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위해 매수폭 줄이며 ‘조심스런 움직임’ … 추격 매수보다 현금 비중 늘려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지난 1월17일 이후 단 하루만을 빼고 계속해서 매수 우위의 매매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월8일에는 하루 동안 무려 1천4백6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새해를 맞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액도 기록적이다. 지난 1월 2천34억원의 순매수를 올린데 이어 2월 들어서도 2월17일까지 6천6백4억원을 순매수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들어서만 불과 한달 보름 남짓만에 약 8천6백38억원의 순매수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최근 코스닥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폭등하는 이유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월초 폭락하던 코스닥시장이 외국인이 팔을 걷어붙이고 사자에 나서면서 다시 뜨기 시작, 활황장세를 연출했다.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이 무섭게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지난 1월 중순 이후 거의 1백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26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 매수우위=코스닥 지수 상승’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2월 들어 외국인이 유일하게 매도우위를 보였던 지난 2월15일 코스닥 지수가 21포인트 빠지며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이 매수우위를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로 다음 날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코스닥시장은 폭락세를 멈추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국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순매수는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최근에 외국인이 매도우위를 보였다면 코스닥시장 전체가 박살났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일각에서 ‘외국인이 코스닥을 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매수를 무작정 반기기에는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이 언제 치고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외국인이 매도우위를 보이던 날 여의도 증권가에는 드디어 때가 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무성했다.그렇다면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연일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장기 투자자금일까 아니면 단기차익을 노린 단기성 자금일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따라가는 경향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자금의 성격을 논할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가지 짐작되는 점은 있다. 일단 외국인들의 손바꿈이 빨라졌다는 사실이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투자자가 얼마나 매매거래를 자주 했는지를 나타내는 평균매매회전율이 외국인의 경우 1백86.6%로 지난 92년 증시 개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외국인 평균매매회전율은 95, 96, 97년에는 1백%에도 못미쳤으나 98년 1백10%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예년의 거의 2배에 달하는 2백%에 육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인들의 매매가 빨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균매매회전율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4백66%)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외국인의 거래 타이밍이 빨라지고 있는 징후는 다른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종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목을 자주 교체한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외국인들은 2월초 대거 처분했던 반도체와 정보통신주를 2월 중순 이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지난 1월 한달 동안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인터넷 관련주는 요즘 들어 많이 내다팔았다.◆ 외국인 거래 타이밍 빨라져외국인 순매수와 순매도 상위 리스트도 자주 바뀐다. 특히 전날 순매수 리스트에 오른 종목이 다음날 곧바로 순매도 상위를 차지하는 등 매매패턴이 단발성 경향을 강하게 띠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우량주 가운데 하나인 한글과 컴퓨터의 경우 2월 중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외국인의 순매수와 순매도가 반복되고 있다. 김관수 신흥증권 코스닥팀장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들도 단타매매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이제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미국 등 외국의 연기금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아직도 거래소 시장에서는 이런 자금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다소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이영목 대우증권 코스닥담당 애널리스트는 “거래소 시장의 외국인 자금은 연기금 등이 대부분이지만 코스닥시장은 사정이 다르다”며 “외국인 투자자금 가운데 약 40% 정도는 역외펀드나 헤지펀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문제는 앞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언제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도세로 돌아서느냐 하는 점이다. 외국인이 완전한 매도우위를 보이기 시작하면 대폭락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매도시점은 시간상의 문제가 아니라 주가가 어느 선까지 상승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을 정해 보유하기보다는 목표수익률을 생각하며 매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외국인이 코스닥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점의 코스닥 지수는 대략 220~240선이었다. 200선 부근에서도 적잖이 순매수했지만 양적으로 보면 220~240선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260선대를 오르내리는 지금 상황에서 외국인이 보유종목을 내다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 투자시 20% 이상을 목표수익률로 잡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까닭이다. 특히 매도로 돌아설 경우 코스닥시장이 폭락세를 보이고 결국 외국인들 자신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순매수 행진을 벌이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2월14일 이후 매수 폭이 크게 줄어든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매도우위로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상당히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코스닥지수 280선을 전후해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김관수 코스닥팀장은 “코스닥지수가 280선 부근에 다다르면 외국인들 입장에서도 차익실현 차원에서 팔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코스닥시장 참여자들의 경우 추격매수보다는 현금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