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형 모델 빠르면 내년 상품화

투자자 주주 참여 형태, 3년 이상 중장기 주종 … 전담팀 구성 등 업계 준비 활발

‘부동산뮤추얼펀드’라고도 불리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은 사실상 부동산증권화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ABS나 MBS가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된 증권이면서도 부동산을 직접적인 투자 대상으로 삼지 않는데 반해 리츠는 부동산이나 부동산관련 대출 등에 투자, 수익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개인이 살 수 없는 덩치 큰 부동산 상품에 여러 사람이 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미국 호주 일본에서는 이미 역사깊은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빠르면 내년부터 상품화가 될 예정이다.원래 지난해 시행이 될 예정이었지만 좌절되었다가 올초 김윤기 건설교통부장관이 “누구나 부동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리츠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다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현재 계획으로는 올 9월 국회에 리츠제도 도입을 명시한 부동산투자회사법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리츠는 부동산시장과 자본·금융시장을 통합한 새로운 투자제도로 크게 회사형, 신탁형, 특별법인으로 구분된다. 회사형은 운용주체인 부동산 전문가가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회사(펀드)를 조직하고 일반투자자는 이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이다. 운용 주체는 모아진 자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이나 특정 부동산 상품에 투자, 그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한다.또 주식시장에 상장이 돼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으며 일정기간 단위로 배당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식 리츠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신탁형은 자산의 위탁자와 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되는 수익증권을 투자자가 취득하는 형태이다. 회사형과 달리 상장이 금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주의 LPT(Listed Property Trust)가 대표적인 신탁형 리츠로 분류된다.또 특별법인 형태는 부실채권, 담보부동산과 같은 특정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특별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특정자산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J-리츠가 여기에 해당된다.◆ 리츠 도입 통해 자금 수급구조 개선건교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리츠제도는 회사형 모델에 가깝다. 미국식 리츠에 한국 부동산시장 특징을 가미, 제도적 틀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건교부는 한국부동산분석학회에 구체적인 틀거리 검토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국형 리츠는 만기가 3년 이상인 중장기 상품이 주종일 가능성이 높다. 또 시행 초기에는 미래가 불확실한 부동산개발사업 보다 임대사업과 같은 관리부문에 중점을 둬 안전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투자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개요나 개발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한편 리츠의 도입을 앞두고 관련업계는 업무 취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경영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일부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리츠 도입을 통해 자금 수급구조를 개선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대한부동산신탁은 4월1일 회사명을 ‘코렛(KORET)신탁’으로 바꾸고 이미지 개선과 신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미 특정자산 처분을 위한 특별목적회사(SPC) 설립을 전담하는 TF팀을 발족하고 부동산증권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경성그룹 특혜사건 이후 부진했던 한국부동산신탁도 기획팀 내부에 리츠 검토팀을 만들었다. 또 외자유치와 신규사업을 위해 상반기 중으로 자산관리회사 암록코리아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리츠 상품개발, 공동판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업계에서 처음으로 리츠와 유사한 신탁상품을 상반기중 선보일 계획이다. 8명으로 구성된 부동산신탁팀을 중심으로 상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금전신탁 형태를 띤 2~3년 만기의 상품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신탁팀 유시찬 과장은 “금감원 인가를 받는대로 모집금액 5백억~2천억원 규모의 상품 4~5가지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금융권이나 건설회사의 행보도 분주하다. 일부 시중은행은 리츠 운용을 위한 자회사 설립도 검토 중이다. 건교부가 최근 ‘금융기관은 회사형 리츠상품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어 전문화된 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상태다.◆ 한국토지신탁, 리츠 유사한 신탁상품 선봬국민은행의 경우 빠르면 5월경 금전신탁 종류의 리츠상품을 발매할 계획이다. 금전신탁으로 모은 자금을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 1~3년간 운용한 뒤 이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한경수 국민은행 신탁팀장은 “이미 금감원 인가를 받았으며 발매에 앞서 투자 대상이 될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투자대상 물색을 위해 국내외 부동산컨설팅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리츠는 증권과 부동산이 결합된 고난도 투자상품인 까닭에 유관업계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투자대상이 될 부동산 상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정보기관이 없고 수익률에 대한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정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크게 △세제 정비 △객관적 수익률 확보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핵심 선결과제로 꼽았다.★ 리츠 전문가 교육에 수강생 몰린다 / 시장 ‘찜’ 위해 각계 전문인력 ‘북적’“제도 시행에 앞서 리츠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 컨설팅회사에서 온 인력들과 전문강사가 함께 연구하니 시너지효과도 크지요.”(권충혁 (주)한화 개발사업단 대리)“궁극적으로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 우량 리츠상품을 개발하고 직접 운용하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시장 판단력을 기르고 상품의 수익률 분석과 같은 고난도 지식을 기르려면 전문가 교육 과정이 필수지요.”(윤미영 부동산뱅크 부동산사업부 팀장)한국생산성본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개설한 리츠, 부동산금융 전문가 교육 과정에 각계 전문인력들이 몰려들고 있다. 건설회사, 부동산컨설팅회사 등 관련업계뿐 아니라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 보험회사, 호텔매니지먼트회사까지 수강생들의 소속회사나 직업들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동산증권화 관련 전문지식을 익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으로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리츠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리츠상품 발매를 준비하는 각급 회사들이 운용 전문가를 기르기 위해 파견교육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한국생산성본부 김종구 홍보팀장은 “리츠가 제도화됨에 따라 부동산 투자펀드를 운영, 관리, 분석하는 전문요원인 ‘부동산뮤추얼펀드전문가’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더앤더슨 등 대형 외국계 컨설팅회사부터 소형 부동산업체까지 이에 대한 관심과 의욕들이 대단하다”고 밝혔다.2개월 과정의 한국생산성본부의 ‘리츠전문가’ 과정에는 70여명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부동산금융전문가’ 과정에는 80여명이 수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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