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무 … 일본·미국 업체 독식체제

최대 수요처 지상파 방송3사, 핵심장비 도입 외산 의존 … 광고시장 위축, 시장 확대 지연될듯

디지털 방송시대가 열리면서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고품질(HD)의 디지털 방송장비의 최대 수요처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다. 이들 방송사는 9월3일 시험방송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각각 3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이미 상당부분 장비 도입을 완료한 상태이다. 또 2010년까지 총 1조8천억원대의 장비 도입에 나설 계획이며 각종 주변장비까지 포함하면 최소 2조원대의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국내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은 2002년까지는 지상파 방송 3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오는 2003년부터는 지상파 지방 방송사를 비롯해 케이블TV 방송사, 독립 제작사 등으로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지상파 방송 3사의 향후 디지털 방송장비 도입 계획을 살펴보면 KBS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총 1조3백55억원을 투자하고 MBC는 2010년까지 총 6천2백3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방 방송사가 없는 SBS는 오는 2005년까지 총 1천5백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지상파 방송사들은 11월부터 2002년 월드컵 중계방송을 위한 준비체제에 돌입할 계획이기 때문에 올해말과 내년 상반기에 고화질 디지털 TV 방송용 중계차 구매에 나설 계획으로 각사 모두 1~2대씩을 구매할 계획이다. 특히 SBS는 올 11월에 중계차를 도입할 계획이며 미국 걸링(Gerling)사로부터 구매할 계획이다.일반적으로 디지털 TV 방송 장비는 크게 카메라와 녹화기, 편집장비 등 방송제작에 사용되는 디지털 방송제작 장비와 송신기, 중계기, 인코딩 장비,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 등으로 구성되는 디지털 방송 송출장비로 구분된다.디지털 방송과 관련해 향후 5~10년간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은 디지털 방송 제작장비 시장이다. KBS의 경우 9월 시험방송을 앞두고 이미 HDTV용 카메라와 VCR 장비 1백50대 등 총 8백50만달러(약 1백억원)규모의 장비를 소니로부터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말까지 추가 구매를 계획중이다. 또 MBC 역시 올해말까지 약 3백47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방송장비 구매에 나선다. SBS는 올해말까지 약 2백50억원을 투자해 장비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9월 시험방송을 앞두고 이들 지상파 방송 3사가 도입한 디지털 방송 제작 장비는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2개의 방송채널을 운영중인 KBS는 HDTV용 카메라와 VTR 장비 1백50대를 구매했으며 MBC는 HD급 카메라 9대, VCR 5대를, SBS는 HD급 카메라 7대, VCR 32대 등을 보유한 상태에서 9월 시험방송을 진행한다.◆ 2010년까지 최소 2조원대 수요 발생할 듯전문가들은 송출장비를 제외한 디지털 방송 제작장비 부문에서만 올해 3백6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의 홈쇼핑 채널과 위성방송인 아리랑TV 등이 올해중 디지털 방송장비 도입이 이뤄질 경우 올해 시장규모는 약 4백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3배 이상 증가된 약 1천2백억원 규모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송출장비의 경우 9월 시험방송에 필요한 장비 도입은 이미 완료된 상태고 내년부터는 수도권과 경기지역에 이어 단계적으로 전국적인 송출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 KBS와 SBS는 디지털 방송용 송신기를 각각 2대씩 보유하고 있다. MBC는 1대만 보유하고 있으나 10월에 추가로 1대를 더 구매할 계획이다.또 정부측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는 2002년까지 최소 수도권과 경기지역을 수용하는 디지털 방송 송출망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들 방송사들은 디지털TV 등 수신기의 보급증가에 따라서는 내년중 수도권과 경기지역의 송출망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처럼 급팽창하는 국내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은 HD급 핵심장비의 대부분을 일본과 미국업체의 외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대 수요처인 지상파 방송 3사의 장비도입이 완료되는 2010년까지 수입의존 문제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국내 디지털 방송 장비 시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BTS 등 일본계 업체와 일부 미국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KBS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소니가 약 9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 방송장비 도입 관계자는 “9월 시험방송용 장비는 방송 3사 대부분이 외국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화질 국산 디지털 방송장비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산 장비에 대해 “방송용 장비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구매조건이기 때문에 1~2년내에 국산 장비가 출시돼도 방송 3사가 선뜻 구매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또 일부 송출장비의 경우 국산화 노력이 진행됐지만 핵심장비는 대부분 외산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정부가 선택한 디지털 방송 표준과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표준이 다르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방송관련 단체에서는 정부가 결정한 미국의 ATSC방식보다 유럽의 디지털영상 지상파방송(DVBT)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변조방식에 따른 기술적 우위보다 향후 시장성에서 보다 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부에서는 디지털 방송 표준을 변경할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ATSC 장비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최근 일본 파이어니어가 발표한 기술과 한국의 LG가 개발하는 4세대 장비에서는 해소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ATSC 진영이 내놓을 새로운 기술은 유럽의 전송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듀얼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는 9월 시험방송을 거친 뒤 불가피하게 전송방식을 바꾼다 하더라도 장비의 추가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또 지상파 방송 3사는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비용을 대부분 광고수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에 따라 디지털 방송을 위한 투자비용이 매년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TV 등 수신기의 보급률이 현재 예상보다 낮고 방송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악재가 발생할 경우 이들 방송 3사의 장비도입 계획은 상당부분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 지상파 방송 3사의 장비도입이 지연된다는 것은 곧 지상파 지방 방송사, 케이블TV 방송사, 독립 제작사 등으로의 디지털 방송장비 시장 확대가 지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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