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능력따라 '돈 대이동' 투신사 차별화 불가피할 듯

운용내역 공개·리서치 조직 있는 운용사 선택해야 안전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발표하기로 했던 ‘30개사 부실 펀드 내용’ 공개가 두차례나 연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실 규모와 운용내역이 밝혀질 경우 일부 투신사들이 고객이탈 등 얻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공개가 조심스럽다는 것. 또 몇몇 투신사들도 감사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뤄 발표 연기의 이유가 됐다.이처럼 이번 펀드부실 내용의 공개는 7월초 시행될 채권시가평가제와 맞물려 금감원이나 투신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사안이다. 시가평가제가 시행되는 즉시 투자자들은 투신(운용)사의 운용능력과 부실화 정도에 따라 투자처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투신사의 차별화가 이뤄진다는 얘기다.이런 이유로 벌써부터 부실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신사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은행계열 투신업체들은 운용능력보다 과도하게 신탁상품을 팔아 부실규모를 키워 금감원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실채권 다량 보유 투신사 몸 사려이들 투신사들은 지난해 5월 수탁고가 1백50조원에서 2백50조원으로 껑충 뛰었을 때 평상시보다 두배나 많은 투신상품을 판매했던 것.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계열 투신사중 과도한 부실을 떠안은 곳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정도는 아니지만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또 펀드운용의 도덕성도 투신사 차별화의 요소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을 투신사 마음대로 고객의 펀드에 이전시켰던 곳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4월 참여연대는 “현대투신운용의 바이코리아펀드 대표 상품인 르네상스1호 및 나폴레옹 1호의 장부를 열람한 결과 1천5백억원의 불량 유가증권을 고객재산에 불법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당시 참여연대는 “그 결과 펀드 가입자들이 각각 2백23억원, 67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진위여부는 참여연대가 오는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면서 밝혀질 것이지만 현대투신으로서는 이미지를 구겼다.투신사 선택이 곧 투자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신사 선택 요령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펀드평가를 받아 운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운용사를 선택한다. 특히 펀드 평가는 운용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회사여야 한다.둘째는 재벌기업 계열의 투신사들은 운용과정에 계열사 지원이 철저히 차단돼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감시제도가 자 ㄹ정비된 곳을 택해야 한다. 셋째는 펀드매니저의 자질, 능력, 도덕성 등이 가능한 한 많이 검증된 운용사를 택한다. 펀드평가사에선 펀드 평가뿐 아니라 펀드매니저 평가도 병행하기 때문에 이 자료를 이용한다. 마지막으로 리서치 조직이 있는 운용사를 택하는 것이 좋다.펀드의 불법운용과 함께 투자자들이 챙겨야 할 정보는 각 투신사들이 어떻게 과거의 부실을 클린화시켰는가 하는 부분이다. 금감원에 자료를 제출할 때 부실을 처리한 것처럼 위장하고는 상황이 종료되면 슬그머니 부실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도 이를 우려해 “부실규모뿐 아니라 클린화 방식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과거 부실 클린화 여부도 확인 필요클린화의 방식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펀드내에서 상각하는 경우. 이는 펀드가 직접 손실을 부담하는 것으로 고객부담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운용사가 손실을 떠안는 경우. 고객의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회사가 직접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물론 운용사의 재무건전성에는 악영향을 미치지만 대주주가 자본금 확충을 위해 노력한다면 회사에는 큰 영향이 없다. 셋째는 펀드를 판매한 회사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부실채권을 해소하는 경우다. 보통 대형 투신사가 이 방법을 사용한다.★ 채권시장 / 가격 산정기관·평가기관·전문가 3박자 갖춰야 발전채권시가평가제 실시에 따른 채권시장의 발전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도가 무리 없이 정착되려면 채권가격을 산정하는 기관과 펀드 평가 기관 그리고 채권 전문가 등이 갖춰져야 한다.우선 채권가격을 평가하는 기관은 현재 한기평에서 출자한 한국자산평가사와 한신평에서 출자한 한국시가평가 등 두 곳이다. 이곳에서 매일 채권가격을 산정해 회원 투신(운용)사에 자료를 배포한다. 투신사는 이 자료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펀드평가기관은 투신사의 운용실적, 리스크관리, 채권 편출입, 펀드매니저의 능력과 도덕성 등을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투자자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채권형 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선택한 펀드에 대해서도 실적배당상품이므로 손실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한편 시가평가제 확대로 채권 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금리 변동을 예측하고 채권시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채권 전문 펀드매니저의 양산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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