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세계

앤서니 기든스 지음/박찬욱 옮김/생각의 나무/266쪽/2000년/8천원

세계화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물론 세계화의 개념조차 불명확한 현시점에서 이 질문에 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계는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변화는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이다.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현대유럽지성의 쌍벽으로 평가받는 앤서니 기든스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가 함축하고 있는 많은 난제에 대해 평이하고도 체계적인 해답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크게 5장에 나누어 세계화 리스크 전통 가족 민주주의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우선 기든스는 세계화란 자본의 운동이나 통신 기술의 운용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 생활,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 등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삶의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세계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되고 문화적 정치적 기술적 관점에서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저자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문화적 정체성의 약화 등 세계화가 노출하고 있는 부정적인 현상들은 세계화가 가져오는 결과중 하나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또한 세계화는 민주주의의 확대와 여성의 해방, 부의 창출을 실현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재 세계화가 유발시키고 있는 부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세계화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창출을 제시하고 있다.이 책은 세계화에 이어 근대 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산물인 리스크를 다루고 있다. 인간 생활의 혁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리스크가 필요하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리스크의 능동적인 수용은 경제와 혁신적 사회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3장에서는 전통이라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의 충격으로 일상에서 전통의 지배력이 약화되리라 예측한다. 그러나 전통은 생활에 지속성과 형식을 부여하기 때문에 필요하며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라고 이 책은 단언한다.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는 4장은 개인적인 삶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의 해체, 양성 평등, 생식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성행위, 동성애의 확산 등 사적 영역에서도 세계화는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20세기의 가장 강력한 이념인 민주주의가 다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유럽연합을 대표적사례로 들면서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발전 문제는 국내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국가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이 책은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의 변화속에서 한편으로 희망과 가능성을 품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과 긴장감에 떨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 변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충실히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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