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이색 투자사이트 '인기'

정치인·CEO부터 버스노선까지 평가대상 다양 … 사이버머니로 거래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씨(29). 그는 요즘 사이버 주식거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황정보도 읽어보고 상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골라 해당 종목에 대한 각종자료를 수집한다. 매일매일 수익률을 체크하며 앞으로의 투자전략도 고심한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 별다른 긴장감이나 초조함을 찾아볼 수 없다. 며칠전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즐거운 표정이다. 그는 바로 ‘가상증권투자’ 게임을 즐기고 있다.주식투자 붐이 일면서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지난해 12월말을 기준으로 1천4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네 사람중 한 사람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젠 어느 모임에서나 주식이 가장 중요한 얘깃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주식정보 사이트들은 신규 가입회원들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나 PC통신을 통한 사이버거래가 전체 주식거래 약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월말 현재 44.6%로 사이버거래가 가장 활발하다는 미국을 앞지른 상태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네티즌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요즘들어서는 이런 주식바람을 타고 인터넷에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모의주식투자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식시장에 뛰어들기전 주식시장의 흐름을 체험하고 투자방법을 익힐 수 있는 모의주식투자 사이트들은 각 증권사와 언론사 등에서 앞다투어 개설하고 있다. 이런 사이트들은 실제 증권시장의 객장 운영시간에 맞추어 게임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주가정보도 실제 증권시장과 동일하며 증권시황 정보, 뉴스 정보와 관심종목 실시간 시세정보 제공 기능, 실시간 매매체결 통보 기능 등이 제공된다. 따라서 거래원금이 사이버머니인 것을 빼고는 실제 주식시장과 모든 것이 똑같다.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거래대상을 기업에서 생활주변으로 바꾼 이색사이트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7월 정치인을 거래대상으로 하는 ‘포스닥’이 생겨난 것을 필두로 ‘CEO스톡’ ‘스포스닥’ 등 다양한 사이트들이 개설됐다. 올해 들어서는 버스노선, 국내 시·군 등 평가대상이 우리생활 주변과 더욱 가까워졌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거래 대상으로 올릴 수 있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주식으로 거래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이런 사이트들의 운영방식은 거의 유사하다. 실제 주식시장의 운영방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부와 2부 또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등으로 시장을 구분해 놓은 곳도 있고 증자, 분할, 감리, 상장폐지 등의 대부분의 규정이 실제 시장과 동일하다. 시황제공, 업종분석 등도 제공하며 각 사이트들의 특성에 따라 상장된 대상자들이 직접 PR과 IR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다만 모의주식투자와는 달리 주식거래시간이 실제 주식시장과 다르다. 포스닥의 경우 사이트 정비시간(23시30분∼0시30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거래가 가능하다. 다른 사이트들의 거래시간도 유사하다.이들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선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원가입은 무료이며 가입과 동시에 사이버머니가 지급된다. 사이버머니를 투자비용으로 삼아 원하는 종목을 골라 사고 팔면 된다. 당연히 주식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거나 손해볼 수도 있다. 실제 돈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몇몇 사이트에서는 쇼핑몰과 연계해 이 사이버머니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만 잘하면 약간의 부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이런 장점들 때문에 이들 사이트의 인기는 네티즌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각 사이트별로 하루 접속자수가 평균 5천∼2만명. 대부분의 사이트가 개설된지 한두달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몇몇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주가는 각종 일간지에 게재되고 있다. 포스닥의 경우 지난해 9월29일부터 주간 시황이 한국경제신문에 실리고 있다. 이외에 스포스닥, 브랜드스톡, CEO스톡 등도 각 언론에 매주 시황이 연재되고 있다.●포스닥(www.posdaq.co.kr)‘국민주권 적극주의’를 표방하는 사이트. 국민이 국익과 정의추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 지지와 반대의사를 표명할 공간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등 정치인과 정당, 시민단체, 언론사를 거래대상으로 한다. 1부와 2부로 구분돼 거래된다. 현재 1, 2부를 합쳐 상장된 종목수는 3백20여개. 2부시장에 상장될 인물을 추천하는 공간도 있다. 하루 평균 접속자수는 1만여명, 가입회원수는 12만이 넘는다. 지난 2월21일에는 주주총회 형식으로 국민회의 정동영, 한나라당 맹형규의원 등 유명 정치인들을 초청, 「투자자」와 만나는 주주총회까지 열기도 했다.●브랜드스톡(http://www.brandstock.co.kr)‘스피드011’, ‘야후’, ‘애니콜’, ‘시그마 6’ 와 같은 국내외 유명브랜드에 값을 매겨 가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다. 네티즌은 스스로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소비자 주권확립’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 전자, 유통, 식음료, 자동차, 금융, 생활용품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2백30여개의 종목이 상장돼 있다. 하루 거래량은 1백50만∼2백만주에 달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이버머니 1천만원이 지급된다. 사이버머니가 3억원이 되면 1만대 1의 환율로 환산해 현금(3만원)으로 원하는 계좌에 입급시켜 준다. 오는 2월 28일부터 한국경제신문에 시황 기사가 격주로 실릴 예정이다.●CEO스톡(http://www.ceostock.co.kr)국내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몸값을 매기는 사이트. 1부는 대기업, 2부는 벤처기업, 3부는 기업오너로 구분해 거래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5천만원의 사이버 머니가 지급된다. 신규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신규사용자 주식구입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거래시 수수료는 거래 총액의 0.1%다. 증자, 감자, 액면분할, 관리대상 종목 등 실제 주식시장의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며 ‘사이버 금융감독원’과 ‘상장심의위원회’등을 둬 예상되는 불공정거래도 막고 있다.●사이트닥(http://www.sitedaq.com)야후, 네이버, 인츠 등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주식거래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 컴퓨터 인터넷 뉴스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현재 2백44개의 사이트가 거래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평가한 인터넷 사이트의 사업성과 미래가치를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해 준다. 각 분야별로 주식거래를 통해 형성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디렉토리 랭킹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회원으로 등록하면 사이버머니 1천만원이 지급된다.●아이디어증권(http://www.ideastock.co.kr)개인이 평소 가지고 있던 사업 가능한 아이디어를 주식으로 거래하는 사이트. 개인의 유망한 아이디어를 발굴, 상품화 및 사업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사업화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는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의 국내출원 등 해당 전문가의 상담도 주선해준다. 현재 7백14개의 아이디어가 상장돼 있다.●스포스닥(http://www.sposdaq.co.kr)스포츠 스타와 구단을 대상으로 한 가상 증권사이트. 회원가입과 동시에 1천만원의 사이버머니가 주어진다. 주식거래를 통해 사이버머니가 3억원이 되면 현금 3만원과 바꿀 수도 있다.그외에 배너광고클릭, 회원추천, 쇼핑몰 이용시 지급되는 마일리지도 주식투자에 이용할 수 있다. 1부리그(스포츠 팀)와 2부리그(스포츠 선수)로 나눠져 거래되며 2백70여개의 종목이 상장돼 있다.이외에 대학, 총장, 학생회장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증권(www.stockpark.com)’, 서울시내버스노선을 평가하는 ‘버스닥(www.carlala.co.kr/carlala/busline)’, 국내가수와 음악을 종목으로 하는 ‘뮤직스톡(www.musicstock.co.kr)’ 등도 네티즌의 호응이 높다.★ 문제점 / 주가조작·작전 등 ‘골치’실제 주식시장에서도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주가조작이 이들 사이트에도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아직 회원수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아 몇몇이 모의를 하면 충분히 주가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상장된 종목 관련자들도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주가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제주식시장과 동일한 ‘금융감독원’과 ‘상장심의위원회’를 두고 감시하고 있다. ‘작전세력’으로 판명된 회원은 자격과 사이버머니를 박탈하는 사이트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주가가 해당종목의 인기도나 가치와 너무 동떨어져 있을 경우 사이트 관리자가 임의로 주가를 조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사이트도 있다.사이트닥 강홍구 팀장은 “아직 사이트 운영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주가조작을 고발하는 등 자체 정화노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포스닥 신철호사장은 “문제점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이들 사이트들은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여론 형성 공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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