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확실 ‘수익모델 찾기’ 실험중

시골 장터에 가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차력사가 멋진 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쇼는 차력사가 자신의 무술을 보여줄 목적으로 벌인게 아니다. 만병 통치약을 팔기 위해 구경꾼을 끌어 모으는 수단인 것이다.커뮤니티 사이트는 ‘디지털 시대의 약장수’라고 할 수 있다. e-메일 제공 등 회원이 모일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하고 회원들에게 홍보나 판매 활동을 전개해 수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터넷판 봉이 김선달’(아이비즈넷 리포트)로도 표현된다.엄청난 회원을 확보한 아이러브스쿨을 비롯해 하늘사랑 세이클럽 프리챌 등이 성공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불린다. 동창회 채팅 등 특화된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을 만나고 즐긴다는 목적에는 서로가 공통점을 갖고 있다.커뮤니티 사이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순식간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선 고객 한명을 붙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여간 매력있는 사업 모델이 아닐 수 없다. 광고를 제외하면 수익에 대한 보장이 불확실한데도 커뮤니티 사이트에 엄청난 가치가 매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성장하던 닷컴 기업들이 수익 모델을 찾지 않으면 퇴출될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커뮤니티 사이트는 다른 닷컴 기업보다 더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다. 회원수 증가는 곧 비용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의 박마빈 개발팀장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검색엔진 사이트에 비해 관리 비용이 최소 10배 이상 될 것”이라며 “사이트 내에서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서버 용량은 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자를 고정으로 배치해야 하므로 인건비도 많이 든다. “회원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핵심이기 때문에 지출하지 않을 수 없는 비용”이라고 덧붙인다.◆ 회원 충성도 낮아 새로운 아이템 갖춰야커뮤니티 사이트만이 갖는 고민도 많다. ‘모임 장소를 옮기자’는 제안이 나오면 한 동아리 소속 회원이 몽땅 빠져 나가기도 한다.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이라 해도 그의 충성도는 소속 동아리를 향한 것이지 사이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원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과 신선한 내용을 항상 갖추고 있어야 한다.아이러브스쿨도 커뮤니티 사이트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회원 증가 속도를 투자가 뒷받침하지 못해 서버 접속 속도에 대한 불평이 잇따랐다. 결국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만나서 활동은 다른 포털 사이트로 옮기는 일이 허다했다. 다양한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회원 충성도가 확실해도 커뮤니티 사이트의 최대 관심은 수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커뮤니티 사이트의 수익 모델은 전자상거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마케팅, 콘텐츠 유료화 등이 거론된다. 이중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활용 사례가 거의 없다. 이비즈니스 컨설팅 그룹의 김성원 이사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은 시장 자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단계”라고 말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늘사랑의 오세원 대리는 “인터넷 마케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인 프리챌은 전자상거래를 연결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전문 쇼핑몰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의 결합이 낙관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프리챌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상태. 김이사는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례로 가든닷컴(www.garden. com)의 예를 들었다.김이사는 “관리되지 않는 동호회, 확보된 회원수가 문제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객의 비중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가든닷컴은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 사이의 이동이 편하고 자연스러우며 전자상거래가 동호회 사람들의 관심사와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자연스러운 연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업체를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늘사랑, 유료화로 수익 확보채팅사이트의 선발주자인 하늘사랑은 수익 확보의 일환으로 유료화를 택했다. 이 회사는 전자상거래도 일부 시도해 보았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 콘텐츠 유료화였다. 하늘사랑은 회원 이탈이라는 유료화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은 무료, 전국 1만3천여개 PC방 가맹점들은 월4만원 이용료 지불’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하늘사랑은 PC방 가맹점들의 이용료와 광고 수익으로 수지를 맞춰 나가고 있다.세이클럽도 콘텐츠 유료화를 택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시험중이다. 최근 사이트를 개편하고 일부 부가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아바타 꾸미기, 쪽지에 음악파일 넣기, 여러명이 함께 유료 영화를 보면서 채팅하기 등 아기자기한 서비스가 그 내용이다. 타깃 고객은 10대로 설정했다. 이 회사는 신용카드 등 지불수단이 없는 10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핸드폰을 이용한 요금 지불 등 새로운 빌링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아이러브스쿨의 경영권을 인수한 금양의 정현철 사장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지닌 양면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두달 넘게 아이러브스쿨의 매각과 증자를 두고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에 있었다. 결국 더 긴 안목으로 우리가 직접 아이러브스쿨을 키우기로 했다.”현재 대부분 커뮤니티 사이트는 ‘더 지켜 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아직은 성공한 사업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항상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러브스쿨은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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