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배당·시가배당 등 도입 … 투명경영 강화돼야 효과 극대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배당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업을 잘해 현금흐름이 급증해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보다는 적자 계열사를 편법지원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기업 이익이 주주보다는 ‘오너 회장’의 이익을 위해 분배된 셈이다. 그나마 기업이 제공하는 배당금도 주주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액면가(주로 5천원)를 기준으로 배당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배당금보다는 자본이득에만 관심을 보였다.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큰 것도 배당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대다수 증권전문가들은 지적한다.최근 이같은 흐름이 변하고 있다. 주주경영과 투명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의 배당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상장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겠다는 의사를 주주들에게 밝히고 있다. 특히 시가배당 분기별배당 등에 익숙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높은 기업일수록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전개하고 있다.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반영하듯 주요 상장회사들이 고배당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제조업체는 물론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상 최고의 배당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주주들의 고배당 요구가 과거보다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50%), 포항제철(35%)등 초우량기업들이 역대 최고의 배당률을 결의한 상태다. 신영증권 대신증권 등도 50% 내외의 현금배당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도 회사설립이후 최고의 배당률인 20%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이 회사 문지환 과장은 “당초 예상보다 급증한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차원”이라며 “회사실적에 비해 주가하락폭이 큰 것도 배당률을 높인 이유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배당성향을 높이는 것도 올해 달라진 배당정책중 하나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전체 이익금중에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절대액수가 커진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가 완료된 제조업체들의 배당성향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높은 기업 더 적극적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한국담배인삼공사다. 지난해 10월 상장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올회계연도부터 50%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매년 발생하는 순이익에 비하면 신규설비투자자금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RJR나비스코나 필립모리스 등과 같은 음식료업체나 담배업체는 70%이상의 배당성향을 보인다.배당률과 배당성향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파이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중간배당 시가배당 자사주매입 등은 분배방식을 보여준다.많은 기업들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회사 정관에 중간배당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50여개사.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장사로는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중간배당률은 10%였다. 올들어 포항제철 삼성SDI도 중간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소액주주 운동의 표적이 된 현대중공업도 중간배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규환 회계부 차장은 “최고 경영진이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중간배당 시가배당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시가배당제는 액면가격이 아닌 배당기준일 종가를 기준으로 배당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평가받는다. 시가배당제가 도입되면 “국내 기업의 배당정책과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관행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캐시 앤 밸류의 신왕건 공인회계사는 전망한다.국내에서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내년부터 시가배당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길호철 IR팀장은 “현재 운용중인 현금자산과 앞으로 발생할 순이익이라면 은행정기예금수준의 시가배당은 가능하다”며 “주주경영 차원에서 내년부터 시가배당을 도입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생명투자신탁운용의 이창훈 주식운용1팀장도 “전통적인 가치주들이 기업실적에 걸맞는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가배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최근 실적에 비해 주가하락폭이 큰 업체들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중 하나가 바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식소각이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회사돈으로 사들인 후 소각해 주당가치를 높이는 정책이다. 자본금은 채권자들에게 제공되는 최소한의 보증장치이기 때문에 주식소각은 주주와 채권자의 이해상충을 가져올 수도 있다.일부 전문가들은 거래소시장의 주가하락이 지난해 과도한 유상증자에 있다면서 주식을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삼성전자 삼성화재 포항제철 등은 주주들로부터 주식소각 요구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화재는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지만 포항제철은 이달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국내 기업들이 현재 도입중인 배당정책은 궁극적으로 주주경영 투명경영을 강화시켜 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잉여현금흐름의 합리적인 사용과 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배당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신왕건 공인회계사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