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신호탄’ … 하반기 태풍 분다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은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그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인터넷 시장에서는 분야별 1위만이 살아남는다는게 정설이다. 시장 팽창 속도가 둔화되는 성숙기에 들어가면 인터넷 산업의 특성상 2,3위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M&A 작업은 이같은 점을 간파한 선두권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 이뤄진 두루넷의 나우콤 인수가 대표적이다. 삼보그룹 계열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두루넷은 국내 4위의 PC통신 업체인 나우콤(서비스명 나우누리)을 인수(3백56억원), 통신망과 콘텐츠·가입자를 결합한 종합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부상했다.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커뮤니티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메시징서비스 1위 업체인 유인커뮤니케이션을 인수(2백10억원)했다. 또 올들어 라이코스코리아가 깨비메일을, 현대백화점이 까치네를 인수했다.◆ 합병 통해 약점 보완·경쟁력 제고대부분 대형 인터넷 업체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여기에다 새롬과 네이버의 합병으로 국내 인터넷 시장의 M&A 붐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합병이 대형 기업의 취약점 보완이라기 보다는 초대형 기업간 윈윈 전략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인수합병이 본격화될 시점은 올 하반기가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1차적으로 조달한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시장 선점마저 실패한 인터넷 업체들이 올 하반기쯤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이 곧 M&A 대상이 돼 활발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더 늦기 전에 인수되기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뚜렷한 수익기반이 없는 데다 2차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투자자들도 인터넷이라는 말에 무작정 투자하는데서 벗어나 실적을 따지는 투자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코스닥에서 주가가 올라 있는 기업중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당수의 기업은 주가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실제 미국의 경우 기업공개가 이뤄지기까지의 2~3년간의 적자는 묵인되지만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가차없이 떠난다고 미국 인터넷업체 코리어의 전략책임자 조너던 리는 밝혔다.◆ 벤처캐피털 M&A 주도 가능성조만간 M&A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는 벤처 캐피털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웬만한 인터넷 기업치고 창투사의 자금을 받지 않은 회사는 없다. 이들은 철저히 주식투자를 통한 이익을 지향하는 집단들이다. 따라서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손실을 막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될 경우 M&A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이미 미국에서는 1~2년 전부터 초대형 인터넷 M&A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 PC통신 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종합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를 인수했으며 최근엔 인터넷 뉴스업체인 C넷이 쇼핑몰 업체인 마이사이몬을 합병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야후와 e베이의 M&A도 진행중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인터넷 시장의 무대가 전세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도 이들 외국기업에 맞서기 위해 덩치를 키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장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터넷 시장의 특성상 새로운 기업을 새로 설립해 경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따라서 국내 초대형 기업간 인수 합병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과의 M&A도 멀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문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수순에 따라 합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작정 덩치키우기식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미국의 경우 상당수가 인터넷 인프라기업및 콘텐츠 업체, 거대 회원보유 업체간의 합병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롬·네이버컴 합병 의미 / “일등만이 살아 남는다” 생존 고육지책시가총액 4조원의 초대형 벤처기업인 새롬기술이 국내 최고의 검색엔진 업체인 네이버컴을 인수·합병(M&A)키로 한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두 회사가 안고 있는 ‘취약한 수익기반’(새롬),‘시장 선점 실패’(네이버)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병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는 지적이다.먼저 새롬은 인터넷 무료전화인 다이얼패드 가입자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2개월만에 한국과 미국에서 6백만명을 넘어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다. 새롬의 주식 가격이 1주당 3백만원(액면가 5천원 기준)을 넘기도 했다.하지만 고속 성장을 뒷받침할 수익 창출기반이 갖춰지지 않아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회원수가 늘면서 통신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광고 이외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확보된 회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업체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결정적인 콘텐츠 등이 없어 고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물밑작업을 통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 등에 합병을 꾸준히 제의해 왔었다”는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의 말에서 그같은 고충이 드러난다.네이버도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갖고 있으면서 사이트 접속 건수에서는 선두권에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인터넷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 선점에서 실패,야후 다음 등에 뒤지고 있다.양사의 합병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새롬의 6백여만명에 달하는 거대 고객군과 네이버의 뛰어난 검색엔진 및 콘텐츠가 결합함으로써 성장 한계를 뛰어넘는 ‘윈-윈’전략 차원의 합병인 셈이다.이와함께 삼성이 이번 합병에 적잖게 관여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또 다른 관심 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 및 우호 주주를 통해 새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네이버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이재용씨가 사실상의 ‘주인’인 삼성SDS가 대주주다. 이런 점에서 삼성SDS에서 분사한 네이버와 새롬을 하나로 합쳐 사실상 ‘관계사화’하겠다는 삼성의 사업 구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어쨌든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가 인터넷 시장에서 정말 ‘위너’가 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 시장에서는 1위만이 생존한다는 가설 아래 최근 외국에서 붐이 일고 있는 거대기업간 합병의 국내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