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계속하되 신사업도 공략

IMT-2000사업·생명공학사업·벤처투자 추진…2004년 기업가치 30조원 키운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철강기업」. (포천)「세계 최고의 금속광업기업」.(포브스) 「전세계 철강기업중 생존능력 최장」.(모건스탠리투자은행)IMF(국제통화기금)이후 한국기업의취약성은 전세계에 낱낱이 들켜버렸고 일본식 경영이 변형된 한국식경영모델은 실패한 경영으로 여겨졌다. 그런 환경에서 한 업종에서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는 기업이한국에서 나왔다. 그것도 공기업이. 그렇다면 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와 그의 경영방식은 충분히주목할 가치가 있다. SK텔레콤과의전격적인 지분 맞교환과 이를 통한IMT-2000사업 진출전략, 벤처사업투자 등 중후장대의 대명사인 포항제철을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변화의 파도타기에 끌어들이고 있는유상부 포항제철 회장(58)을 만났다.●지난해말 신세기통신 지분을 SK텔레콤 지분과 전격적으로 맞교환했습니다. 포철이 통신사업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는 일부 시각도있습니다.통신사업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오히려 IMT-2000사업에 본격적으로뛰어든 것입니다. 신세기통신 지분(27.6%)과 SK텔레콤 지분(6.5%)을맞교환(Equity Swap)했다는 점을주목해주십시오. 아시다시피 신세기통신 자체로는 IMT-2000사업권을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IMT-2000사업권자로 유력시되는 1위 업체 SK텔레콤과 합병함으로써 신세기통신은 물론이고 SK텔레콤도 사업자선정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가입자 수가 1천3백만명이 됐으니까요. 포철로서는 IMT-2000사업에어떤 형태로든 발을 들여놓고 싶었는데 SK텔레콤 지분을 통해 교두보를 놓게 된 셈이지요.●3조3천억원 규모의 빅딜이었는데요. 배경을 말씀해주시죠.통신업체라도 IMT-2000사업권을 못따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신세기통신과 관련, 컨설팅을 의뢰했더니 1위와 합치는 것이낫다는 결론이었지요. 마침 SK에서제의가 들어와 손길승회장을 만났습니다. 기업이익뿐 아니라 국익도생각하시더군요. 네트워크투자비에서 4조원의 시너지효과는 물론 글로벌 통신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닦자는데 의견일치를 봤지요. 보다폰, NTT 도코모의 사례처럼 외국정보통신업체간에도 초대형 합병은계속될 겁니다. SK텔레콤과 신세기를 합쳐봐야 1천3백만 가입자인데글로벌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커져야 합니다. CDMA기술은 한국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해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세계통신시장을 지배하지는 못하더라도 방어력은 키워야지요.●장기투자를 요하는 철강업 성격과 급속히 변화하는 정보통신 분야는 서로 맞지 않아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철강은 기본적으로 자본을 투입,수익을 내기까지 회임기간이 깁니다. 그러나 디지털경제 시대에는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고 이물결을 잘 타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기동력과 스피드 경영이 요구되지요. 직원들에게 이 물결을 잘 타야 한다며 「Buckle Up(안전벨트 단단히 매라는 뜻)」을주문합니다. 본류인 철강업은 계속하되 미래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은 늘 열어놓을 겁니다.지분교환 형식의 전략적 제휴로 SK텔레콤과 IMT-2000사업을 해나가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 입니다.지금은 Stock Capitalism(주식자본주의)시대 아닙니까. 지분이 곧 지배권이던 시대가 아닙니다. 앞으로도 포철은 SK텔레콤과 서로의 강점을 융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정보통신사업을 공동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나 어느 한 사업에만집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또 다른 신사업 구상도 있으십니까.정보통신은 물론이고 생명공학 등지식산업 기술로의 사업다각화를염두에 두고 포항공대에 투자하고있습니다. 포항공대를 포철의 미래가치를 높이는데 있어 전략적 파트너로 키울 겁니다. 10년 20년 후의벤처사업 선점을 위한 씨를 뿌리는셈이죠. 올해만도 1천4백억원을 포항공대의 벤처형 R&D에 투자합니다. 이미 포항공대 연구결과 가운데 벤처사업화할 수 있는 것으로에이즈백신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영장류 실험에 성공했는데 시장규모가 12조원대이지요. 또 C형간염 DNA백신도 벤처사업화할 계획입니다. 시장 규모는 24조원대이고요. 포철 사외이사중 뉴욕은행 부행장을 지낸 새뮤얼 슈발리에씨가있습니다. 이 양반이 미국 기업의R&D투자는 이익의 1% 범위인데 포철은 10%를 넘는다며 항의한 적이있어요. 이번에도 항의할 줄 알았는데 포항공대 투자에 대해선 가장호의적으로 발언해주더군요.●요즘 대기업마다 e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는데요.철강도 상거래 패턴이 크게 변하고있어요. 2005년에는 세계 철강재의인터넷 거래비중이 절반 이상이 될겁니다. 이에 대응해 지난해부터대대적으로 업무혁신(PI)을 추진중입니다.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이 내년 하반기에 가동되면 철강유통 등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포철로서는 철강유통분야 등에서 e비즈니스에 참여할 기반이마련되는 것이죠.●지난해 매출 11조6천9백61억원에사상 최대의 순이익(1조5천5백80억원)을 거뒀습니다. 올해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지난해 수요산업인 자동차 가전 조선산업이 모두 급속히 회복됐습니다. 원화가치도 올라 수입원료값이떨어지면서 목표를 웃도는 1조5천억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이 가운데 1천6백억원은 액면가 기준으로35%의 현금배당을 할 것입니다. 올해는 매출 11조5천4백82억원에 사상 처음으로 2조5천8백76억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지분 확보에 따른 평가익(1조원정도)이 생기거든요. 지난해 12월21일자 기준가격으로 올해 3월에 인수받게됩니다. 여기다 환율등 변수는 있지만 우리 회사는 철강만으로도 1조원 정도의 수익을내는 기반이 돼 있어요. 물론 이수치만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보는투자자는 없기를 바랍니다.●지난해말 산은 지분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 민영화 일정이 차질을빚고 있는데요.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포스코가 언제민영화되느냐」고 물어봅니다. 정부지원 때문에 저가로 철강재를 공급, 미국 관련산업이 피해보고 있다는 주장이지요. 정부가 별간섭을하지 않으면서도 오해를 받고 있어요. 대외적으로 공언한만큼 정부가다른 공기업보다 포철을 먼저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없는 것으로 압니다. 사실 포철주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30% 정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요. 언제든지 비싸게팔 수는 있거든요. 가능하면 상반기 중에 민영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2004년까지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높이겠다는 중기경영목표를 발표하셨지요.현재 포철주가를 주당 13만원으로봤을 때 시가총액은 13조원 정도입니다. 30조원이면 두배가 넘는데요. 이는 슬로건적 이야기가 아니라 몇가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은목표입니다. 현재 PI를 진행중인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사가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를 보면 포철의기업가치는 PI전인 1998년 대비 2001년에 42% 정도 증가합니다. 연산3백50만t의 핀란드 제철소가 PI로열연제품의 수주부터 출하기간을 22일로 단축시켰더니 고객이 3%의프리미엄을 줬다고 합니다.●포철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높이평가하고 국내 투자자보다 외국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데요. 외국인주주나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은어떤 것들인지요.외국인 지분이 43%에 달하다보니이들 주주의 의견을 열심히 듣는편입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과잉현금 유동성을 어떻게 쓸지 많이 묻고 주가를 올려달라는 주문도 많습니다. 자사주 소각처분이나 액면분할 요구 등이지요. 이것들은 언제든지 필요하면 할 수도 있습니다.심지어 「당신은 포철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고 묻기도 해요.우리 사회와 달리 경영진이 자사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상하게보거든요. 민영화가 진행중이므로지금은 충실한 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인들의 한국기업에 대한최대불만은 투명하지 않은 경영입니다. 이 때문에 투명경영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도 합니다. 지난해초 포철이 4조5천억원의 무수익자산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더니 무디스사가 사흘 뒤 포철의 신용등급을올려주더군요. 밝히는 것을 보니믿을만한 회사라고 판단한 것이죠.◆ File on Mirror포철에 30년 이상 몸담은 설비계획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일까. 「머리에 제철소를 넣고 다닌다」고 불렸던 유상부회장은 그랜드디자인감각이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7살까지 자랐지만 글로벌 스탠더드가된 미국식 경영모델을 포철경영에과감히 접목시키고 있다. 구호상의가치경영이 아니라 시가총액으로표현되는 포철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신사업전략과 혁신을 추진중이다. 「Stock Capitalism」을말하는 몇 안되는 한국의 CEO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경영권이 있는신세기통신 지분을 포기하고 경영권이 없는 SK텔레콤의 일부 지분을선택한 것도 유회장이기에 가능했다. 지난해초 유회장이 포철은 4조5천억원의 무수익자산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을 때 국내에서는 「악재」였다. 그러나 외국신용평가기관은 며칠 후 포철의 신용등급을 올렸다. 계산한 것이든 아니든 포철의 그랜드디자인에 대한 그의 투명경영과 가치경영전략이 외국에서먼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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