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증시 초유의 대규모 공매도로 인한 결제불이행 사태가 발생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空)매도란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주식을 팔겠다는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공매도를 시도하는 이유는 주식거래의 결제제도를 이용한 단기차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현행 주식결제제도는 매매체결일로부터 3일째되는 날까지 이행하면 된다. 주식거래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수많은 종목을 거래하기 때문에 매매체결이 이뤄졌더라도 착오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매매확인과 대조작업, 그리고 착오거래에 대한 매매정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따라서 결제증권과 결제대금을 실질적으로 주고 받는 현행 수도결제(受渡決濟)방식에서는 ‘거래후 제2영업일까지’ 결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A라는 주식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그 주식을 공매도하고 난뒤 결제일인 3일 후에 떨어진 가격으로 그 주식을 매입해 넘겨주면 떨어진 가격차만큼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투기거래인 셈이다.문제는 공매도가 이뤄질 경우 대상주식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시세조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정종목의 주식을 대량 매도주문을 내면 그 주식의 주가는 하락할 것이고, 영문을 모르는 일반투자자들도 팔자대열에 합류한다면 가격폭락을 불러올 것은 뻔한 일이다. 결국 공매도를 통해 가격폭락을 부추겨 헐값에 주식을 되사서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현행 증권제도는 그같은 공매도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증권거래법 제118조 1항에서 상장법인의 회사 내부자, 즉 임원·직원·주요주주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자기회사의 주식을 자신이 소유한 것이 아니면 이를 매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 내부자들의 공매도 행위는 내부정보 이용 여부를 떠나 무조건 금지시키고 있는 셈이다.그렇다고 공매도 행위가 일반화된 것은 아니다. 각 증권사들은 불가피한 경우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비교적 결제이행이 확실하다고 믿는 탓이다.이번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가 문제가 된 것은 결제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매도 대상이었던 코스닥시장 등록기업인 성도이엔지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넘겨주어야 하는데 결제일까지 주식을 사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주식거래를 위탁받아 실제 매매체결을 대행한 증권사에 있다.이번 공매도 파문을 계기로 증권거래제도의 보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공매도의 금지 또는 요건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검토중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시행중인 숏셀링(Short selling)제도의 도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제도는 공매도를 허용하되 거래증권사가 공매도를 하는 대상주식의 물량만큼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매매가격도 최저가 주문은 내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가격폭락을 유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어쨌든 시세조종과 투기조장의 우려가 있는 공매도는 결코 재테크를 위한 투자기법의 하나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