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합니다”

“변화의 바람 앞에 은행이라고 예외일 순 없습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금융이라는 기존의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뛰어들 생각입니다.” 국내 최초 은행내 벤처인 주택은행 신경제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황세연(44)팀장이 밝히는 당찬 각오다.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은행과 벤처의 만남은 왠지 어색한게 사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개방과 금융기관간 업무장벽 완화 등 극심한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적 변화는 은행들이 기존의 울타리안에 안주하도록 놓아두질 않고 있다.그래서 은행들은 기존 업무를 벗어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돈벌이가 되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신경제사업팀 또한 이런 목적에서 지난 1월 출범했다.행내에서 일명 ‘찢어진 청바지팀’으로 통하는 신경제사업팀은 지금껏 은행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운영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괜찮은 사업아이템 만들면 사장도 가능캐주얼복장과 자유출퇴근제는 기본에 속한다. 더 중요한건 신경제사업팀의 팀원들에겐 괜찮은 사업아이템 하나만 잘 만들면 하루아침에 사장으로 영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점이다.“스톡옵션 등 동기부여가 확실한 보상체계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사내에 이미 인재풀을 형성해 놓았습니다. 여기에 외부 전문가의 영입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황팀장은 이런 운영방식이 일반기업에선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보수적인 은행내에선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운 변화라고 말한다.‘찢어진 청바지팀’의 출연에 대한 행내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모든 행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경제사업팀의 분석이다. 그래서 신경제사업팀은 행원사이에선 부러움의 대상이다. 또한 빈자리가 없나하며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는 동료도 있다고 황팀장은 행내 분위기를 전한다.신경제사업팀은 현재 첫번째 사업아이템으로 부동산사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올 4월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주택은행이라는 주택금융전문은행의 브랜드가치를 최대한 활용, 주택관련 금융상품 안내부터 부동산매매, 이사, 인테리어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동산전문사이트를 만들 생각입니다.”정확한 정보와 주택은행이라는 공신력을 바탕으로 부동산매매과정을 표준화, 공정화해 궁극적으로 부동산시장의 투명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황팀장의 포부다.“앞으로 신경제사업팀이 제안한 사업아이디어중 법규나 제도상 은행이 직접 추진하기 곤란한 사업은 과감히 스핀오프할 계획입니다.” 전통적인 업무방식과 영역이 파괴된지 이미 오래 전인데 굳이 은행이라는 울타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황팀장의 시각이다.“e-비즈니스의 전도사로 불리는 미국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 회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모든 기업이 인터넷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변화의 힘을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항상 팔로워(follower)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황팀장은 강조한다.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기본이라는 말이다.과연 은행과 벤처라는 이 낯선 만남이 구조조정 홍역을 앓고 있는 은행권에 어떤 희망의 신대륙을 찾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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