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 포장판매 “잔일없어 수월해요”

배달비용 절약, 수익 쏠쏠 … 아르바이트로 쌓은 노하우, 창업에 십분활용

‘자매는 용감했다’.서울 종로5가에서 7평짜리 한솥도시락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채옥(52) 정경숙(36)씨는 터울 많은 자매지간이자 동업자 사이다. 맏언니와 막내동생이 의기투합해 도시락전문점을 연지 6개월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손맛처럼 수익도 짭짤하게 올리고 있다.“자매가 함께 하기엔 더없이 좋은 업종인 것 같아요. 1백% 포장 판매니까 일반 식당보다 잔손이 덜 가고 배달도 없습니다. 주메뉴는 반조리 상태로 공급받으니 일하기도 수월하지요. 한마디로 깔끔한 사업이에요.”정사장 자매는 창업에 앞서 함께 일한 경력이 또 있다. 둘이 같이 한솥도시락 명지대점에서 2년 동안 파트타임 주방 일을 했었다. 이 때 쌓은 도시락전문점 운영의 노하우가 실제 창업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하나하나 체크해 둔 점포 설비의 장단점, 고객 응대 방법 등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하루 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내가 직접 하면 이렇게 할 텐데’하며 꼼꼼하게 기억해 두었죠. 창업을 하면 잘 해낼 자신도 생기더군요. 수익이 꽤 높다는 것도 알았구요.”아르바이트 1년이 지나면서 동생 경숙씨는 언니 채옥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언니가 흔쾌히 동의하면서 이들의 새 인생이 시작됐다. 그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은 이들에게 소중한 훈련 경험이 됐다.도시락판매는 1백% take-out(고객이 직접 와서 사가도록 하는 판매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정사장 가게에는 도시락을 먹을 곳이 없는 고객을 위한 3석짜리 간이 식탁이 있다. 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주방도 체형과 동선에 맞게 꾸몄다. 고객에게 언제나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존댓말로 대하는 건 철칙. 이 모두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꼈던 것의 실천이다.◆ 사무실 밀집지 직장인이 주고객“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지치기도 하지만 마음은 늘 즐겁습니다. 아이를 키워놓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가며 새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죠. 게다가 맘에 쏙 드는 사업에 수익까지 쏠쏠하니 만족할 수밖에요.”창업비용으로는 7천5백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7평 남짓한 작은 점포지만 목이 좋아 점포비 지출이 컸다. 절반 이상을 권리금, 보증금으로 썼고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에 약 2천만원을 들였다. 모자라는 비용은 대출로 해결했다.요즘 정사장 자매는 한달 평균 6백만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겨울철 비수기에도 하루 1백50여개의 도시락이 팔린다. 재료비와 파트타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마진율은 29%선. 음식장사치고는 마진율이 낮은 편이지만 철저한 박리다매 전략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점포가 자리잡은 곳은 서울 종로5가 이면도로의 사무실 밀집지여서 직장인들이 주고객이다. 9백50원부터 4천원까지 저렴한 가격대에 4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메뉴를 갖춰 간편한 식사로 인기다. 특히 20~30대 여성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정사장 자매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는다. 도시락에 메뉴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전단을 끼워 넣을 뿐이다. 지난해 9월 개업일부터 3일 동안 도로에서 홍보지를 배포하고 신문에 전단을 넣은 것이 홍보행사의 전부였다. 대신 신상품이 나오면 고객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고 다음에 다시 찾도록 유도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성과 맛’이라는 설명이다.◆ 밑반찬은 직접 만들어 제공“주메뉴를 제외한 밑반찬은 직접 만듭니다. 내가 먹을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매일 정성을 다하죠. 뚜껑을 열었을 때 고객의 기분을 생각하고 싫증이 나지 않도록 반찬도 다양하게 많이 담습니다.”단체용 도시락 주문도 심심치않게 들어온다. 예산에 맞춰 반찬을 구성해 줘 반응이 좋다. 봄철 야유회 시즌이 돌아오면 단체주문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솥도시락전문점은 배달영업을 하지 않는 유일한 도시락 체인이다. 이에 따라 점포공간과 인건비, 차량경비를 절약하고 간편한 조리와 포장만으로 일을 끝내는 장점이 있다.가맹이 결정되면 창업자는 본사에서 일정기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동안 조리, 판촉, 회계 등 창업 일반론을 교육받고 현장 실습 기회도 가진다.개업 후에는 도시락문화가 발달한 일본에 연수여행을 가거나 매월 발행되는 기관지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또 각 체인점마다 담당 슈퍼바이저(현장 감독)가 있어 수시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정사장 자매의 경우 점포 입지 선정부터 개업에 이르는 전과정을 슈퍼바이저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매월 결산 보고를 통해 각 체인의 매출을 본사가 관리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매출이 떨어지는 점포는 그 원인을 분석, 문제점을 해결하고 잘 되는 점포는 모범사례로 연구한다.도시락전문점은 학교나 사무실 밀집지, 역세권이 가장 적당한 입지다. 적은 인원과 자본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이지만, 손님을 직접 오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도 큰 사업이다. (02)58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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