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상속

미국에서 공부한 김박사는 ‘성실근면’ 그 자체다. 아주 가난한 시골에서 어렵게 공부를 해 대학을 들어와 다녔고, 유학도 자기가 벌어 자비로 공부를 했다. 성실함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었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공부는 물론 처자식도 다 굶길 수 있다는 절박함이 그를 열심히 하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거의 쉬지 않고 연구를 했다. 저녁을 먹은 후 밤늦게까지 실험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휴가라는 것도 몰랐다. 그의 그런 습관은 귀국 후에도 계속되었고 부인에게는 그런 남편의 성실이 자랑스럽지만 때로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하다. 그렇게 근면 성실하게 일을 하지만 월급쟁이가 다 그렇듯 늘 생활은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아무리 성실해도 물려받은 것 없이 자리를 잡고 번듯하게 산다는 것이 우리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반면 넉넉한 집안의 도움을 받으며 별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별 압박감이 없으니 절박하게 공부는 안했어도 그럭저럭 학위는 땄고 학교나 기업체 연구소에 취직해서 살고 있다. 부모 덕에 비싼 집에서 좋은 차를 굴리며 일년에 몇번씩 해외로 놀러 나가고,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두고 잘 살고 있다. 현재 그 사람이 받는 봉급 수준으로는 턱도 없이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고 있고, 물려받을 예정인 사람이라고 부모에게 감사해 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어차피 돌아가시면 줄 재산 하루라도 빨리 주면 좋잖아요, 주는 것은 고마운데 생색은 안냈으면 좋겠어요, 비싼 집을 사주셨으면 거기에 따른 관리비까지 주면 좋잖아요….유산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한 는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유산의 폐해로 가정에서의 불화와 사회적인 위화감 조성 그리고 각각의 개인에게도 황폐한 영혼을 갖게 하는 것을 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에서의 불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얼마전 대재벌 현대 일가의 분쟁은 형제간의 재산 싸움을 극명하게 보여준 전형적인 예이며 국민들에게는 심각한 위화감을 느끼게 했다. 또한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부모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부모가 해외여행이라도 떠나게 되면 자기 재산이 줄어드는 것처럼 마음이 조급해지고, 또 이왕 물려줄 것 빨리 물려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황폐해지겠는가. 이를 보더라도 유산은 물려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녀에게 재산 안물려주기’ 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단 유산을 물려준다는 것이 주는 자와 받는 자에게 공히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사회를 위해 기부하고 사는 동안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로 집 하나만을 가진 사람을 위해 역담보 제도를 만든다든지, 기부한 만큼 세금을 면제해 준다든지, 상속세를 높여 상속세를 무느니 차라리 사회에 환원해 좋은 소리라도 듣게끔 한다든지…. 하지만 이런 제도를 갖추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의 깨달음이다. 사회를 통해 번 돈은 사회에 되돌려야 하고, 혼자만이 잘 사는 세상보다는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바람직하다는 그런 깨달음 말이다.유산을 물려준다는 것이 주는 자와 받는 자에게 공히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사회에 기부하고, 사는 동안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로 집 하나만을 가진 사람을 위해 역담보 제도를 만든다든지, 기부한 만큼 세금을 면제해 준다든지, 상속세를 높여 상속세를 무느니 차라리 사회에 한원해 좋은 소리라도 듣게끔 한다듣지…. 하지만 이런 제도를 갖추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의 깨달음이다. 사회를 통해 번 돈은 사회에 되돌려야 하고, 혼자만이 잘 사는 세상보다는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 바람직하다는 그런 깨달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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