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공모가 계산할 '방식' 부재상태

수요예측제도 제역할 못해 … 증권사마다 업종 가중치도 들쭉날쭉

코스닥등록 예정기업이 공모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의외로 복잡하다. 예전에는 해당 기업(발행사)과 주간증권사가 협의를 거쳐 적정한 선에서 공모가를 결정했으나 지난해 9월 이후 수요예측 방식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수요예측방식이란 등록에 앞서 증권사 등 기관을 통해 미리 필요한 물량과 적정한 가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과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물론 이런 방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단계가 복잡한만큼 이 과정에서 불합리한 면이 많이 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코스닥 공모가에 거품이 들어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코스닥 공모가 산정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가장 큰 문제로는 우선 적정한 공모가를 매길 방법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적정주가를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으나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듯이 공모가 계산법 역시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상당수 증권사들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4대6의 비율로 섞어 공모가를 계산하지만 이마저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특히 지난해 이후 인터넷과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어느 업종에 속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업종에 대한 가중치가 증권사마다 들쭉날쭉해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해당 회사·증권사 협의 공모가 책정도 문제수요예측 과정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공모가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높게 써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 기업들의 최종 공모가가 수요예측을 거치는 과정에서 줄잡아 20~30%씩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최종적으로 해당 회사와 증권사가 협의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것도 거품론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전에 증권업협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공모희망가를 밝히고 수요예측 제도를 실시하는 등 일정한 절차를 밟지만 구속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극단적으로 말하면 양측이 담합해 공모가를 적정가보다 크게 높일 경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현실적으로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해당 회사들이 증권사들을 상대로 공모가를 높여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우려를 낳고 있다.한 증권사의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을 앞둔 기업들 가운데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예정공모가격을 기준으로 주간증권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고객확보 차원에서 공모가를 적정가보다 높게 매기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가와 관련해 신경쓸 일이 거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절차만 제대로 거쳤다면 공모가가 높다고 해서 책임을 추궁당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등록 이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미끄러져도 증권사가 나서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여기에다 증권사들이 사후는 걱정하지 않은채 등록예정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어느 제도든 완벽한 것은 없다. 적으나마 이런저런 문제점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거품을 조장하고 제도의 틀 속에 묶여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코스닥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지금의 코스닥 공모가 산정 방법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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