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릇해야 돈 보인다” 섹스어필 광고 홍수

남녀 신체구조·성관계 연상시키는 카피 넘쳐 … 닷컴기업 ‘에로틱 판촉전’도 가열 양상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 옥상에서 펼친 라네즈 립스틱광고 키스신‘흔들어 주세요’ ‘강한 걸로 넣어 주세요’‘오래 가는 건 따로 있었네’ ‘딱딱해야 좋은 거구나’ ‘못생겨도 맛은 좋아’ ‘더 깊숙하게, 더 편안하게’ ‘너,버스안에서 해봤니?’….이 문구들을 듣고 떠오르는 상품이 있습니까?아니면야릇한(?) 생각이라도? 일단이 문구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화제를 모았던 섹스어필 광고의 카피들이다.침전물 때문에 흔들어 마셔야 좋은 음료수(써니텐), 강한 엔진오일(한화에너지), 오래가는 전구(오스람 전구), 허리건강을 고려한 딱딱한 침대(레스토닉 침대), 울퉁불퉁 하지만 맛은 좋은 쵸코바(매치매치바),깊고부드럽게 깎아주는 면도기(필립스),언제 어디서든 목소리를 음악과 함께 들려주는 전화메일(700-5425) 등 광고카피의 1차적인 뜻은 제품의 특징이다.그러나 어느 정도 ‘인생경험(?)’이 있는사람들이라면곧바로 다른 어떤 ‘야릇한것’을 연상할 수도 있다는 뜻에서 이들은섹스어필 광고로 분류된다. 사실상 에로스타로 알려진 샤론 스톤이 육감적인 포즈와도발적인 눈빛으로 ‘강한 걸로 넣어 주세요’(한화에너지)라고말하고, 결혼한 새댁이남편을살짝 흘겨보며 ‘오래 가는것은 따로 있었네’(오스람전구)라고 말한다면 야릇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 원초적 본능 자극, 본전은 건져?이와 같이 남녀의 신체구조나 섹스를 연상시키는광고, 즉 섹스어필 광고는 에로마케팅의가장흔한 기법으로 애용되고 있다. 도대체, 왜? 광고카피까지 에로틱하게가야 하나.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흥미있는 얘기소재가 바로 섹스라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다. 이 좋은 소재를 광고나 마케팅에서놓치겠는가? 제일기획 광고제작본부 김홍탁차장(카피라이터, 광고평론가)은 “광고와 마케팅의 기본 목적이 소비자의눈길을 끌고, 숨겨진 욕망을 자극하는데있다”며 “특히 실생활에서 금기시하는 부분을 다룬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질수밖에 없다”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한다.섹스어필 광고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뉘어져표출된다. 한 두 마디 말로 정곡을 찌르는광고카피와 야릇한 상상을 부추기는 그림,즉비주얼이다. 광고카피는 주로 제품 자체의 특징에 야릇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중의어가 주로 쓰인다.야릇한 중의어 없이 전체적인 분위기로 섹스어필을전달하는 광고도 있다. 최근 방영된보디가드 광고에선 남자가 여자에게은근한 말투로 “입어 봤어?”라고 물으면여성은야릇하게 웃으며 “입고 왔지”라고 대답한다. 속옷광고지만 속옷은 보이지않고, 단지 야릇한 분위기와 두어 마디 말로 제품을 표현한 것이다.제품 및 우리말의 특성상 중의어 카피이면서도 노골적인 성적 표현으로 논란이 되곤하는것이 세탁기와 세제광고다. 모 세탁기광고의CM송은 “변함없는 우리사랑,앞에서돌려주고뒤에서 빨아주고…”로시작돼옆집아줌마가 “새댁은 좋겠수,잘빨아줘서”라는멘트로 끝난다. 물론세탁기의뛰어난 세척능력을 표현한 말이지만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포르노적’상상도 가능하다는 얘기다.이렇듯중의어의 효과와 에로틱한 분위기를최대한 살려 야릇한 상상을 하도록 하는것이주로 TV에서 방영되는 섹스어필광고의 특징이다. 인쇄매체와는 달리 광고사전심의라는‘칼날’을피해가기 위한고육책이기는 하지만, 때론 비주얼이 주는효과보다훨씬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섹스어필을 전달하기도 한다.비주얼에 관한 한 우리나라 TV광고에선 섹스어필이라고 할만한 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잣대가 불분명한 사전심의 때문에 심한 노출 등 문제가 될만한 장면은 아예 피하고 보자는 광고인들이 많아졌기때문이다. 굳이 꼽자면 키스장면 정도.이들조차 비교적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그나마 입술이 닿지 않는 범주에서 허용되고 있다.키스광고의대표적 사례는 프렌치카페(남양유업)CF. 줄거리는 여자모델 이요원의손에떨어진 프렌치카페 한방울을 남자모델 원빈이 빨아먹고, 이 순간 이요원이 갑자기 원빈을 벽으로 몰아붙여 키스 공세를펼친다는것. “돌려줘, 내 프렌치카페”라는멘트와 함께. 상황은 프렌치카페 한방울을되돌려받기 위한 것으로 설정돼있지만,그동안 국내 광고에서 흔하지 않았던키스를, 그것도 여성이 과감하게 주도했다는점에서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모델 이나영이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 옥상에서펼친 라네즈 립스틱광고에서의 키스신은 로맨틱한 키스로, 동양제과 센스민트의최지연 유지태가 껌을 매개로 한 키스는 상큼한 키스로 기억되고 있다.최근 좀더 노골적인 섹스어필로 주목을 받는것이닷컴기업들의 인쇄매체 광고 및판촉활동이다.커뮤니티중심의 인터넷 허브사이트 인티즌은지난3~4월중 1백만 회원돌파 기념포르셰증정이벤트광고에서 “인티즌이지금 달아오른다” “인티즌, 절정이 임박했다”라는 카피와 함께 미끈한 다리가 부각된 하반신과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자동차그림으로눈길을 끌었다. 또 5월초일부 인쇄매체에 선보인 스포츠제로원닷컴의광고는 남자의 발가벗은 옆모습, 종이컵으로중요 부위를 가린 앞모습, 변기에앉은 모습 등과 함께 ‘돌려!’, ‘까!’,‘쏴!’라는선정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해화제를 모았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닷컴기업의특성상 단기간에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충격적인 광고가 필요하고, 사전심의가 없는인쇄매체를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장품·식품 등에도 에로마케팅 열풍닷컴기업의에로마케팅은 판촉 및 홍보활동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PC통신 채널아이의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DMI)은지난 7월초 서울 시내 곳곳에서 미끈 미끈한팔등신 미녀 도우미들을 활용, ‘뜨거운’판촉전을 벌였다. 문제는 이들의 초미니스커트한가운데에 ‘삽니다’를, 탱크탑에‘팝니다’를위치시킨 것. 보는사람에따라선오인될 수도 있어 논란을불러일으켰다.전통적으로미인을활용한 에로마케팅의선두주자는자동차업계다. 신차 발표회나모터쇼 때마다 동원되는 미녀 도우미는 남자고객들의성적인 관심을 유발하면서 판촉효과를 높이기 위한 ‘꿩먹고, 알먹고’의 전략. 현대자동차 광고팀 신동우차장은“예전부터차와 여자를 애정이나 소유욕의측면에서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많았다”며 “모터쇼에 미인이 동원되는것도 미인을 통해 차에 대한 소유욕을 높이자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섹스어필 광고는 인간의 기본 심리중의 하나인‘엿보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시켜주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해 존속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그만큼 인기가 있고, 잘 팔린다는 얘기다.문제는 섹스어필의 정도와 방법인데, ‘벗은몸’을 단순히 ‘색(色)’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미’의 대상으로 접근할 때좀더예술적으로 승화된 섹스어필 광고가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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