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산업 "으랏차차!!"

우선 호텔업 호황을 예견케 하는 배경부터 살펴보자. 가장 큰 호재는 역시 2002년 월드컵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기간에 필요한 객실수는 월드컵이 열릴 10개 도시를 통틀어 14만실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관광호텔업협회가 집계한 국내 종합관광호텔은 전국에 4만5천실 규모. 관광호텔 1, 2, 3급과 특 1, 2급 호텔을 총 망라한 숫자다. 따라서 9만5천실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2년까지 몇몇 호텔이 신축된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숫자를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사실상 초기 투자비가 많은 호텔산업에 선뜻 뛰어들어 몇년 안에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호텔을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실정이다.이에 따라 현재 문화관광부가 월드컵 기간중 숙소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안이 바로 ‘지정숙박시설’ 제도. 20~50실 규모의 여관, 모텔 등을 지정해 숙소로 쓴다는 전략이다. 지정된 업체는 프론트 기능을 할 로비와 침대 욕실 TV 통신시설 등을 갖춘 침실을 갖추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돈은 문화관광부가 관광진흥기금에서 저리로 대출해 준다는 것이 문화관광부의 계획. 7월말 현재 8천8백95실을 지정해 놓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광시설과 황성운 사무관은 “이 제도는 부족한 숙소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러브호텔’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지방의 숙박업소를 관광호텔로 양성화하면서 지방 중소형 호텔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셈·월드컵 특수 기대월드컵에 버금가는 호재가 2001년 ‘한국방문의 해’ 지정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관광객 유치목표 5백70만명에 관광수입만 77억달러에 이른다.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을 때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이자는 전략이다.한국방문의 해 기획단 전영재 국장은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호텔”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산업의 핵심인프라가 항공편과 호텔인데, 항공편의 경우 2001년 3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또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지만, 호텔의 경우 1~2년 사이에 쉽게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관광객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수도권엔 호텔이 없어 난리고, 지방엔 투숙객이 없어 방이 텅텅 비어있는 이원화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게 전국장의 우려.이에 따라 한국방문의 해 기획단은 서울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중인 과제는 안동 하회탈 축제를 비롯한 3백여개 지방축제와 연계한 여행프로그램 개발이다.호텔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호재는 제 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다. 10월19일부터 21일까지 열릴 아셈의 경우 기자단과 대표단을 포함, 3천명 규모의 인원이 한국을 찾는다. 대부분의 인원이 인터컨티넨탈(그랜드, 코엑스)을 비롯한 강남쪽 호텔에 묵을 예정이지만, 이 행사가 국가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주면서 한국을 찾는 방문객도 전체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희망섞인 관측이다.이에 따라 내년이 단순한 한국방문의 해가 아니라 ‘호텔의 해’가 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전망은 기존 호텔의 시설보수 및 마케팅 강화에다 잇따른 신규 호텔 오픈 및 신규 진출 선언 등으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호텔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과거 호텔업의 역사와 발전주기를 되돌아 볼 때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국내 호텔업의 발달사를 간단히 짚어 보자면, 국내 최초의 현대적 개념의 호텔은 1902년 독일여인 손탁이 서울 정동에 세운 손탁호텔로 꼽힌다. 물론 1880년대 후반 일본인이 인천에 세운 대불호텔이 있긴 하지만, 객실에 식당, 연회장까지 갖춘 호텔로는 처음이라는 얘기다.일반인 대상 초창기 호텔은 주로 철도호텔 형태로 발전했다. 경부선(1905년)과 경의선(1906년) 등 철로가 개통되면서 철도역 주변 및 역사에 호텔이 생겼던 것이다. 국내 최고(最古)의 호텔로 기록되고 있는 웨스틴조선 호텔도 1914년 문을 연 조선경성철도호텔이 모태다.호텔업 발전의 기틀이 잡힌 것은 1960년대 들어 정부가 관광사업을 외화획득 산업으로 지정,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부터였다. 1961년 관광호텔에 대한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우수호텔에 대한 행정지원 정책을 폈다. 덕분에 메트로호텔, 아스토리아호텔, 뉴코리아호텔, 사보이호텔, 그랜드호텔 등이 최초의 관광호텔로 문을 열었다. 1962년 한국관광공사의 전신격인 국제관광공사가 설립돼 반도호텔, 조선호텔 및 지방 7개 호텔의 경영권을 인수, 호텔산업의 공사화를 시도했다.◆ 수도권은 객실난 우려, 지방은 파리 날릴 판관광호텔 등급제가 등장한 것은 1970년. 특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 등 4단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호텔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88년 무렵까지. 1976년 서울프라자 호텔 개관을 시작으로 하얏트호텔, 신라호텔, 소공동 롯데호텔, 경주조선호텔, 부산서라벌호텔, 서울가든호텔(현 홀리데이인호텔) 등이 1978년과 1980년 사이에 잇달아 문을 열었다. 이어 아시안게임(1986년)을 앞둔 1983년 힐튼호텔이 문을 열고, 올림픽이 열린 88년에는 스위스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라마다르네상스, 롯데월드 등 특 1급 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이후 10여년은 호텔산업의 전체적인 불황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부산 등 일부 지방에 호텔이 건립되긴 했지만, 수도권엔 단 한 개의 특급호텔도 건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호텔산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장치산업이고,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일반 기업이 쉽게 달려들지 못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돈이 안되는 사업’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그러나 IMF라는 복병이 국내 관광업계 및 호텔업계로선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다른 수출산업은 곤두박질치는 대신 관광산업은 오히려 달러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이다. 정부로서도 관광산업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가 숙원으로 여기던 전기요금의 산업요율화, 특 1급 호텔의 예식업 허용 등 상당수의 규제가 풀리고, 호텔부지에 물리던 무거운 세금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관광진흥자금 조성으로 관광 및 호텔업계에 대한 지원책도 다양해졌다. 최근 호텔업의 신규진출 증가는 정부차원의 이같은 규제완화 및 지원책 강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덕분에 올해 외래관광객 5백만명 돌파를 비롯해 2010년엔 1천만명 기록이 예상되며, 호텔을 비롯한 숙소부족은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될 전망. 이에 맞춰 문화관광부는 영종도 신공항 주변지역에 30만평 규모의 복합형 숙박·관광단지를 건립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 관광객의 70~80%가 수도권에 몰리는 데다, 중저가 호텔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중저가 위주의 숙박시설에 쇼핑, 위락시설을 갖춘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IMF이후 지난 1년사이에 1백여개의 지방호텔들이 휴업 또는 폐업하는 등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 이와 함께 산업자원부 재경부 등 관련부처의 호텔업에 대한 인식도 아직 제조업을 보는 눈과는 큰 차이가 있어, 호텔업을 비롯한 관광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호텔 등급 어떻게 매기나1천점 만점에 9백점 넘어야 ‘특 1급’관광호텔과 러브호텔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결론은 러브호텔은 엄밀하게 말해서 관광진흥법에 규정된 ‘호텔’이 아니다. 이름, 즉 무늬만 호텔일 뿐 사실상 여관이라고 해야 맞다. 관광호텔은 문화관광부 소관으로 관광진흥법의 관리를 받고, 여관 모텔 등 일반 숙박시설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는다.투숙자 입장에서 보자면, 관광호텔에선 오후 2시 체크인, 다음날 낮 12시 체크아웃 등으로 거의 만 하루 동안의 숙박이 보장되는 반면, 여관 즉 속칭 러브호텔에선 이런 식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이 다르다. 하루에 방 하나로 여러 번 ‘장사’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종합관광호텔의 등급은 어떻게 매길까. 현재 관광호텔의 등급은 모두 5가지로 분류돼 있다. 관광호텔 1, 2, 3급과 특급 호텔 1, 2급이다. 특급 호텔은 특 1급, 특 2급 또는 영어식으로 ‘슈퍼디럭스’, ‘디럭스’로 불리기도 한다. 상징적인 표시는 유럽식이 별, 미국식은 다이아몬드의 개수로 표시하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무궁화로 표시한다. 관광호텔 3급이 무궁화 2개, 2급이 3개, 1급이 4개 등이다. 특 1급과 특 2급은 똑같이 무궁화 5개지만, 특 2급은 녹색바탕, 특 1급은 황금색 바탕에 무궁화가 찍혀 있다는 점이 다르다.호텔의 등급은 전체 규모와 객실수, 각종 부대시설, 서비스, 음식맛, 청결도 등을 통틀어 1천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9백점 이상이면 특 1급, 8백점 이상 특 2급, 7백점 이상이 관광호텔 1급, 6백점 이상 2급, 5백점 이상 3급 등이다. 예전에는 규모와 시설에 대한 점수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들어 서비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또한 지난해까지 정부가 호텔등급심사를 하다가 지난 연말 법규개정으로 민간에 이양됐다. 현재 한국관광호텔업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등급심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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