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경영핵심은 집중력·스피드에 있다

판단·행동 신속하고 자기연출 능력 탁월해야 투자자 신뢰

A급 사업을 B급 경영자가 영위하는 것과 B급 사업을 A급 경영자가 수행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성공확률이 높을까?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정답은 후자이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사업이더라도 CEO가 무능하면 망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알게 모르게 기업이 아닌 CEO를 보고 투자한다.이러한 사실은 인터넷 슈퍼마켓의 대명사인 피포드(www.peapod.com)의 사례에서 증명된다. 2000년3월16일, CEO인 빌 말로이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자 하루만에 주가가 54.5%나 하락했다. 1억2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던 벤처캐피털들도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심지어 몇몇 증권회사들은 피포드의 등급을 ‘매입’에서 ‘중립’으로 떨어뜨렸다. 결국 회사의 가치가 CEO의 가치였던 셈이다.투자하고 싶은 CEO는 어떠한 사람일까. 어떤 CEO가 지속적으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의 CEO는 어떠해야 할까.첫째,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에 나서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아날로그 상태의 책을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판매하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해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가히 아이디어 창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 없는 CEO 도태되기 십상한번 사업모델을 정립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기업진화(corporate evolution)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래야 생존이 가능하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다가는 어느 틈에 도태되어 버린다.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하였지만 음반 꽃 의약품 등도 판매중이다. 백화점이 돼버린 것이다. 일본의 가장 성공적인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도 출발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였다. 비행기표 역경매로 출발한 프라이스 라인은 자동차 휘발유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대했다.둘째, 스피디한 사람이어야 한다.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해 기회를 선점한다. 생각하고 행동하면 이미 뒤처진다고 보며 행동하면서 생각하는 식의 과단성을 과시한다. 제프 베조스는 28세의 나이로 월스트리트 투자회사의 수석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미래는 물론 탄탄한 장미빛이었다.그런데 어느날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 1년간 2천4백% 성장했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만한 상품목록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30분 후 그는 사표를 던지고 연봉 1백만달러짜리 직장을 떠났다. 그길로 뒷좌석에 트렁크 하나를 싣고 애견을 옆에 태운 채 시애틀로 향했으며 허름한 창고를 사들인 후 7명의 직원과 아마존을 설립한 것이다.빌 게이츠와 마이클 델도 모두 사업을 빨리 시작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성공이 눈앞에 보이면 대학생활마저도 아까운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이끄는 회사들은 ‘속도’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통기업이라면 몇달씩 걸리는 안건들도 디지털 기업간에는 전격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먼저 행동으로 옮기고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는 것도 이들이니까 가능하다.셋째, 자기연출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도 열심이다. 인터넷 관련 기업의 경우 CEO 개인의 능력과 이미지가 곧 기업가치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정의가 없는 소프트뱅크, 체임버스가 없는 시스코는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M&A 이후에도 CEO는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소유권은 이전되더라도 경영권은 유지되는 것이다. 루슨트가 유리시스템을 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김종훈 회장이 계속 회사를 맡도록 요청한 것이 좋은 예가 되겠다.한편 이들은 탁월한 설득력을 갖춘 프리젠테이션의 천재들이다. 특히 투자자의 자본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설득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술자가 아닌 경우에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며 쉽게 풀어서 상대를 이해시키는 능력은 탁월 그 자체이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되어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를 감동적으로 제시한다. 실리콘밸리의 사업설명회에서 즉석에서 수천만달러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것도 그들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에 기인한다. 상장 후에도 CEO들은 언론 및 방송매체를 통한 ‘회사 알리기’에 주력하는데, 이러한 점이 전통기업 대비 고주가를 형성하는 한 요인이 된다.◆ 인맥구축·일에 대한 열정 눈여겨 봐야넷째,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동료들과 과실을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흐름을 따라가고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CEO일수록 네트워크 구축에 열심인데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감, 그래서 성장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다급함, 아이디어 고갈에 따른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실리콘밸리에는 1만여개, 국내 테헤란밸리에는 수십개의 네트워크가 활동중이며 이들의 오프라인 모임 장소로 활용되는 카페들마저 성업중이다. 서로 상대방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임하기도 하는데 히카리통신의 시게다 사장은 소프트뱅크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략적 제휴가 일상화되어 있다. 전통기업에서의 전략적 제휴는 선택이지만 인터넷 기업에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전통기업과는 달리 성공의 과실을 동료 및 직원들과 반드시 공유한다. 시스코의 직원들이 입사시 다량의 스톡옵션을 부여받기 때문에 연봉에는 관심이 없을 정도라거나, 찰스슈왑은 99년에만 1백만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이 1천명 이상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하나도 새롭지 않을 정도이다.다섯째, 집중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의문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때까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근무시간을 정하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바로 근무시간인 셈이며, 휴가도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사이의 쉬는 시기에 사용하며 별도의 휴가철이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CEO의 분위기가 조직에 전파되면서 24시간 근무하는 기업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리콘밸리, 테헤란밸리, 비트밸리(일본 시부야) 주변에는 간식배달업체 등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24시간 영업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앤디 그로브는라는 저서를 출간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승리에 안주하지 말고 고객을 위해 편집증 환자처럼 집중해야만 미래에도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CEO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앤디 그로브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듯하다.이러한 다섯까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분명히 그는 디지털 시대에 성공 CEO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런 모습을 신뢰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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