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유지 … 5% 이하 소폭 변동할듯

지난 2월말 홍콩의 주요 신문사가 중국 당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위안화평가절하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환율 변동폭 확대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가 최근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내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적해야 할 것은 최근 중국의 외환수급 사정상 위안화는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수급 사정은 기본적으로 국제수지로 결정된다. 중국의 국제수지(종합수지)는 각각 3백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던 96년과 97년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인 98년과 99년에도 여전히 흑자를 유지했다. 현재 추세로는 올해에도 역시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수지 흑자기조로 절상압력 받아중국이 국제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원인은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유입에 있다. 중국은 가장 유망한 신흥시장으로서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규모가 매년 4백억달러를 넘고 있다. 무역수지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난 2년간 흑자기조를 유지해 왔다. 얼른 생각하면 위안화 환율이 달러에 연동되고 아시아 주변국의 통화는 절하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2년간 디플레이션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실질환율 기준으로는 위안화가 그렇게 고평가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최근의 엔고와 아시아 주변국가 통화가치의 회복으로 위안화의 상대적 고평가 정도가 많이 완화되었다. 실제로 IMF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다소 상승했다가 최근에는 96년 1/4분기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여기서 중국의 환율은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된다기 보다는 중국 당국에 의해 정책적으로 결정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공식적으로 중국의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가 아니라 관리변동환율제다. 위안화 환율은 은행간 외환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외환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쉽게 자기가 원하는 수준으로 환율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당국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환율제도를 고정환율제로 바꾸지 않은 채 위안화 환율을 거의 고정시키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중국 당국은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변경할 권리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 된다.그렇다면, 과연 중국 당국은 평가절하 정책을 시행하려 할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경제의 수출의존도는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 비해 훨씬 낮다. 더욱이 중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무역은 환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경기부양 효과를 내려면 외환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인위적이고 대폭적인 평가절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중국경제 상황이 그런 무리한 정책을 실시해야만 할 정도로 절박한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가 올해에도 위안화 환율은 대체로 안정을 유지할 것이며, 경기부양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팽창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에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좀더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관리변동환율제도의 취지에 맞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올해 안에 위안화 변동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홍콩 신문들의 보도는 근거가 있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안화가 대폭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기 이전처럼 환율이 어느 정도 변동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위안화 환율은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5% 이하의 소폭으로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다소 절하될 수도 있고 또는 오히려 다소 절상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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