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동차 경쟁 소비자 혜택 넓어져”

한국차 발전 촉매역할 … ‘수입차=사치품’ 인식전환 계기마련

“수입차만을 모아놓은 모터쇼를 가졌다는 일 자체가 큰 ‘경사’입니다. 사실 행사를 갖기 전만 해도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흐뭇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이번 행사로 수입차들이 소비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COEX에서 열린 ‘2000 수입자동차모터쇼’(관련 화보 38~39쪽)에서 만난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손을래 회장(54·한성자동차 부사장)의 말이다.이번 수입자동차 모터쇼는 지난 1987년 국내 자동차시장이 개방된지 13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빅이벤트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속에 휩싸인 가운데 열리는 행사인데다 대우차를 놓고 인수전을 벌이는 업체들의 경영진들도 참여해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참여업체들도 포드 GM 다임러크라이슬러 벤츠 BMW 폴크스바겐 사브 아우디 토요타 미쓰비시 혼다 포르쉐 볼보 등 내로라 하는 18개 완성차 업체들로 모두 1백20여종의 차를 선보였다.◆ 국내 자동차 성능·안전 강화에 한몫서울모터쇼라는 행사가 있음에도 수입차만의 모터쇼를 가진 배경이 궁금했다. “자동차는 엄연히 내구성 소비재인데 유독 수입자동차만 사치성 소비재로 분류되고, 성능이나 안전 등은 도외시된 채 단순히 배기량과 가격만으로 비교하는 등 수입차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너무 왜곡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게 손회장이 설명하는 수입차모터쇼의 배경이다.손회장이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왜곡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수입차업계의 이모저모를 빠뜨리지 않고 지켜봐 온 1세대에 속하기 때문. 대기업과 무역회사 등에 근무하다 90년부터 한성자동차로 옮겨 세일즈 마케팅 등을 두루 거쳤다. “에어백이나 ABS 등과 같은 안전장치들도 수입차 덕분에 국내에 도입됐을 정도로 수입차들이 한국자동차산업의 발전에 한몫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손회장의 설명이 아니라도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게 현실이다. 무역수지적자를 이야기할 때면 으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원인의 하나가 외제차다.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유로 수입업체에 명단을 알려달라고 하는가 하면, 일반인들도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내외 자동차들이 참가하는 서울모터쇼에서도 수입차들은 업체수나 차량수에 비해 턱없이 좁은 공간을 배정받는 차별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열렸던 서울모터쇼에 수입차업체들이 불참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국내에 자동차시장이 개방된지 13년이 넘도록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들의 시장점유율이 1%를 넘긴 때가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2천4백1대. 0.25%정도의 시장점유율이다. 반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1백22만5천여대를 수출해 99억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그러나 올해 이후로는 상황이 다소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가격대비 성능이나 안전성 등을 따지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토요타 미쓰비시 혼다 등 일본자동차업체들이 본격적인 한국진출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의 자동차업체들이 지배했던 수입차시장에 일본차의 가세로 판매경쟁이 심화되는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자동차 가세 소비자 서비스 좋아질 것”그러나 손회장의 예상은 다르다. “일본자동차의 한국진출은 업계나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득이 된다”고 말한다. 일본차가 들어오면 경쟁 특히 서비스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그에 따라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고 결국 수입차시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수입차업체들이)나눠먹을 몫도 커지게 되고, 업체간 서비스경쟁의 혜택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안전이나 환경을 고려한 외국 자동차업체들의 신차종 출시, 하나를 만드는데 1백5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A/S공장이나 부품공급을 위한 퀵서비스망의 지방확충 등이 그런 움직임이라는게 손회장의 설명이다.외국 자동차업체들의 한국시장을 겨냥한 공세적인 움직임과 관련해 국내 완성차업계에 대해 물었다. 대우차문제는 뭐라 말할 형편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삼성차의 르노매각에 관해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르노의 선진기술을 받아들여 국내 완성차업계의 발전이 빨라지고 르노로서도 국내판매와 아시아시장의 수출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윈-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삼성·대우차의 매각건과 별도로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의 투자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 손회장의 지적이다. 수입차들은 개발전부터 환경이나 안전 등을 고려하지만 국내 업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엔진·변속기오일 등의 교환이 없이도 10년 이상을 탈 수 있는 수입차의 엔진성능이나 차체의 안전성, 2003년이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전기자동차 등이 모두 연구개발의 결과인데 국내차업계는 연구개발에서 뒤처져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에 오른 만큼 이제는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올해에는 수입차 전체의 판매량이 5천∼6천대 정도로 0.5∼0.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가 얼마나 늘었나 하는 것보다는 수입자동차가 사치품이라거나 무조건 비싸다는 식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COEX 1, 3층을 바쁘게 다니느라 젖은 와이셔츠를 갈아입을 틈도 제대로 없다는 손회장의 맺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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