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유동화로 내집마련 쉬워진다

금융기관 자금 융통 늘고·투자자 수익 높고·수요자 대출 용이 ‘두루두루’ 혜택

내집 한채 장만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우선 집값이 만만찮다. 근로자들의 연평균소득대비 주택가격을 보면 4.8배(97년말 기준)로 추정될 정도다. 평균적으로 5년간 한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집한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주택금융의 기반도 취약하다. GDP대비 주택자금비율이 12.8%(97년 기준)에 불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 한채 구입하는 것을 가장 큰 ‘경사’로 여기기도 했다.그러나 앞으로는 집을 장만하기가 한결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MBS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집값의 20∼30%만 있으면 주택구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내집마련 실수요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이러한 MBS가 마침내 지난 4월7일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주)(KOMOCO, 이하 코모코)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4천억원어치가 발행됐다. 국민주택기금에서 건설자금으로 대출해준 채권중 만기를 3∼7년 정도 남긴 8만계좌의 주택저당채권을 기초로 했다. 만기와 발행금리에 따라 9종이 발행됐으며 모두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됐다. 코모코는 올해안에 1조3천5백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며, 지금 2차 발행분에 대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역시 기관투자가들에게 배정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개방되는 MBS는 내년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게 코모코 관계자의 말이다.금융기관이 자금수요자에게 대출을 해줄 때는 보통 채권확보를 위해 주택을 담보로 잡는다. 이때 설정되는 것이 근저당권으로 고객이 빌린 돈을 갚지 않을 때 담보로 잡힌 주택을 팔아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렇게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주택저당채권이라 한다.◆ 주택수요자, 원리금 상환 부담 줄어하지만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채권회수에 어려움이 없더라도 대출금이 회수될 때까지는 돈이 묶이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장기대출이다. 결국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완전히 회수할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줄 수 있는 돈이 부족하게 된다. 이는 다시 주택자금 실수요자들을 줄어들게 만들고 결국 주택경기를 악화시킨다. 자금흐름에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이다.이처럼 금융기관의 자금흐름에 나타나는 동맥경화를 막고 주택수요자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게 MBS다.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은 담보로 설정한 저당채권을 코모코에 팔아 장기간 묶이게 되는 대출금을 한번에 회수해 자금융통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코모코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입한 주택저당채권을 근거로 새로운 증권이나 채권을 발행해 투신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해 그 대금을 다시 금융기관의 주택저당채권을 구입한다. 이러한 과정이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의 대출재원이 확대되고, 금융기관은 다시 다른 주택자금 수요자에게 자금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MBS는 투자자나 금융기관, 주택수요자 모두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가장 먼저 MBS투자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점으로 수익성을 들 수 있다. MBS는 세금우대저축에 포함되므로 이자소득세율이 일반세율의 절반인 10%가 적용되는 세제혜택이 있다. 게다가 “MBS이자도 국고채기준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므로 국고채보다 수익률면에서는 더 높다”는 것이 코모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1천만원투자시 세후수익률을 보면 자세히 비교된다.(표 참조) 여기에 MBS는 만기 5년이상의 장기채권이 많아 내년부터 종합과세가 도입되면 분리과세 선택을 통해 세후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안정성도 높다.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의 대출계좌는 제외되고 연체가 없거나 연체가 3개월 미만인 대출계좌의 우량한 채권만을 담보로 발행하므로 차입자의 채무불이행위험이 거의 없다. 설령 차입자의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MBS의 원리금을 약속한 날짜에 지급하는 것을 코모코에서 보증한다. MBS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자유로운 매매를 할 수 있어 증권과 같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지난 4월에 발행된 MBS도 현재 증권거래소에 수익증권으로 9개가 상장돼 있다.주택수요자들로서도 MBS는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금융기관의 대출재원이 늘어나 주택구입자금의 차입이 쉬워진다. 물론 상환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원리금 상환의 부담도 줄어든다. 언제든지 주택저당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으므로 대출자금이 풍부해진 금융기관으로서는 대출기간 연장이나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수요자중심의 주택금융시장이 형성돼 보다 좋은 상환조건이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주택저당대출이자에 대해 일정금액까지 소득공제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부담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금융기관은 MBS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0년 또는 20년 이상의 장기대출이 대부분. 그만큼 자금이 묶여 다른 투자나 대출이 힘들게 된다. 그러나 코모코를 통해 주택저당채권을 유동화함으로써 현금이 생기고 이를 다시 회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출받은 사람이 사업에 실패했거나 제때 돈을 내지 않아 신용이 나빠진 경우나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 대출금보다 집값이 떨어져도 코모코가 지급보증을 하므로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금리가 관건, 주택시장 안정 ‘발판’MBS가 도입됐다지만 ‘만사 OK’는 아니다. 넘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홍석토지경제연구소 오광철박사는 “MBS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일정기간 지원한 후에 경쟁환경을 허용하는 것과 리스크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MBS는 유사금융기관이나 채권과도 경쟁이 되는데다, 몇몇 금융기관에서도 MBS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자칫 하면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부동산저당권의 유동화를 이뤘다는 의미가 크지만 금리가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의 금리(1차발행분 8.2∼10.1%)로는 MBS의 정착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에 비해 원리금 부담이 너무 크다. 이자율 6%대가 돼야 주택수요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MBS도입에 따른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S의 도입으로 주택시장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게 김연구원의 말이다. “MBS도입으로 주택시장은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조절기능이 시장에 의존하게 되고, 주택가격산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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