텐츠도 함께 개발, 「단일 자원, 복합 활용(One-source, Multi-use)」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고 있다.대표적인 예로 「포켓몬스터」와 「토이스토리」를 들 수 있다. 이들 캐릭터의 성공전략을 살펴보자.◆ 전세계적인 포켓몬스터 열풍작년 전세계를 뒤흔든 포켓몬스터 열풍은 캐릭터의 가공할 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등장했던 「꼬꼬마 텔레토비」의 열기도 포켓몬스터 앞에선 맥을 못출 정도다. 포켓몬스터의 시장규모는 게임기와 캐릭터 상품을 합쳐 일본내에서만 작년 한해 4천억엔에 달한다. 전세계적으로는 1996년이후약 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실로 그 위력은 엄청나다. 작년 말 미국 시사주간지 이 「포켓몬스터」의주인공 「피카추」를 올해의 「베스트 인물」로 선정하고 가 어린이용 게임류중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선정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포켓몬스터는 1995년 일본「소학관」의 아동잡지에 연재됐던 만화제목이다. 포켓(pocket)과 몬스터(monster)가 합쳐진 「주머니 속의괴물」이란 뜻이다. 일본 전자게임기메이커 「닌텐도」가 1996년 비디오 게임기와 TV 만화영화, 인형, 카드, 티셔츠 등 캐릭터상품을개발하면서 그 인기는 급상승 무드를 탔다.포켓몬스터 게임은 1백50여개의 몬스터를 확보한 「마스터 트레이너(master trainer)」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롤플레잉 네트워크게임이다. 먼저 한개의 몬스터를 키우고 다른 몬스터와 대결해 승리하면 몬스터의 단계가 올라가고, 상대 몬스터도 갖게 된다. 최종목표는 1백51개의 몬스터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개발회사인 닌텐도가계속 새로운 몬스터를 시장에 내놓고 있어 사실상 끝이 없는 게임이란 것이 매력이다. 1996년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에 2천5백여만개가 넘게 팔려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아이들이 포켓몬스터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1백51마리의 포켓몬스터를 거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편의만화에는 10명 이내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중에서 인기를얻는 것은 서너 개뿐이다. 그러나 포켓몬스터는 1백51마리의 캐릭터들이 모두 사랑받고 있다. 웬만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라면 포켓몬스터 1번부터 1백51번까지의 이름은 물론 각각의 특성까지 줄줄욀 정도다. 그만큼 캐릭터 가치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포켓몬스터 인기의 또 다른 비밀은 캐릭터 상품을 발매하기 전에 철저히 사전준비를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각 나라별 언어와 아이들의취향에 맞게 1백51마리의 포켓몬스터 이름을 지은 것이다. 대표 캐릭터인 피카추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포켓몬스터는 나라마다 이름이다르다. 자그마한 거북이 모양을 한 「꼬부기」의 경우 일본에선 「제니가메」, 미국에선 「스쿼틀」로 불린다.미국의 시사주간지 은 한 아동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아이들은 6, 7세부터 사물을 파악해 지배하려는 열망이 생겨난다. 포켓몬스터는 이런 요구를 적절히 만족시켜 준다』고 포켓몬스터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국내에 포켓몬스터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일본의 많은 어린이들이 만화를 보다 구토증세 등의 발작을 일으켰다는 외신을 타면서부터다. 또 작년 미국에서 개봉된 「포켓몬스터 뮤추의 역습」이 개봉 첫날 1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에진출한 일본 영화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올렸다는 외신도 인기에 한몫했다.포켓몬스터의 상품화권을 위임받은 (주)대원동화가 작년 한해 국내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라이선스 수익만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포켓몬스터 짜장」, 「포켓몬스터 과일카레」, 「포켓몬스터 빵」 등의 식품과 열쇠고리, 인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품이 어린이로부터 청소년에게까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체인 롯데리아도 지난 1월초부터 포켓몬스터 배지를 판촉에 사용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 캐릭터들미키마우스, 도날드 덕, 백설공주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캐릭터를 창조해낸 곳을 꼽으라면 단연 「월트 디즈니」가 선두다. 지난 23년 설립된 디즈니는 피노키오, 인어공주, 밤비, 신데렐라, 피터팬,잠자는 숲속의 미녀, 곰돌이 푸우, 101마리의 달마시안, 포카혼타스, 토이스토리, 노틀담의 꼽추, 알라딘, 라이온킹 등 1천여종이 넘는 만화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디즈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도 적게는 1억4천만달러(91년, 미녀와야수)에서 많게는 15억달러(95년, 토이스토리)의 수익을 창출하고있다. 여기에 각 테마파트와 캐릭터 상품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파악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디즈니의 성공이 「신화」로까지 인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디즈니의 성공요인으로 절묘한 타이밍의 재개봉, 비디오 재출시, 관련 브랜드상품 등 일련의 마케팅기법들도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한 작품이 기획되고제작, 상영되기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된다. 그 기간동안 영화, 비디오, 음반, 캐릭터 등 각 영역별로 세분화된 사업이 동시에 기획된다. 이들은 완구와 게임으로 개발되고 디즈니랜드에 등장하면서 확대재생산을 된다. 마케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각종 팬시용품이나 의류, 신발, 과자 등의 포장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뿐만 아니라 외식업체에서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각종 판촉활동을 도맡아 담당한다.특히 맥도널드는 디즈니랜드와 독점적인 마케팅·판촉제휴 계약을통해 디즈니랜드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전세계에 디즈니 캐릭터 완구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완구 공급업체로 맥도널드가꼽히는 것이 바로 이런 연유다.요즘 디즈니 캐릭터를 이끌고 있는 것은 . 작년 11월미국 주요 언론들이 토이스토리 2의 흥행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토이스토리 2의 흥행성적이 포켓몬스터를 앞섰다는 사실을강조하는 것은 매우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들의 대결이 「미 일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쳐졌을 정도다. 캐릭터산업의 위상을엿볼수 있는 대목이다.월트디즈니의 위력은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디즈니 캐릭터를사용해 출시되는 신발, 의류 등은 그 종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불법 도용되고 있는 캐릭터를 제외하더라도 월트디즈니가 국내에서 매년 벌어들이는 로열티는 작년 한해에만 4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국내 캐릭터 시장 현황국내 캐릭터 시장의 기원은 지난 87년 팬시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U.S.F사의 스누피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한 디즈니의 만화주인공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 갔다. 국산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호돌이를 만든 지난 88년 올림픽. 그후93년 대전 EXPO의 꿈돌이와 아마겟돈, 둘리, 홍길동 등이 인기를 얻으며 각종 의류, 완구 등에서 캐릭터 상품화되기도 했다. 작년 국내캐릭터 시장의 규모는 5천억원 수준. 올해는 9천5백억원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유명캐릭터의 상표도용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1조5천억원에 달하며 2002년이면 3조원대로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국내 캐릭터 시장은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직까지 국내에서 캐릭터 디자인의 개발 발전과 시장규모를 정확히파악, 관리하고 장려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은 첫번째 해결해야 할점으로 꼽힌다. 작년에만 해도 골프스타 박세리나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인형이 나오고 영화 용가리, 쉬리 등을소재로 한 캐릭터도 출시되고 있지만 개발 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홍보나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제품 또는 상품으로의 접목을 통한 상품개발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디자인 개발에만 급급한 채 미디어와 연계성, 자본동원력, 선진화된 마케팅 전략 등을 갖추지 못한 국내 캐릭터 산업은 해외캐릭터 공세에 속수무책』이라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