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병센터 ‘보호자없는 병실’로 운영

“3년 노환에 효자·효부 없다.”중풍이나 치매에 걸린 부모를 간병해본 사람이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 간병을 위해 환자가족들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런 국내 현실을 감안, 보호자없는 병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한국병원이 바로 그 병원이다. 한국병원은 지난달 15일 ‘노인병센터’를 개원, 과감히 환자가족들을 병실밖으로 퇴출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간호사 6명과 간병인 8명이 환자를 24시간 돌보는데 환자가족들이 굳이 감염의 위험성까지 감수하면서 병실에 있을 필요가 없어서다.“심한 경우 직장까지 그만두고 환자를 간병하는 것을 보면서 효율적인 환자관리시스템의 모델케이스를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한두진 한국병원 원장(72)은 선진국 병원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효율적인 운영방식을 눈여겨봤던 경험이 보호자없는 병실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힌다. 박원장은 지난 95년 국제병원연맹 부회장을 비롯해 대한병원협회장을 세차례나 지내는 등 활발한 대외할동으로 의료계에선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선진국의 경우 방문객은 물론 환자가족들의 병실출입도 엄격히 통제된다는 게 한원장의 설명이다. 환자의 안정을 위해서나 환자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병실 출입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환자가족들이 병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병실관리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환자는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부족한 간호인력 때문이라고 한원장은 지적한다. 또 맞벌이부부와 같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간병인을 쓸 경우 소요되는 경비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전문 간호인력이 대소변까지 수발한국병원은 현재 총 1백50개 병상중 30개를 보호자없는 병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간호인력을 여유있게 배치했다. 이들은 침상정리부터 대소변 수발까지 환자와 관련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폐쇄회로TV와 무선호출시스템 등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설 또한 갖추었다. 이 때문에 보호자없는 병실이라는 취지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출퇴근 전후 1시간의 면회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한원장은 말한다.“인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환자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환자관리의 효율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환자와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한원장은 병원의 사정상 현재는 노인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보호자없는 병실을 일반병동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희를 넘긴 한원장은 아직도 이팔청춘의 건강을 자랑한다. 올 겨울에 스키장을 겨우 세번밖에 못갔다고 아쉬워할 정도로 20대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젊은 오빠’ 한원장은 노인의 경우 가벼운 감기증세라도 가볍게 보지말고 신속히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인들의 경우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가 의외의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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