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차 해소, 추가 인상 가능성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를 종전 연4.75% 내외에서 연5% 내외로 0.25% 포인트 올렸다.한은이 통화량 중심의 통화정책에서 금리 중심으로 바꾼 이후 콜금리를 올린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금리를 올린 후 한은 간부들 사이엔 이제서야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엿보였다.더구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콜금리 인상을 내심 반대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한은은 득의양양했다. 이는 금리인상을 결정하기 며칠전인 지난 6일 김종창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 『콜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보기좋게 깔아뭉개는 것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독립성」이 금융시장에 과시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그러나 한은의 금리인상을 이런 식으로만 접근해선 안될 것 같다. 금리인상이 정부 부처간 파워게임의 산물인지 한은의 생색내기용이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시장의 주된 관심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냐에 집중돼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금리인상의 논리를 정밀하게 추적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및 경기상황에 대한 한은의 인식도 세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한은은 콜금리를 올리면서 『확대돼 있는 장단기 금리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조치』라고 설명했다. 작년 5월부터 콜금리는 4.75% 수준에서 움직여왔다.이에 비해 장기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최근들어 10% 수준을 웃돌고 있다. 장단기금리 격차가 5% 포인트를 넘는다.장단기 금리 격차는 작년 7월 대우사태가 터지면서부터 확대돼 좀처럼 좁혀지지않고 있다. 한은은 장단기 금리 격차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장단기 금리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금리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데 우려를 가져왔다.그럼에도 투신사 환매비율 인상등의 문제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을 의식해 콜금리 인상을 자제해왔다.◆ 한은 독립성 금융시장에 과시 풀이도그러나 이번에는 과감히 올렸다. 한은은 그 이유로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철 한은 부총재보는 『투신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요인은 있을지 몰라도 유동성 문제에 따른 불안은 해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상은 「금융시장 안정」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여기에 더해 한은은 경기판단도 명시적으로 내놓았다. 한은은 2000년중 GDP(국내 총생산)성장률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경기는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또 1999년12월중 제조업생산 증가율,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폭 등이 전월보다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과거 경기상승 국면과 비교하면 아직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종합하자면 금융시장은 안정됐고 경기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중엔 한은의 이같은 분석에 근거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인 오석태 차장은 『미국의 FRB도 작년에 금리정책을 중립으로 했다가 곧바로 금리를 올린 적이 있다』며 『상반기중 콜금리가 6%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전철환 한은 총재는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당분간 추가적인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금융시장은 추가금리 인상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