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쟁점 삼아 한판승부

세금감면 놓고 공화·민주당 입장 차이 커 … 통화·산업정책은 엇비슷

올해 11월9일에 치러질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다. 1월24일 아이오와주의 당원대회를 필두로 뉴햄프셔주, 동북부 연합주, 캘리포니아주를 거쳐 일명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남부 연합주 예비선거를 통해 사실상 대선후보가 결정된다.가장 먼저 예비선거가 치러질 아이오와주의 대의원수는 얼마되지 않지만 항상 미국 대선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아이오와주의 선거결과에 따라 초반 대세몰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현재까지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가장 난맥상을 보였던 공화당 후보는 조지 부시 현텍사스 주지사로 압축된 상태다. 그 뒤를 메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추격하고 있으나역부족으로 보인다.반면 민주당은 현부통령인 엘 고어와 전상원의원인 브래들리간의 경쟁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애초에는 엘 고어의 무혈입성이당연시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브래들리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나타난 각 후보들의 지지도를 감안할 때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엘리자베스 돌(혹은 메케인) 부통령, 민주당은 고어 대통령-브래들리 부통령 카드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현재 양측의 참모진 윤곽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향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들 참모진이 선거공약이나 초기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우선 고어의 인맥으로는 지난해 US & 월드 리포트에 실린 예비내각명단을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국무장관에는 리처드 홀부르크와조지 미첼 전상원 원내총무를 꼽았고, 국방장관에는 놈 딕스 하원의원과 샘 넌 전상원의원을 거명했다. 경제장관으로는 재무장관에는로렌스 서머스가 계속 맡을 가능성이 높으며 연준의장으로는 앨런그린스펀 현의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부시 진영도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화려한 참모진이 포진되어있다. 그 면면을 보면 전직 국방장관인 딕 체리, 국방차관 출신이면서 현재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인 폴 윌포워츠가 국방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외교문제는 스탠퍼드대 부총장인 콘돌리사 라이스,경제정책은 하버드대 출신의 로렌스 린제이가 맡고 있고 연준의장으로는 역시 앨런 그린스펀을 원하고 있다.그러면 앞으로 진행될 선거 레이스에서 쟁점은 무엇인가. 역시 이번선거에서 관심이 되고 있는 경제면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 문제를정확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는 미국경제의 현실파악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현재 미국경제는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금의 호황국면은 1991년3월에 시작돼 무려 1백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햇수로는 10년째다. 다우존스지수도 1896년 처음 선보인 이래로 지난해에는 다섯자리 주가시대에 들어선 이후 올해 들어서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있다.◆ 조지 부시 대 엘 고어 각축 예상경기호황에 힘입어 실업률도 전후 최저수준인 4.2∼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실물과 금융시장, 노동시장간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경제를 두고 「신경제」니, 「골디락스 경제」니 하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경제에 대한 거품우려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저축률은 마이너스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장기호황이 유지되는 것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효과에 기인하는측면이 강하다. 만약 주가가 폭락할 경우 곧바로 경기침체로 연결될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무역적자도 문제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2천4백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무역적자 축소에 노력하지 않을 경우 무려 3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클린턴 시절의 장기호황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대외부문의 희생으로 이룩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그렇다고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최대쟁점은 경제문제이다.과거 미 대통령 선거를 보더라도 경제외적인 문제가 쟁점화되는 경우가 드물다. 더욱이 21세기에는 모든 국제관계가 각국의 경제실리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문제는 앞으로 경제문제가 쟁점화된다 하더라도 1992년 선거 당시와는 달리 미국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무역적자와 거품논쟁이 선거쟁점화될 수 있어도 경기가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문제들을 부각시켜 국민들의표로 연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따라서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와 달리 양당의 기본성향에 충실한선거공약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경제정책 노선은 보수적이고 기업중심이며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적이며 정부 역할을 중시하며 저소득층 복지에 주력하는 정책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경제운영 원리도 공화당은 시장원리와 자유무역에 충실하면서 「작은 정부(small government)」을 지향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미국경제의 안정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하고교역상대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큰 정부(big government)」도 무난하다는 시각이다.대외경제정책에 있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1세기 국제교역질서를 결정한 뉴라운드에 대한 양당간의 견해차다. 그동안 범세계주의(globalism)가 최선의 통상정책임을 주장하는 공화당은 지금의 WTO체제와 앞으로 추진될 뉴라운드 협상에도 적극적인 자세를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기본적으로 민주당도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교역상대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보복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무역적자 문제가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슈퍼 301조와 같은 국내법 조치를 계속해서 활용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기본 성향에 충실한 선거공약 나올듯대외적인 금융정책에 있어서는 전통적으로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공화당은 가격변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부시 후보의 경제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린제이는 「미국경제의 호황이 언젠가는 무역적자 문제 때문에 침체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달러화가 시정돼야 무역적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반면 민주당은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해온 달러고 정책은 지속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처럼 미국 국민들의 저축률이 마이너스인 상황하에서는 강한 달러화 정책을 추진해야 외국자본을 끌어 들일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국경제의 호황세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대내경제정책에 있어서도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미국경제는 건실하며 앞으로 예상되는 부작용도 충분히 조절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미국경제가 장기호황을 보인다 하더라도 저축률 감소,무역적자 확대로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세금감면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여 실물경제를 견실하게 다질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부시 진영의 감세안은 공화당의 당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지난해 미 의회에서 확정된 감세안을 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재정흑자 1조달러중 8천억달러를 감세하여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야한다는 것이다.반면 민주당은 공화당 주장대로 감세를 단행할 경우 소비가 늘어나인플레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클린턴 행정부처럼재정흑자로 정부부채를 줄이고 빈곤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통화정책에 있어서는 공화, 민주 양당이 그린스펀 현 연준의장과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부시, 고어 두 후보가그린스펀의 연임을 주장하고 있고 미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준의장으로 보고 있다.산업정책에 있어서도 양당의 후보들은 정보, 통신과 같은 첨단분야에서 미국의 비교우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미스터 인터넷」으로 불리는 고어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 98년말에 부시 진영이 서둘러 「정보기술자문위원회」를 만든것은 이 분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결국 올해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당이 된다 하더라도이번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돼온 미국경제의 약점이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1세기에도 미국 중시의 사회(America-oriented Society)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 점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미국경제에서 뗄 수 없도록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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