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중심 경영, 기업 존재 이유죠”

안사장은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도, 정보통신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결국 ‘주주 이익 중심 경영’이라고 말했다.‘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기업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된 주가로 고심하던 한 거래소 상장 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선언하고 나서 화제다. 이 회사는 자동차용 CD데크 시스템 전문 생산 업체인 새한정기.“우리회사는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우량기업입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겨우 2만3천원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사내 유보금 일부만 갖고도 회사 주식을 모두 살 수 있습니다.”이 회사 안응수 사장(46)은 인터넷회사의 주가가 매출 실적에 비해 천정부지로 솟는 상황을 보다못해 국내 상장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새한정기는 주가관리를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1999년12월 16억원, 2000년1월7일 37억원, 1월28일 14억원어치를 각각 사들였고, 2월 22일에는 30억원 규모의 자사주펀드를 또 설정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만족할만큼 오르지 않았다.“적어도 10만원은 넘어야 적정주가입니다. 하지만 ‘우린 경영실적과 재무구조가 좋은데…’ 라고 푸념만 늘어놓는다고 주가가 오릅니까. 방법을 찾아야지요.”그래서 안사장은 이제까지 매입해 둔 주식 중 총발행주식의 5%인 16만2천주를 소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자본금은 1백62억원에서 1백53억원으로 줄어들고, 주당순이익(EPS)은 2천7백원에서 3천원으로 높아지게 된다.2월27일 자사주 소각 공시를 내자 이를 검토중이던 포항제철 담배인삼공사 등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대기업도 망설이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새한정기는 무차입 경영으로 채권단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었다. 자사주 소각은 감자의 일종이기 때문에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본금이 줄면 부채 비율이 늘어 현금 흐름이 나빠진다. 그래서 자사주 소각은 재무구조에 자신있는 회사만 실시할 수 있다.◆ 대세 따라 e-business 사업 확장“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자산업이 ‘첨단’으로 주목받았는데 요즘은 인터넷 산업이 아니면 모두 굴뚝산업이라며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합니다.”안사장은 인터넷 열풍을 탄 ‘제조업 경시’풍조가 못마땅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한다.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e-business쪽으로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CD와 카세트 데크의 생산 비중을 점차 줄이고 MP3 워크맨·MP3 CD 데크로 중심을 옮길 계획이다.또 초단거리 구내무선통신 시스템 및 IMT-2000 부품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이름도 다함이텍(DAHAAM e-TECH)으로 보다 세련되게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5년간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에 2백억원을 투자해 궁극적으로는 정보 통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장기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e-business의 거품을 경계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안사장은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도, 정보통신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결국 ‘주주 이익 중심 경영’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업은 돈을 벌어 주주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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